npsm 새물리 New Physics : Sae Mulli

pISSN 0374-4914 eISSN 228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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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Research Paper

New Phys.: Sae Mulli 2021; 71: 616-629

Published online July 30, 2021 https://doi.org/10.3938/NPSM.71.616

Copyright © New Physics: Sae Mulli.

Exploring the Implications for Physics Teacher Education through an Analysis of Planck’s Explanation for Black-body Radiation

플랑크 흑체 복사 이론의 설명 방식 분석을 통한 물리교사 교육에의 시사점 탐색

Sangwoon KWON, Hongbin KIM*

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08826, Korea

Correspondence to:hongbin633@gmail.com

Received: February 15, 2021; Revised: May 24, 2021; Accepted: May 27, 2021

Max Planck’s theory of black-body radiation is regarded as the beginning of quantum physics and is the first to be addressed in most quantum mechanics education. In many cases, however, the only emphasis is that Planck’s formula explains the experimental results well, while an explanation of where such a formula came from and how important quantum concepts emerged is not well addressed.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understand the structure and the meaning of Planck’ s black-body radiation theory in the context of physics, along with the development process of his formula and quantum concepts. For this purpose, this study carefully analyzed the original paper in 1900, in which Planck published his theory of black-body radiation for the first time, to understand the logical structure and the physical concepts used until his formula was derived. As a result, we found that Planck’s theory of black-body radiation started based on classical physics such as Boltzmann’s statistical mechanics and Wien’s displacement law. In addition, we found that the concept of energy quanta had to be used for a statistical analysis of entropy. These results show that Planck’s theory of black-body radiation connects the contents of classical mechanics and quantum mechanics, and can play a role as a link that enables us to grasp the overall context structure of physics. Moreover, exploration of the original paper, the method of this study, can be a useful method for physics teachers to understanding the structure and the meaning of the theories or concepts in physics, especially in the field of modern physics. This suggests a need to continue research in relation to the content of quantum mechanics that pre-service teachers have difficulty in learning.

Keywords: Quantum mechanics education, Max Planck, Black-body radiation, Missing link, Exploring original paper

막스 플랑크(Max Planck)의 흑체복사 이론은 흔히 양자물리학의 시작이라고 여겨지며, 대부분의 양자역학 교육에서 가장 먼저 다뤄지는 내용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플랑크의 흑체복사 공식이 실험결과를 잘 설명한다는 점만이 강조되며, 그와 같은 공식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중요한 양자 개념이 어떻게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잘 다뤄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플랑크의 흑체복사 공식 및 양자 개념의 형성과정과 함께 그의 흑체복사 이론이 물리학 맥락에서 어떤 구조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플랑크가 그의 흑체복사 이론을 처음으로 학술적으로 발표한 1900년 원전 논문(original paper)을 면밀히 분석하여 흑체복사 공식이 도출되기까지 논리적 구조, 사용된 물리학적 개념 등을 파악하였다. 연구 결과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은 볼츠만(Boltzmann)의 통계역학을 비롯하여 빈(Wien)의 변위법칙과 같은 고전물리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시작되었으며, 엔트로피의 통계적 해석을 위해서 에너지 양자(quanta) 개념을 사용해야 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의 내용을 이어주며 물리학의 전체적인 맥락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본 연구에서 수행한 방법인 원전 논문의 탐구는 물리교사들이 물리학 이론이나 개념, 특히 현대물리학 영역의 이론이나 개념에 대한 구조와 의미를 이해하는데 유익한 방법이 될 수 있으며, 향후 예비교사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양자역학의 내용과 관련하여 계속 연구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Keywords: 양자역학 교육, 막스 플랑크, 흑체복사, 미싱 링크, 원전 논문 탐구

현대 물리학의 한 축을 담당하는 양자역학이 상대성 이론과 더불어 체계화 된 물리학 지식으로 정립 된지 100여 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미 대부분 대학의 물리학 혹은 물리교육 전공 과정에서는 양자역학을 필수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물리학 연구 현장에서는 양자역학을 이론적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들이 끊임없이 수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레이저, 반도체 및 LED 디스플레이 등 우리 일상생활에도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적인 산물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영화 등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서도 양자역학과 관련된 개념이나 내용들이 대중들에게 자주 소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현재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양자역학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1]. 이런 맥락에서 보면 양자역학 교육은 시대적인 요구라 볼 수 있을 것이며, 이에 교사들 또한 학생들에게 양자역학을 잘 가르치기 위해 양자역학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물리교육 연구의 차원에서는 양자역학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며 학생들은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들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일들이 되었다[24].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양자역학을 잘 가르치기 위해 우선적으로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의 한 분야를 잘 이해하는 것이 요구된다. 사실 물리교사가 물리학 내용 지식을 잘 이해하고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함은, 비단 양자역학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물리교사는 물리학의 전 영역에 걸쳐 그 내용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학생들에게 이를 온전하게 가르쳐야 할 수업 역량 또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물리교사의 교육 역량 향상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에 대한 연구 및 교사교육 프로그램들도 끊임 없이 발전되어 왔다. 특히 최근까지는 물리교육을 비롯한 과학교육 연구들이 학문 활동으로서의 과학에 대한 이해 즉, 소위 ’과학의 본성’(nature of science)에 대한 이해를 과학교사로서 지녀야 할 중요한 역량으로 강조해왔으며, 또한 수업 상황에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비롯한 교실 수업 맥락에서의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57].

그러나 한편, 물리교육 및 물리교사교육 관점에서 물리학 내용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비록 학생들이나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물리학 개념에 대한 오개념이나, 그 이해도를 조사하는 연구들이 종종 이루어졌지만, 특정한 물리학 이론이나 개념을 중심으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물리학 개념이나 이론이 물리학 학문 전체의 맥락에서 어떤 이론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등 물리학 이론에 대한 깊고 풍부한 이해를 추구하는 연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리고 물리학 이론 구조 및 의미 등과 관련한 물리교육 연구의 부재는 곧 교사교육이나 수업현장에서 학생들이 물리학 개념 및 이론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광희 [8]는 사범대 물리교육과 전공 교육과정에 대한 예비 물리교사들의 생각들을 조사하는 연구를 통해, 상대적으로 많은 예비교사들이 물리학 I, II, 그리고 일반물리학 수준에서까지 물리학 이론과 개념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물리학 강의에서 개념 이해를 위한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였다. 따라서 물리교육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핵심 중에 하나가 물리학 이론에 대한 지식임을 고려할 때, 물리학 이론 지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물리교사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본다.

