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Article Title, Author, Key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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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hys.: Sae Mulli 2024; 74: 824-836
Published online August 30, 2024 https://doi.org/10.3938/NPSM.74.824
Copyright © New Physics: Sae Mulli.
Yong Wook Cheong1, Gwanghee Jo2, Youngrae Ji3, Wooseok Choi4, Jaehyeok Choi5*
1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Gyeongsang National University, Jinju 52828, Korea
2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Chosun University, Gwangju 61452, Korea
3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Sunchon National University, Sunchon 57922, Korea
4Secondary Education Division, Seoul Metropolitan Office of Education, Seoul 03178, Korea
5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Chonnam National University, Gwangju 61186, Korea
Correspondence to:*choi@jnu.ac.kr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This study is a self-study by a teacher educator who designed and operated a one-semester PBL course using the micro:bit. As a professor of physics education who majored in both physics and science education and is currently working at a college of education, I explore the social demand for physics education that reflects informatization and digital literacy and the direction of change accordingly, and to consider subject identity. To this end, I opened a PBL course to explore the use of the micro:bit in physics education and conducted research using self-study techniques focusing on awareness and practice. Students taking the PBL course who participated in the study developed a positive perception of the usability of the micro:bit in physics education through engineering output projects and physics inquiry activity development projects. In this process, through discussions with critical colleagues, the possibility and limitations of new digital tools became more clearly recognized, and the direction and elements of the teacher education curriculum related to the use of the micro:bit were elaborated. As I began to focus on the educational potential of producing engineering outputs as new scientific inquiry activities, I came to perceive more positively the direction of innovation and its practical possibilities in converging science and engineering through educational tools such as physical computers, including the micro:bit.
Keywords: Self-study, Digital literacy, Integrated education, Micro:bit, Physical computer
본 연구는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여 한 학기 과정의 PBL 과학교육 강좌를 설계하고 운영했던 교사교육자의 셀프스터디이다. 나는 물리학과 과학교육을 모두 전공하고 현재 사범대학에 재직 중인 물리교육과 교수로서, 정보화와 디지털 소양을 반영한 물리교육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그에 따른 변화 방향을 탐색하고, 교과의 변화에 대해 고찰하고자 이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물리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의 활용을 탐색하는 PBL 교과목을 개설하고 이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중심으로 셀프스터디 기법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PBL 강좌 수강 학생들은 공학적 산출물 프로젝트와 물리탐구활동 개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물리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의 활용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비판적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도구의 가능성과 제한점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면서 마이크로비트 활용과 관련한 교사교육과정의 방향과 요소들을 정교화하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공학적 산출물 제작이라는 새로운 과학탐구활동의 교육적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면서 마이크로비트를 위시한 피지컬 컴퓨터라는 교육 도구를 통해 과학과 공학을 융합하는 혁신의 방향과 그 실질적 가능성을 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Keywords: 셀프 스터디, 디지털 소양, 융합교육, 마이크로비트, 피지컬 컴퓨터
물리교육 혹은 과학교육의 연구와 실천이 심화되면서 그것의 정체성 변화와 관련된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를테면 STS 교육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을 둠으로써 과학개념과 탐구에 집중하던 기존의 과학교육의 관심을 확장하였다[1]. 이어서 등장한 사회과학적 이슈(SSI)나 과학윤리와 관련된 과학교육 연구도 정체성 확장 혹은 변화 시도와 관련된다[2, 3].
한편 교육에서 교과 간 분절성에 대한 문제 인식에서, 융합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학교육과 공학교육의 융합의 필요성은 일찍부터 제기되었고, 최근에는 과학, 기술, 수학을 융합하는 STEM 교육이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4, 5]. 우리나라도 STEAM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실천이 시도되고 있다[6].
AI로 대표되는 사회변화와 새로운 디지털 도구의 등장과 함께 계산적 사고와 디지털 소양이 교육의 목표로 부각되었다[7]. AI 등의 디지털 기술혁신을 반영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소양은 언어 소양, 수리 소양과 더불어 기초 소양으로 지정되었다[8]. 국가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소양이 부각되면서 물리 교육에서 이를 반영하는 세부 방향과 방안의 탐색은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최근에 피지컬 컴퓨터라는 교육 도구가 등장하여 융합기반의 물리교육에 활용되고 있다[9, 10]. 도구의 변화는 인간과 사회의 혁신에 큰 영향을 미치며, 도구의 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은 사회적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본 연구가 디지털 소양이라는 교육목표에 주목하는 이유도 교육과 직업에서의 도구 변화와 관계되기 때문이다. 현 시점은 도구의 변화로 인한 교육의 변화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크다.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 정보화의 흐름을 반영하는 교육도구이자 과학교육의 잠재적 도구인 마이크로비트의 물리교육 맥락에서의 활용을 탐색하고자 한다[11-13].