한편, 예비 물리교사들에게 있어서 양자역학은 일반물리학에서부터 등장하여 전공과목으로서의 양자역학 과목까지 여러 차례 학습하게 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물리학 영역 또한 바로 양자역학이다. 양자역학 학습과 관련된 기존의 연구들은 학생들이 양자역학 학습으로부터 겪는 어려움은 ‘플랑크 상수’, ‘물질파’, ‘슈뢰딩거 방정식’, ‘이중성’ 등 양자역학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들이나 혹은 ‘힐버트 공간’과 같은 양자역학을 서술하는 수학적 형식 구조, 이른바 양자역학의 형식(formalism) 등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9]. 또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예비 교사들이 양자역학에서 정량적인 계산 문제 풀이에 비해 기초개념에 대한 정성적인 이해나, 양자역학 현상에 대한 의미 해석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였고, 예비 물리교사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양자역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해 보다 철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10,11]. 따라서 예비 물리교사들이 양자역학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양자역학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들이나, 양자역학의 수학적 형식들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체계가 어떻게 자연세계(구체적으로는 미시세계)를 설명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교사들이 양자역학 학습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해소하면서 양자역학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을 추구하고자하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앞서 언급한 양자역학 학습에서의 여러 어려움 중 본 연구는 양자역학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개념들에 대한 온전한 이해에 중점을 두었으며, 우선적으로 ‘플랑크 상수’가 처음으로 등장했던 막스 플랑크(Max Planck)의 ‘흑체복사’(black-body radiation) 이론에 대해 탐구하였다.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은 대부분의 일반물리학, 현대물리 및 양자역학 교재들에서 양자역학 내용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다루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학부수준의 물리학 교재들에서는 레일리-진스(Rayleigh-Jeans)의 자외선 파탄(ultraviolet catastrophe) 문제를 언급하면서 “플랑크가 양자 개념을 도입하여 흑체복사 현상을 이론적으로 잘 설명했다”라는 방식으로 결론적인 서술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반면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과 그 공식이 어디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의 아이디어는 어떤 과정으로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플랑크 상수는 어떻게 등장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찾기는 쉽지 않다2 [12,13]. 또한, 물리학 교재가 아닌 과학사 및 과학 철학의 문헌에서는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의 등장 배경과 과학사적 의의를 비교적 자세히 다루고 있지만(예: [14]와 [15]), 물리교육의 관점에서 이를 조명한 연구는 드물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 연구는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이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탐구하고, 이를 통해 양자역학 교육과 관련하여 물리교사 교육과정에서의 교육적 시사점을 논의하는 연구로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플랑크 본인의 흑체복사 이론에 대한 논문을 상세히 리뷰하면서, 그의 흑체복사 이론의 구조와 맥락, 그리고 의미를 탐구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이 흑체복사 이론에 대한 전개와 설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양자역학 교육에서 흑체복사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과 관련하여 어떠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본 연구를 위해, 물리교육적 측면에서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의 구조와 의미를 어떻게 탐구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는 197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던 저명한 물리학자인 Leon N. Cooper가 Niaz를 비롯한 물리교육 연구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를 참고하고자 한다.

“물리학과 과학을 역사적 맥락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내가 믿는 이유는 오로지 그 시대의 맥락에서만 이해될 수 있는 질문들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의 이슈들은 맥락 속으로 들어갈 때 밝게 드러나게 된다.” ([16], p.42)

Cooper의 생각에 의하면 물리학 내용 지식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지식이 형성되었던 처음 질문을 이해해야 하며, 처음 질문은 그 질문이 등장했을 당시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떠한 물리학 개념이나 이론을 학습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지식이 형성되었던 맥락, 즉 역사적인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역사적 맥락에서의 물리학 학습을 강조하는 Cooper의 의견은 기존의 과학사를 강조하는 과학교육 연구들의 주장과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권상운과 이경호 [17]에 의해 수행된 Cooper 저술의 일반물리학 교재 분석 연구에 의하면, 기존의 과학사 관련 과학교육 연구들은 학생들에게 과학 지식의 인식론적 측면이나 과학의 방법 및 절차 등을 가르치는 차원에서 과학사의 활용을 강조했지만, Cooper는 물리학 이론, 혹은 물리학의 내용 지식 그 자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 맥락을 강조하였다. 물론 이와 같은 Cooper의 물리교육 방법이 그 자체만으로 완전하거나 충분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떠한 물리학 이론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떤 과정을 거쳐 정립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 이론이 궁극적으로 자연현상/자연세계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은 물리학을 학습하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유익한 과정임에 틀림없으며, 특히 교사들은 이러한 학습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물리학 개념 및 이론들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플랑크가 흑체복사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했는지를 탐구해보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플랑크가 처음으로 흑체복사를 설명하는 이론을 발표한 논문을 중심으로 탐구를 수행하였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1900년 12월 Verhandlungen der Deutschen Physikalischen Gesellschaft(독일 물리학회지)3에 실린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 논문 [18]을 상세히 분석하였으며, 논문에서 자세히 기술하지 않은 디테일한 수학적 과정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1901년 1월 Annals of Physics 저널에 실린 플랑크의 논문 [19]을 함께 참조하였다.

본 연구가 플랑크의 흑체 복사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그가 저술한 논문을 살펴보는 방법은, 일종의 1차 문헌(primary source)에 대한 탐구라고 볼 수 있다. 교육 연구로서 이와 같이 1차 문헌을 탐구하고 이로부터 교육적인 시사점들을 이끌어내는 방식의 연구는 그동안의 물리교육을 비롯한 교과교육 연구에서 흔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Galdabini와 Rossi [20]는 물리학의 원전 논문들을 일반적인 과학 교과서와 대조시키면서, 원전 논문을 통해 물리학의 새로운 발견이나 혁신을 위한 노력을 좀 더 생생하게 찾아볼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Jahnke 등은 수학교육에서 1차 문헌들을 활용하는 이점에 대해 논의하면서, 1차 문헌들은 우리가 해당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 아이디어가 발전했던 맥락과 교과가 기반하고 있는 학문의 본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줌을 강조하였다 [2124]. 특히 Jahnke [21]는 수학교육에서 1차 문헌들을 활용하는 것이 2차 문헌을 통해 이미 소개된 내용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하고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2차 문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Arcavi와 Bruckheimer [22]는 1차 문헌을 통해 해당 주제의 발전과 정을 추적할 수 있는데, 이는 2차 문헌을 통해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Barbin [23]은 1차 문헌을 활용함으로써 해당 주제에 스며들어 있는 인식론적/철학적 개념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들에 비추어볼 때, 기존의 교재들에게서 발견하기 힘든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그 이해를 위해 1차 문헌, 다시 말해 플랑크 본인의 흑체복사에 대한 초기 저술 논문을 살펴보는 것은, 해당 주제에 대한 이해를 명확하게 하는 한편, 흑체복사 이론이 어떤 아이디어의 흐름으로 발전했는지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과학 논문은 충분히 정제된 논리와 언어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플랑크가 가지고 있었던 아이디어와 그가 의존했던 당시 물리학 이론의 맥락 등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본 연구의 분석 결과를 통한 교육적 해석에 대한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흑체 복사 이론과 관련한 과학사 및 물리철학 문헌들(예: [14,15], [2528])을 참고하였다.

플랑크는 그의 논문의 첫 인사말과 함께 이 논문의 주제인 흑체복사 이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몇 주 전 저는 모든 정상 스펙트럼에 걸친 복사 에너지 분포에 대한 법칙을 표현하는데 적합해 보이는 새로운 공식을 여러분께 소개하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제가 이미 언급했다시피, 이 방정식의 유용함은, 제가 이전에 논의했던 것과 같이 몇몇 숫자들이 가능한 실험 데이터와 매우 근사하게 일치해 보인다는 것뿐 아니라, 오히려 공식의 단순한 구조, 특히 그 공식이 조사 (照射)된 단색 진동 공명기의 엔트로피가 그것의 진동 에너지에 의존함을 간단한 로그 표현으로 주어진다는 것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18], p.237)

플랑크는 자신이 제안한 흑체복사 공식이 유용한 까닭은 단지 실험적 결과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그가 주목했던 것은 흑체복사 공식이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과 이것이 공명기4들의 진동 에너지와 엔트로피 사이의 단순한 로그 관계로 주어진다는 점이다. 즉, 여기서 추론해볼 수 있는 것은, 플랑크 본인은 그의 공식에 대해 단지 실험 결과를 잘 설명하기 때문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물리학 이론의 어떤 구조적인 본질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논문을 통해 흑체복사 이론을 파악하는데 있어 중요시해야 할 것은,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실험 결과와 맞아떨어지게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 뿐 아니라, 플랑크가 이를 통해 자연현상에 대해, 그리고 물리학 이론의 본질에 대해 어떤 이해를 가지고 있고 어떤 의미를 담아두고 있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본 논문은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 전개를 따라가며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파악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내용을 전개하였다.

1. 통계역학적 접근과 엔트로피(entropy)

일반적으로 많은 교재들이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을 소개하기에 앞서 레일리-진스의 흑체복사 공식을 언급한다. 구체적으로 대부분의 교재들은 그들의 흑체복사 공식은 진동수가 낮은 영역에서는 실험 결과와 잘 들어맞지만 진동수 가 높은 영역에서는 실험값과는 달리 매우 큰 에너지 값이 나오는 이른바 “자외선 파탄(ultraviolet catastrophe)”이 발생한다는 것, 그리고 플랑크의 흑체복사 공식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여 실험 결과와 잘 들어맞는 공식이라는 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플랑크의 이론과 레일리-진스의 이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의 의미를 잘 파악하기 위해 그의 흑체복사 문제에 대한 접근을 레일리-진스의 접근과 비교하며 그 이해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물리학자들은 흑체에서 발생하는 복사파의 진동수별 에너지 밀도를 계산하기 위해 흑체 내부에 전자기파가 정상파를 이루고 있다고 가정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자기파의 에너지 밀도를 맥스웰(Maxwell)의 전자기 이론을 통해 유도하고자 하였다. 레일리-진스의 경우, 각 공명기들에 분포된 평균에너지를 직접적으로 구하는 것으로 흑체복사의 에너지 밀도 공식을 유도하려 했었고, 그 결과 낮은 진동수 영역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높은 진동수 영역에서는 진동수별 에너지 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반면, 플랑크는 레일리-진스와는 달리 간접적인 방법으로 흑체복사 문제에 접근한다. 즉 전자기파의 에너지 밀도를 직접 유도하는 대신, 플랑크는 흑체 내부 벽면에 전자기파와 상호작용하면서 진동하는 공명기(resonators) 를 상상하였다. 하나의 공명기는 하나의 진동수에 해당하는 전자기파와 대응되어 같은 진동수로 진동하고, 이와 같은 진동을 통해 전자기파를 흡수하거나 방출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흑체에서 발생하는 복사파의 에너지 분포를 구하는 것은 흑체 내부의 공명기들의 에너지 분포를 구하는 것으로 환원될 수 있었다. 플랑크가 흑체복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했던 접근 방식의 특징은, 공명기들의 에너지 분포를 직접적으로 구하지 않고, 엔트로피를 고려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는 점이다 (Fig. 1). 플랑크가 서술한 다음의 설명을 살펴보면, 그가 세운 전략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Figure 1. (Color online) Interactions between radiation and resonators in the black-body.

“공명기의 엔트로피는 에너지가 한순간에 수많은 공명기에 걸쳐 분배되는 방식을 통해 측정되기 때문에, 저는 전자기 복사 이론에서 확률을 고려하는 것을 도입함으로써 엔트로피의 양을 정할 수 있다고 추측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확률적 고려의 열역학 제 2법칙으로서의 중요성은 볼츠만 씨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18], p.238)

플랑크는 흑체 내부의 각 공명기들의 진동 양상, 혹은 그것들의 역학적 상태가 모두 동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와 같은 비일관성은 일종의 ‘무질서’를 의미하며, 바로 그 무질서를 통해 엔트로피를 고려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18], p.237). 그리고 엔트로피의 값은 어떤 순간에 공명기들에 분배된 에너지 분포로부터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 단계에서 플랑크가 사용한 무질서 의미로서의 엔트로피의 개념은 루트비히 볼츠만(Ludwig Boltzmann)의 엔트로피 개념이며, 이는 기존의 열역학 교육에서 많이 다뤄지는 클라우지우스 (Rudolf Clausius)의 엔트로피 개념과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5

2. 에너지 양자화(Energy Quantization)

플랑크는 흑체 내부의 전자기 복사장의 에너지 분포를 구하기 위해 전자기 복사장과 상호작용하는 공명기들을 가정하고 그것들의 엔트로피를 구하는 방식으로 전자기 복사장의 에너지 분포를 구하고자 하였다. 그 전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공명기들이 유한하지만 매우 많은 수로 있으며, 각각의 공명기마다 특정 진동수의 전자기파와 공명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진동수 ν 로 진동하는 공명기가 N 개가 있고, 진동수 ν′ 로 진동하는 공명기는 N′ 개가 있는 식으로 모든 진동수에 대해 총 N + N′ + N′′ + … 개의 공명기가 있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각각의 진동수에 해당하는 공명기 그룹들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는, 진동수 ν 인 공명기 그룹은 E, 진동수 ν′ 인 공명기 그룹은 E′ 등으로 정해진다 (Fig. 2).

Figure 2. System of resonators.

그러면 모든 공명기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총 합은 E + E′ + E′′ + … = E0 이다. 전술한 것처럼 공명기들의 엔트로피를 구하는 것이 흑체복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선적인 과제라면,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공명기 전체에 걸친 총 에너지 E0 가 전체 공명기에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찾는 일이다. 이에 대해 플랑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제 각 그룹의 서로 동떨어져 있는 모든 공명기들에 에너지를 분배해야 합니다. 먼저 에너지 E 를 진동수 νN 개의 공명기에 분배합니다. 만약 E 가 연속적으로 나눠질 수 있는 물리량이라면, 이 분배는 무한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가 모든 계산에서 가장 핵심 부분입니다– 우리는 에너지 E가 동일한 부분의 매우 명확한 숫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바로 거기에 자연 상수 h = 6.55 × 10-27 erg·sec를 사용한다고 여기겠습니다. 이 상수에 공명기의 진동수 ν 가 곱해져 에너지 요소 ϵ 이 erg단위로 주어집니다. 그리고 Eϵ 으로 나누게 되면, N 개의 공명기에 나누어야 하는 에너지 요소의 개수 P 를 얻게 됩니다.” ([18], p.239)

볼츠만의 통계적 이해에서 엔트로피는 계의 가능한 미시 상태의 수와 관련된 값이다. 즉, 흑체 내부의 공명기들의 엔트로피는 공명기 계 (resonator system) 의 미시 상태의 수를 찾는 것으로 구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계의 미시 상태는 공명기들에 분배된 에너지 분포로 결정된다. 그런데 만약 에너지의 본질이 연속적인 것이라면 에너지를 어떤 크기로든 얼마든지 쪼갤 수 있기 때문에, 주어진 전체 에너지에 대하여 공명기들에 에너지를 분배하는 방식의 경우의 수(미시 상태의 수) 또한 무한대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명기 계의 엔트로피 값은 무한대로 발산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 상황에서 플랑크의 위대한 업적이 드러난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가정을 제안한다. 바로 공명기들에 저장되는 에너지가 본질적으로 불연속적이라는 가정이다. 플랑크는 에너지는 최종적으로 쪼개질 수 있는 최소 단위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에너지 요소(energy element; ϵ)라고 불렀다. 바로 이 시점을 소위 양자이론의 탄생 순간이라 부른다 [29].

여기에서 플랑크는 에너지 요소의 값으로 ϵ = 를 제안하는데, 실제로 그의 1900년 논문에서는 에너지 요소 개념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별다른 유도과정 없이 곧바로 에너지 요소의 값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이는 마치 플랑크가 어떠한 이론적 근거나 논리적 과정 없이 에너지 요소의 값을 추정하였고, 그 결과가 “우연하게도” 실험 결과와 잘 맞아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플랑크는 1901년 논문에서 에너지 요소의 값이 공명기의 진동수에 비례하는 값이 되어야 함을 기존의 물리학 이론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유도해내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후 절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3. 엔트로피와 에너지의 관계

본격적으로 흑체복사의 에너지 분포 공식을 구하기 위해서 앞선 가정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흑체 내부에는 어떤 정해진 진동수로 진동하는 공명기들이 있으며 그 공명기에 분포되는 에너지가 최소 에너지 단위 ϵ으로 쪼개질 수 있다. 이와 같은 가정들을 바탕으로 공명기들의 엔트로피를 구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분포를 구할 수 있다.

먼저, 진동수가 ν 인 공명기 그룹에 초점을 맞춘다. 공명기 그룹에는 총 N 개의 공명기가 있으며 이 공명기 그룹이 가지고 있는 총 에너지는 E이다. 에너지 E는 총 P 개의 에너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한다. 이와 같은 공명기계의 엔트로피를 구하기 위해서 플랑크는 볼츠만의 엔트로피 개념을 사용하였고,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N 개의 공명기에 P 개의 에너지 요소들을 분배하는 경우의 수를 찾았다. 에너지 분배의 경우의 수를 구하는 방식은 수학적으로 잘 정의되어 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여기서 에너지가 분배되는 각각의 방식을 complexion이라고 부른다.).

# of complexions=(N+P)N+PNNPP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하나의 공명기 그룹에서 가능한 complexion의 수를 구하였다면, 다른 그룹에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complexion의 수를 구할 수 있다. 그리고 각 공명기 그룹들에게서 구한 complexion의 수를 모두 곱한 값을 R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모든 공명기들에 걸쳐 존재하는 총 에너지가 각 공명기 그룹에 적당히 분배되었다고 할 때, 우리는 각 공명기 그룹들에서 하나의 공명기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정상값(stationary value) 또는 평균 에너지를 구할 수 있다. 이는 하나의 공명기 그룹에 분배된 에너지를 공명기의 수로 나눔으로써 구할 수 있다. 진동수가 ν 인 공명기의 에너지 밀도를 Uν 라 하고, 흑체 내부의 진동수 ν 인 전자기파의 에너지 밀도를 uν 라고 하면, 이 둘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μνdν=8πν2c3Uνdν

이와 같은 공식으로의 과정은 레일리-진스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레일리-진스는 이 공식에서의 Uν 를 흑체 내부에 정상파로 존재하는 전자기파의 평균 에너지로 생각했으며, 이에 열역학 이론에서 매우 핵심적인 개념이었던 에너지 등분배 정리(equipartition theorem)를 사용하여, 전자기파의 평균에너지를 Uν = kBT 로 정하고 공식을 전개하였다.6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전개된 공식은 높은 진동수 영역에서 이론적으로 큰 에너지 밀도가 나타나게 되는 이른바 ‘자외선 파탄’의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플랑크는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먼저 공명기 계의 엔트로피를 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공명기들의 평균 에너지를 구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이를 위해 볼츠만이 제안한 2가지의 열역학 법칙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엔트로피를 정의하는 그 유명한 볼츠만의 공식인 S = kB logW와 관련한 열역학 제 2법칙이며, 또 다른 하나는 엔트로피와 에너지의 관계를 온도를 매개하여 정의하는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 변화 공식이다. 그가 이러한 법칙들을 통해 공명기의 진동수별 평균 에너지를 구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앞서 소개한 모든 공명기들에 에너지가 분배되는 경우의 수 R을 생각하면, 이는 전체 에너지가 각 진동수별 공명기 그룹에 어떻게 분배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값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볼츠만의 열역학 제 2법칙을 고려하여 이를 만족시키는 에너지 분배와 이를 통해 구해지는 R값을 생각할 수 있다.7 따라서 정확하게 어떤 값인지 그 수를 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특정 진동수에 해당하는 공명기 그룹의 complexion의 값을 이루는 N; P 값이 하나의 값으로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complexion의 값을 볼츠만의 엔트로피 공식 및 온도 공식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1T=dSdE=dkBlog(R)dNUν=dkBlog(N+P)N+PNNPPdNUν

위의 식에 E = = NUν를 대입하여 엔트로피 (S) 를 진동수가 ν 인 공명기의 에너지 밀도 Uν에 관한 함수로 표 현하면, 다음과 같은 표현을 얻을 수 있는데,

S=NkB1+Uνϵlog1+UνϵUνϵlogUνϵ

이를 Eq. (3)에 따라 Uν로 미분하면 온도 T 와 에너지 밀도 Uν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얻을 수 있다.

1T=dSdNUν=kBϵlog1+ϵUν

이 식을 Uν에 대하여 정리하고, 앞서 정의한대로 ϵ = 를 대입하면, 온도와 진동수에 의해 결정되는 에너지 밀도를 Eq. (7)과 같이 구할 수 있다.

Uν=ϵeϵkBT1=hνehνkBT1 uνdν=8πhν3c3dνehνkBT 1

바로 이것이 현재 교재들을 통해 알려져 있는 플랑크의 흑체복사의 에너지 밀도 공식이다.

4. 에너지 양자화의 값 의 결정

흑체 내부에 존재하는 공명기에 에너지가 분배될 때, 그 에너지는 연속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유한하게 쪼개질 수 있는 대상이었으며, 이는 에너지가 쪼개질 수 있는 최소단위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플랑크는 에너지 요소(energy element)라고 하였으며, 1900년 논문에서는 곧바로 그 값을 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곧이어 1901년에 플랑크는 다른 학술지에 흑체복사 공식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요소에 해당하는 값 가 어떻게 기존의 물리학 이론 및 법칙으로부터 연역적으로 유도되는지 설명하였다[19].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플랑크는 먼저 빈의 변위법칙(Wien’s displacement law)으로부터 시작한다. 흔히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빈의 변위법칙은 특정 온도에서 흑체로부터 발생하는 에너지의 파장별 분포가 다른 온도에서의 분포와 같은 모양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 잘 알려진 공식은 λmaxT = Const이다. 이는 흑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 복사에서 가장 강한 세기를 가진 빛의 파장은 온도에 반비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플랑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공식이 아닌, 1893년 빈이 처음으로 제안한 좀 더 일반화된 변위법칙 공식을 사용한다.

u(ν,T)=ν3fTν

이 공식은 열역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는 스테판-볼츠만(Stefan-Boltzmann) 법칙을 만족하는 일반적인 형태이다.8 이때 함수 f 는 정확한 형태를 알 수 없지만, T/ν 를 변수로 하는 미지의 연속함수이다.

앞서 흑체 내부의 전자기 복사장의 에너지 밀도 u(ν, T)와 공명기의 에너지 밀도 Uν 의 관계를 구하였다.

u(ν,T)=8πν2c3uν

이를 고려할 때, 빈의 변위법칙을 이용하면 진동수가 ν 인 공명기의 평균 에너지를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Uν=νfTν

그리고 이 식은 다시 UνT 의 자리를 바꿔주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T=νfUνν

여기서 함수 f 는 임의의 어떤 미지함수를 표현한 것뿐이다. 앞서 빈의 변위법칙에서 등장하는 함수 f 와 동일한 함수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와 같이 정리된 식을 열역학 제 0법칙, 즉 엔트로피와 에너지의 관계식에 대입하여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1T=SUν=1νfUννS(Uν,ν)=fUνν

이와 같은 결론은 매우 중요한 발견을 보여준다. 이는 공명기들의 엔트로피가 Uν/ν 의 함수라는 것, 즉 평균 에너지와 그 진동수에 의존하는 값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플랑크 자신은 이와 같은 공식이 빈의 변위법칙에 대한 가장 간단한 형식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19], p.244). 이와 같이 정리된 Eq. (12)와 앞서 전개된 Eq. (4)를 비교하면, 자연스럽게 에너지 요소 ϵ의 값이 공명기의 진동수 ν 와 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을 도출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적절한 비례상수를 부여하면 현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너지 양자화 공식 ϵ = h 를 얻을 수 있다.

본 연구는 플랑크가 직접 저술하고 발표했던 논문을 통해 흑체복사에 대한 공식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중요한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탐구하였다. 이와 같은 플랑크의 이론 전개 과정에서 그의 흑체복사 이론의 핵심 즉, 전체 물리학의 학문 맥락에서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은 어떤 구조를 보이고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은 플랑크가 그의 논문 후반부에서 재차 강조하고 있는 내용으로부터 살펴볼 수 있다.

1. 볼츠만의 엔트로피

우선적으로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의 첫 번째 핵심은 그의 이론이 볼츠만의 엔트로피 개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18], p.241). 흑체복사에서 복사장의 진도수별 에너지 밀도를 구하기 위한 플랑크의 차별화된 접근은, 흑체 내부에 존재한다고 가정했던 공명기들의 평균 에너지를 구함에 있어 그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구하기보다는 먼저 엔트로피를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평형 상태에서 다양한 진동수에 대응하는 수많은 공명기들의 진동이 동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종의 ‘무질서’라고 판단하고, 이와 같은 무질서의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로서의 엔트로피 개념, 즉 볼츠만의 엔트로피 개념을 이용하여 흑체복사 문제에 접근하였다. 플랑크는 이와 같은 본인의 접근을 요약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그 외에도, 전체적인 추론은 주어진 에너지를 가진 공명기 계의 엔트로피는 주어진 에너지에 대한 가능한 complexion의 총 수의 로그에 비례하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합니다.” ([18], p.241)

사실, 플랑크가 이와 같은 볼츠만의 통계적 이해를 받아들인 것은 당시의 상황에서 매우 모험적인 일이었다. 현재 우리는 열역학에서 기체분자운동론을 통해 열이라고 하는 것의 본질이 기체 분자의 운동에너지임을 중등 교육과정에 서부터 배우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말 당시에는 아직 분자 혹은 원자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던 시대였으며, 이에 열 현상과 분자운동의 관계, 그리고 이를 원자론적 관점 하에 통계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하고자 했던 볼츠만의 아이디어는 과학자들에게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당시 많은 학자들에게 명망이 높았던 에른스트 마흐(Ernst Mach) 의 경우는 이와 같은 볼츠만의 원자론적인 아이디어에 극심히 반대하고 비판하였다. 이로 인해 볼츠만은 생에 있어서 매우 우울한 날들을 보냈으며, 결국엔 안타까운 자살로 그의 생을 마감하였다 [30].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볼츠만의 통계적 엔트로피의 개념과 열역학 2법칙을 활용한다는 것은 매우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편, 플랑크가 처음으로 흑체복사 연구를 시작했던 1897년 당시, 그는 엔트로피 개념을 중심으로 한 열역학 2법칙이 모든 세계의 근본 법칙임을 흑체복사 문제를 해결함을 통해 보이고자 하였고, 이때 그에게 볼츠만의 통계역학적 아이디어는 결코 선택할 수 없는 논외의 것이었다. 그러나 약 4년에 걸친 작업의 결과 결코 그는 기존의 고전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흑체복사 문제를 엔트로피와 열역학 2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따라서 플랑크가 선택할 수 있는 남은 유일한 방법은 그 전에는 무시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볼츠만의 통계적 해석을 활용하는 것이었으며, 그것이 본 연구에서 보인 것처럼 완벽하게 들어맞은 것이다9 [31].

2. 에너지의 최소 단위 가정

플랑크 흑체복사 이론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핵심은, 그가 공명기들의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볼츠만의 통계적 엔트로피 개념을 활용함에 있어서 흑체복사에서 다루는 에너지를 최소 단위를 가지고 있는 불연속적인 존재로 가정하였다는 점이다. 앞서 3장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플랑크는 흑체 내부의 전자기파와 공명하는 공명기들의 엔트로피를 먼저 구함으로써 이와 같은 엔트로피를 야기하는 공명기들의 에너지 분포를 구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엔트로피를 구하기 위해 에너지 분배의 경우의 수를 ‘셀 수 있는’ 유한한 수로 제한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는 무한히 쪼갤 수 있는 연속된 존재가 아닌 쪼갤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는 최소 단위가 존재하는 물리량으로 가정되었다. 바로 이 지점이, 플랑크 자신으로 하여금 기존의 견고한 물리학 이론에 기초하고 있음에도 ‘행운의 추측’이라고 일컫던 지점이며 [26], 현재 우리는 보통 이를 ‘에너지 양자화’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와 같은 플랑크의 의도와 과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플랑크가 흑체복사 이론이 에너지 양자화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하였다는 결론적인 진술만 알게 된다면, 마치 흑체복사 이론에서 복사의 에너지가 근본적으로 양자화 되어 있다는 듯한 인식을 심어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플랑크는 공명기들에의 에너지 분배 방식을 통해 엔트로피를 계산하려는 목적으로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가정한 것이었으며, 이것이 흑체복사 실험 결과와 잘 들어맞았다는 것은, 에너지라는 물리량의 본질이 양자화 되어 있음을 의미하기보다는, 흑체복사 문제 상황에서 전자기파와 흑체를 이루고 있는 벽면(공명기)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에너지는 양자화 되어 작용한다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10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광자 개념과 플랑크의 양자 개념의 중요한 차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플랑크는 이와 같은 에너지 요소의 값이 ϵ = 로 정의되는 것은 빈의 변위법칙으로부터 유래된다는 점을 강조한다([18], p.241). 에너지가 불연속적이며 나누어 질 수 있는 최소 단위가 있다는 가정은 고전물리학의 관점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런데 일단 에너지의 최소 단위를 가정하게 되면 그와 같은 에너지의 단위 값은 또 다른 비-고전물리학적인 가정을 추가하지 않고도 빈의 변위법칙과 고전 통계역학 체계로부터 연역적으로 구할 수 있다.

3. 고전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의 연결점으로서의 흑체복사 이론

바로 이러한 점을 통해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에서 등장한 최초의 양자 개념이 물리학의 구조와 맥락 속에서 가지고 있는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나는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은 고전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의 연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랑크의 이론은 고전물리학적 관점, 구체적으로 볼츠만의 통계역학적 관점과 엔트로피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고전물리학의 관점과는 동떨어진 에너지 요소 (혹은 에너지 양자) 개념을 가정으로 추가하였다. 비록 그의 이론적인 연구는, 전자기파 및 공명기의 에너지가 연속적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공식들을 사용하면서도 막상 그 에너지를 다룰 때는 불연속적인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비일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후 아인슈타인에 의해 빛 또한 불연속적인 에너지로 이해될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29], pp.26-27; [28], p.447),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은 고전물 리학에서 양자물리학으로 넘어가는 과정 중에 발생한 과도기적 형태를 매우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양자역학을 학습할 때, 고전물리학에서 양자물리학으로 넘어가는 그 연결과정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양자물리학의 시작이 되었다는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개념은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이 가능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개념인데, 많은 경우 플랑크가 에너지 양자 개념을 도입하여 흑체복사를 설명했고 그것이 양자역학의 시작이라는 방식으로만 소개한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플랑크의 양자 개념은 흑체복사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사용한 볼츠만의 통계역학을 비롯한 고전물리학의 이론에서 시작하였다. 이는 양자물리학의 시작인 양자 개념이 그냥 플랑크라는 한 명의 과학자를 통해 마치 기적처럼 주어진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고전물리학 이론으로부터의 논리적, 정합적 맥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맥락은 고전물리학에서 양자물리학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일종의 미싱 링크 (missing link) 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마치 양자역학이 이전의 물리학과 완전히 다른 학문처럼 여겨지게 되는 인식을 방지하며, 고전물리학에서 양자물리학까지 아우르는 물리학의 전체적인 구조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보편상수로서의 플랑크 상수의 중요성

플랑크의 논문에서 보여주는 흑체복사 이론의 전개는, 에너지 양자 값 를 얻게 되는 과정을 통해 보편상수로서 플랑크 상수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물리학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우주의 근본 원리 혹은 근본 법칙 등을 찾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물리학의 목표를 고려할 때, 이미 플랑크의 논문에서는 플랑크 상수 와 에너지 양자의 값 는 자연세계를 설명하는 매우 근본적 차원의 상수이며 물리량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플랑크가 에너지 요소의 값 ϵ = 를 구하는 과정을 다시 한 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플랑크는 흑체 내부의 공명기들에 저장되는 에너지 요소, 즉 에너지 양자들의 엔트로피와 빈의 변위법칙을 비교함으로서 에너지 양자의 구체적인 값을 도출해내었다. 빈의 변위법칙은 흑체의 물리적 특성과 관련하여 흑체의 온도, 복사파의 진동수, 그리고 에너지와 같은 물리량들 사이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법칙이었으며, 이는 당시 학자들에게 충분히 받아들여졌던 스테판-볼츠만 법칙과 키르히호프(Kirchhoff)의 복사법칙11을 만족시키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다. 19세기 말의 물리학이 빈의 변위법칙을 비롯한 이와 같은 법칙들의 이유나 그 원리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런 법칙들은 많은 실험을 통해 신뢰할 수 있었던 경험법칙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빈의 변위법칙과 같은 법칙들은 실제 자연세계에 존재하는 흑체를 비롯한 물체들의 물리적 특성을 잘 서술하는 법칙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빈의 변위법칙으로부터 유도된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의 값은 결국 흑체복사의 실험결과를 잘 설명할 수 있었고, 이러한 점은 에너지 양자의 값 가 자연세계의 어떤 본질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것이라 여길 수 있도록 한다. 이와 같은 아이디어는 이후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과 보어(Niels Bohr)에 의해 확실해졌다고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광전효과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의 값으로 양자화 되어 있는 빛 에너지 개념을 제안하여 빛의 입자적 관점을 훌륭하게 설명하였으며, 보어는 1913년 그의 수소원자 모형에 대한 이론에서 안정적인 정상궤도 사이를 이동하는(jumping) 전자가 전자기파를 방출하거나 흡수하며, 이때의 전자기파의 에너지를 로 표현하는 것이 스펙트럼 관측결과를 잘 설명하고 있음을 보였다. 그리고 보어의 수소원자에서 발생하는 빛의 파장은 1885년 발머(Johann Jakob Balmer)가 정리하여 발표했던 수소기체 방전에서 발생하는 빛의 스펙트럼 공식과 정확하게 일치하였다. 플랑크가 제안한 에너지 양자화의 값 가 빛 에너지의 양자화 값과 동일하다는 점, 그리고 원자 내부 에너지 양자구조로부터 발생하는 빛의 에너지 값과 동일하다는 점은 이것이 자연세계를 이루는 물질, 빛, 그리고 에너지에 대한 본질적이면서도 구조적인 성질을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이처럼 자연세계의 본질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플랑크 상수와 빛 에너지 양자화의 값은 플랑크가 이미 그의 논문에서 빈의 변위법칙 및 고전 통계역학의 개념과 법칙을 존중하면서 이론적으로 유도한 것이라는 점이 본 연구의 분석 결과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다. 그리고 이는 플랑크 상수와 에너지 양자의 값이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의 모든 물리학 체계 안에서 보편상수로서의 큰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본다. 실제로 플랑크는 이와 같은 에너지 양자 값이 자연세계에 대한 본질적 차원의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플랑크 상수 h를 자연 상수 (constant of nature)라고 표현하였다12([18], p.238).

본 연구는 플랑크의 흑체복사에 대한 원전 논문을 분석함으로써 흑체복사 이론의 아이디어 전개와 공식의 유도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통해 물리학 이론의 흐름 가운데 흑체복사 이론의 구조와 의미를 파악하는 연구로 수행되었다.

그동안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은 역사적으로 양자역학의 시작으로서 언급되어 왔지만, 흑체복사 이론에서 왜 양자 개념이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물리교육 자료는 드물다. 양자역학을 비롯한 현대물리학의 영역은 이론의 구조와 의미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기에 교육현장에서는 현대물리학의 결론적 지식 즉, 최종적인 공식이나 실험의 결과들을 파악하고 그것들을 활용하여 다양한 현상에 적용하거나 문제를 푸는 것에 집중해왔다고 본다. 그럼으로써 양자역학과 고전물리학과의 연결성은 더욱 희미해지게 되고, 나아가 물리학이라는 학문 전체의 큰 구조, 맥락, 그리고 의미 등도 다뤄지기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하여 플랑크의 논문은, 이론적인 맥락에서 흑체복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모형과 그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양자 물리학의 시작이라 일컬어지는 에너지 양자화의 개념이 도입되는 지점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시 말해, 플랑크의 논문은 그동안 많은 교재들이 언급하는 ‘플랑크는 처음으로 에너지 양자화 개념을 사용하여 흑체복사 문제를 해결하였다.’라는 식의 결론적 진술과 관련하여 그 맥락과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플랑크의 논문 내용을 분석한 본 연구의 결과는 물리교사들을 양성하는 사범대 교육과정에서의 흑체복사 이론의 학습 및 이해와 관련하여 몇 가지 생각해볼 주제를 제공한다. 다음에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물리교사 교육과 관련한 시사점들을 함께 논의해보고자 한다.

1. 물리교사 교육과정에서 흑체복사 공식을 소개하는 방식에 대한 재고

본 연구의 결과는 플랑크가 흑체복사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흑체 내부를 전자기파와 상호작용하는 공명기(resonator)들로 생각하는데서 시작하고 있음을 보였다. 그리고 흑체 안의 전자기파의 진동수별 에너지 밀도는 각각의 진동수로 진동하는 공명기들의 평균 에너지와 관계되며, 이와 같은 공명기들의 평균 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공명기들에 걸친 에너지 분포가 자아내는 엔트로피를 고려하는 것으로 흑체복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정했음을 보였다. 특히 플랑크의 논문에서는 이러한 아이디어가 단지 개념적이고 정성적으로만 표현되기보다는 각 단계마다 정확한 수학적 표현으로 나타남으로써 치밀하고 논리적으로 전개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논문에 나타난 플랑크의 아이디어 전개는 기존에 없던 이론이나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전물리학 이론의 개념과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물리학 혹은 학부 수준의 양자역학 교재들은 이와 같은 플랑크의 아이디어 전개과정 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며, 많은 경우 “플랑크가 에너지 양자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하여 흑체복사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공식을 제안하였다”라는 식의 진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결론적 진술만 가지고는 플랑크가 흑체복사 현상을 설명하는 공식을 제안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충분한 교육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본다. 반면에 플랑크의 논문은 그가 흑체복사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의 성립 과정을 기존의 물리학 이론을 근거로 하여 수학적 언어로도 매우 상세하고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 이론과 개념에 근거한 상세한 이론 전개 및 공식 유도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이 왜 양자론의 시작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물리교사 교육과정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물리교사 교육과정에서 흑체복사 이론과 고전 물리학 이론의 연결에 대한 재고

플랑크가 그의 논문에서 보이는 흑체복사 이론의 유도과정은 크게 두 가지 고전 물리학적 이론을 그 바탕에 두고 있다. 하나는 전자기 복사파 (radiation) 를 다루는 전자기학 이론이며, 다른 하나는 흑체를 이루는 공명기들의 평균 에너지를 구하기 위한 과정으로서 고려되는 통계적 관점의 열역학 이론이다. 주어진 온도에서 흑체와 열적 평형 상태를 이루고 있는 내부 전자기파 (혹은 복사파) 의 진동수별 에너지 밀도와 흑체 벽면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가정한 특정 진동수로 진동하는 공명기들의 평균 에너지 사이의 관계식인 식 (2) 는 복사파에 대한 전자기학 이론으로부터 유도될 수 있다. 또한 흑체 벽면의 공명기들의 진동수별 평균 에너지는 공명기 계의 엔트로피를 통계적인 관점으로 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또한 단위 에너지의 값을 구하는데 사용한 빈의 변위법칙 등은 열복사에 관련한 개념들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전 전자기학 및 열역학 이론에서 관련된 내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물론 현대 물리학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전 물리학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당연하면서도 일반적인 주장일 수도 있다. 실제로 플랑크의 논문에는 흑체복사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전자기복사파에 대한 이론, 통계적 관점의 엔트로피 개념, 그리고 빈의 변위법칙 등 필요한 고전 물리학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는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을 학습하는 맥락에서 볼 때, 기존의 물리교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 고전 물리학 이론-전자기학 및 열역학-과 흑체복사 이론을 체계적으로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게 한다고 본다.

3. 물리교사 교육과정에서 에너지 양자화의 값 ϵ = 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한 재고

플랑크가 처음으로 제안했다는 단위 에너지의 값 의 등장과 관련한 내용은 과학사적으로 매우 많이 다루어져 왔다. 특히 많은 과학사의 자료들로부터 이와 같은 단위 에너지의 값이 플랑크의 수학적 계산속에서 우연하게 나타난 것이며, 단지 그것이 실험 결과를 잘 설명하고 있기에 받아들여졌다는 내용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분석한 플랑크의 논문은, 단위 에너지의 값 가 오히려 연역적이고 필연적인 값임을 보여준다. 유한하게 쪼개질 수 있는 단위 에너지로의 개념은 공명기 계의 엔트로피를 구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제였으며, 이와 같은 과정에서 엔트로피-에너지 공식과 빈의 변위법칙을 활용하여 매우 논리적이고 필연적으로 단위 에너지의 값이 전자기파의(혹은 공명기의) 진동수 ν에 비례해야 함을 유도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플랑크의 논문에는 흑체복사 문제에서 양자화 된 단위 에너지의 값이 가 되어야 하는 이론적 근거가 제시되고 있을뿐 만 아니라 수학적 전개를 통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에너지 양자화의 값을 설명한다. 반면, 기존의 물리교사 교육과정에서 흑체복사 문제를 다룰 때, 이와 같은 플랑크의 아이디어를 처음부터 따라가면서 에너지 양자화의 값을 유도해내기 보다는, ϵ = 의 결과를 결론적으로 서술하면서 이와 같은 결과가 흑체복사 현상의 실험결과를 잘 설명하고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맥락과 과정을 생략하고 양자화된 에너지의 값이 진동수에 비례한다는 결론만을 제시했을 때, 예비교사들이 얼마나 설득될 수 있으며, 또한 얼마나 그것들을 제대로 이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반성적으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제기한 몇 가지 질문들은 예비교사들이 흑체복사 이론에 대해 물리학 학문 체계 내에서 그 구조와 맥락, 그리고 그 의미를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플랑크의 원전 논문을 탐구하고 분석하는 것은, 그가 제안한 흑체복사 이론이 어떤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이론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이론 전개의 맥락에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플랑크의 흑체복사를 비롯한 현대물리학의 내용 학습의 소재로서 원전 논문의 활용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먼저 플랑크의 논문은 실제 발견의 맥락과는 다른, 상당히 정리된 이론으로서의 결과를 보여준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사실 과학사와 관련된 여러 자료들은 플랑크가 흑체복사 공식을 얻게 된 실제 맥락이 매우 우연적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물리학 이론이나 개념이 처음 등장한 실제의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앞서, 물리학 내용 지식을 가르치면서 무엇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어떤 수업 맥락에서 물리학을 가르칠 때, 과학의 본성이나 과학적 소양의 측면을 학생들이 학습하길 원한다면, 이때는 실제적인 발견의 맥락이 좀 더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과학사적으로 알려진 플랑크의 흑체복사 공식 발견의 에피소드는 그가 공명기들의 엔트로피를 구하는 과정에서 수학적인 가정과 함께 우연적으로 에너지 양자화의 개념과 이에 따른 정확한 흑체복사 공식을 유도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 경우, 과학 지식의 생산은 치밀한 의도와 계산으로부터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우연적인 과정에서의 산물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일종의 과학적 지식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진다. 반면, 본 연구의 관심과 같이 학생들의 물리학 이론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주 목적이라면, 이와 같은 과학사의 에피소드보다는 좀 더 물리학 학문 체계 안에서 이론적 구조, 수학적 언어를 통한 전개, 그리고 그것이 자연현상에 대해 의미하는바 등을 가르치는 것이 더욱 유익할 것이다.

또한, 원전 논문에 대한 탐구와 활용은 예비 물리교사뿐만 아니라 현직 물리교사의 재교육/연수 등에서도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대한 한 가지 사례로서 본 연구자 중 한 명이 담당했던 사범대 대학원 수업에서 플랑크의 원전 논문을 읽고 실제 수업을 위한 자유형식의 교안 (혹은 강의노트) 을 만들어오는 과제를 부여한 바 있다. 이 과제를 통해 다수의 현직 교사들 및 예비교사들이 양자론의 기본개념이 형성되는 맥락, 그리고 의미를 이해하는데 플랑크의 원전 논문 강독이 도움이 되었음을 밝혔다. 예를 들어, 수업에 참여한 고등학교 물리교사들은 플랑크의 원전 논문을 직접 읽은 경험이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많은 텍스트에서 플랑크는 빛의 에너지를 적분 대신 서메이션 (summation) 으로 바꾼 정도나 실험 결과에 잘 맞도록 식을 끼워맞춘 학자 정도로 잘못 인식될 소지가 있도록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플랑크는 엔트로피로 그린 큰 그림이 있었고, 그것은 빛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방식을 바꾸어 차후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로 이어질 만큼 큰 의미가 있었다.” (경력교사 A)

“실제 과학자의 논문을 분석하는 것은 교과서에서 접하는 정제된 교과 내용이 아닌 우리에게 실제 과학적 이론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실제 사례를 알게 함으로써 이론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이해와 여러 측면의 과학의 본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경력교사 B)

마지막으로, 플랑크의 원전 논문의 활용과 관련하여 이와 같은 수준의 물리학 내용 지식이 물리교사에게 필수적인가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즉, 주로 중등학교 수준의 물리학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될 물리교사들에게 있어,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 전개의 내용과 같은 상위 지식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에 앞서 물리교사는 물리학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로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자들은 물리교사가 단지 물리학의 결론적 지식들을 축적하기만 하기보다는, 오히려 물리학 이론이나 개념에 대해 그 구조와 의미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예비 물리교사를 포함한 물리교사들이 물리학 이론이 형성되고 전개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분명히 유익할 것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본 연구를 통해 분석된 플랑크의 원전 논문에는 이처럼 물리교사들이 흑체복사 이론 및 전자기파 에너지의 양자화 개념이 형성되고 유도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으며, 이는 매우 심화적인 내용이나 어려운 수학적 기술 없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이와 같이 이론이 형성되고 전개되는 과정은 그 자체적으로 물리학 이론이 학문 내의 전개 안에서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와 관련하여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예비 물리교사들에게 직접적으로 플랑크의 원전 논문을 읽게 하거나, 혹은 예비 물리교사들을 위한 교수-학습에 원전 논문의 탐구를 활용하는 등 물리학자 본인의 저작물에 대한 탐구는 물리학 지식의 총체적이면서도 심도 있는 이해의 측면에서 교육적으로 매우 유익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와 같이 물리학 이론의 심도 있는 이해를 위한 원전 논문의 탐구와 분석은 향후 예비 물리교사들을 위한 새로운 물리학 교재 개발에 있어서도 가치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 논문은 2020년도 한국과학교육학회 하계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구두로 발표한 내용을 기초로 보완 연구를 하여 수정한 것입니다.

2 대부분 교재에서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은 도입부에 역사적인 맥락으로 간단히 소개된 후, 그 이후에는 흑체복사 이론이나 플랑크 상수에 대한 이해와 긴밀하게 연관시키지 않은 채로 양자역학의 내용지식이 결론적 서술의 방식으로 소개된다. (예를 들어, 슈뢰딩거 방정식, 퍼텐셜 우물 등) 일반적으로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은 그저 플랑크 상수의 출현과 양자(quanta) 개념의 시작으로서의 의미만으로 여겨진다. 어찌 보면 양자역학의 학문체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크게 결정적이지(critical) 않은 것처럼 보임에도, 많은 교재들이 흑체복사 이론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있다는 것은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이 양자역학의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3 플랑크의 1900년 흑체복사 논문은 그가 같은 해 독일 물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텍스트로 옮겨 게재한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영문 번역을 사용하였으나 이론의 전개에 핵심이 되는 부분은 독일어 원문을 병행하여 확인하였다.

4 흑체복사 문제에서 공명기가 등장하는 이유는 플랑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흑체 내부 벽면에 공명기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 공명기들의 에너지 분포를 중심으로 흑체복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절에서 다룰 것이다.

5 구체적으로 클라우지우스의 엔트로피에 대한 설명은, 흔히 공식 dS=dQT 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주의하여 이해해야 할 점은, 클라우지우스의 공식은 열역학적 과정에서에 엔트로피의 변화량을 설명하는 공식이며, 어떤 계가 특정한 상태에 있을 때의 엔트로피의 절댓값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6 구체적으로 레일리-진스는 흑체 내부에서 정상파를 이루는 전자기파는 2개의 에너지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에너지 등분배 정리에 의하면 열평형 상태에 있는 계의 자유도당 12kBT 만큼의 평균 에너지를 가지므로, 레일리-진스는 이때의 Uν 의 값이 2 × 12kBT 라고 생각하였다.

7 볼츠만의 열역학 제 2법칙에 의하면, 자연현상은 항상 계의 상태를 만들 수 있는 미시 상태의 수가 가장 많은 거시상태를 향해서 흘러간다. 흑체 내부의 공명기의 경우 진동수별로 나눠지는 공명기 그룹들에 전체 에너지가 분배되는 것이 거시상태가 될 것이며, 이렇게 에너지가 분배된 공명기 그룹 내의 각 공명기마다 에너지 요소들이 다시 얼마나 분배되는지에 해당하는 것이 미시 상태가 될 것이다. 또한, 계의 엔트로피는 미시 상태 수의 로그값으로 정의되므로, 시간이 지나 평형상태에 도달한 공명기 계의 엔트로피는 이와 같은 미시 상태의 수가 최대가 되는 값으로 결정될 것이다.

8 일반적으로 스테판-볼츠만(Stefan-Boltzmann) 법칙은 흑체에서 발생하는 단위면적당 복사 에너지는 흑체의 온도의 4제곱에 비례함을 나타내며, 수식으로는 j = σT4 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σ는 스테판-볼츠만 상수이며 그 값은 약 5.67 × 10-8 Wm-2K-4 이다. Equation (8)을 진동수 영역 전체에서 적분하면 전체 에너지 밀도가 T4 에 비례함을 확인할 수 있다.

9 이는 마치 “불가능한 것을 전부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말이 되지 않더라도 진실일 수밖에 없다.” [32]라는 셜록 홈즈의 유명한 명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10 플랑크의 흑체복사 이론의 결론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 대표적인 물리학자 중 닐스 보어(Niels Bohr)가 있다. 그는 전자기파가 흑체 벽면, 즉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에너지가 양자화되어 작용한다는 것을 물질 혹은 원자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으로 여기고, 플랑크의 에너지 양자 개념을 활용하여 자신의 원자 모형에 대한 이론을 제안하였다 (Bohr, 1913, p.4) [33].

11 키르히호프 (Gustav Kirchhoff) 의 복사법칙은 열역학적 평상 상태에 있어 열적 복사(radiation)를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임의의 물체는 물체의 종류와 상관없이 항상 복사의 방출률 (emissivity) 과 흡수율 (absorptivity)이 동일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흑체의 복사 스펙트럼은 온도와 진동수(또는 파장)에 관한 보편적인 함수로 주어진 다. 즉 복사 스펙트럼 에너지 밀도 함수 u = u(ν, T) 이다.

12 이 당시 플랑크는 플랑크 상수 혹은 ‘작용 양자’라고 불리는 h의 성질이 고전역학의 틀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플랑크 상수가 원자 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자연 과학의 영역을 열게 되었다고 플랑크는 회고하였다 ([34], pp.44-45). 플랑크 본인도 인정한 바와 같이 플랑크 상수는 원자 물리학 및 양자 역학의 체계에서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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