과학교육에서 디지털 소양을 위한 혁신을 시도하고 관련된 융합교육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은 곧 과학교육의 내용적인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테면 마이크로비트라는 도구를 과학교육에 도입할 때 정보 교과, 수학 교과의 내용이 연계, 융합되면서 개발된 교육 콘텐츠가 기존의 과학교육 콘텐츠를 넘어서 확장된다. 이러한 확장은 교육 내용의 변화를 동반하게 되는데, 변화 후에도 여전히 과학교사와 과학교육 전문가가 충분히, 그리고 충실하게 다룰 수 있는 방향과 범위일 때 현실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혁신이나 융합의 시도에서 방향과 범위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셀프스터디는 질적 연구방법의 하나로 자기 자신의 실천이나 생각 등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14]. 셀프스터디는 질적 자료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수업개선을 위한 실행을 추구한다는 특징도 갖는다[15-17]. 본 연구와 같은 혁신과 융합 시도는 교과의 내용과 방향성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며, 이러한 변화의 적절성에 대한 성찰과 인식의 심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셀프스터디를 연구방법으로 선택하였다.
본 연구는 마이크로비트를 과학교육에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예비교사 교육을 위한 한 학기 과정의 PBL 교과를 설계, 운영했던 경험에 대한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비판적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교육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자의 인식과 실천을 심화시키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초점을 맞추었고 부분적으로라도 해답을 찾으려고 했던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아래와 같으며, 이에 대해 물리교사 교육자로서 인식을 명확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그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하였다.
첫째 융합과학교육의 도구로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물리예비교사를 위한 PBL 과목운영에서 나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해결하려 하였으며, 과목운영의 성과에 대한 나의 인식은 어떠한가?
둘째 융합과학교육의 도구로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물리(예비)교사교육의 내용선정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이며, 나의 물리교사교육 혁신의 지향점은 어떠한가?
본 연구를 수행한 나는 양자정보이론이라는 물리분야로 연구를 진행하다가 과학교육학 박사학위를 다시 받고 물리교육으로 인생의 진로를 변경하였다. 이후에 지방 거점국립대학교의 물리교육과에 물리교육학 전공자로 임용되었고, 연구와 교육을 종합할 때 물리학자보다 물리 교육학 연구자에 가까운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물리교육학을 공부하고 다시 물리 내용학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물리교육과에서 다루는 물리학 강의는 물리학과에서 다루는 것과 달라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즉 나는 물리교육의 고유한 정체성을 위한 물리내용학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뿐 아니라 나는 사회과학적 이슈(SSI)등 새로운 과학교육 연구를 접할 때 해당 연구가 과학교육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연구인지를 마음속으로 따지기도 하는 등 여러 면에서 물리교육 연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편으로 학부를 건너뛰고 대학원 박사과정부터 교육학을 공부한 것에 대해 되돌아 볼 때 내공부가 교육연구를 위한 것이었고 교육의 실천과 관련된 공부는 소홀했다는 생각도 있었다. 이런 인식 속에서 교과교육론과 교재연구 및 지도 관련 교과목을 운영하면서 학부부터 사범대를 나온 정통 교과교육학 연구자들의 실제 과목 운영은 어떠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 교과교육학 연구자와 함께 하는 셀프 스터디 연구에 대한 제안을 받았고, 이들과의 협력을 통한 비판적 성찰이라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은 나를 셀프 스터디로 이끌었다.
한편 나는 교육에서 분과 간 경계를 허무는 융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고, 연구실 이름을 ‘융합 물리교육 연구실’로 정하기도 하였다. 또한 미술교육이나 수학교육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교과를 넘나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융합 교육에 대한 나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우면서 강력한 기능을 가지는 피지컬 컴퓨터인 마이크로비트를 접하면서 더욱 커졌다.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과학교육을 고민하면서 나는 이 새로운 도구가 과학, 정보, 수학을 실질적으로 융합하는 교육의 방안일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11-13]. 나는 이론물리 연구를 수행했던 경험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중요한 연구의 도구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모든 이를 위한 과학적 소양이라는 보편적인 교육목표를 생각할 때는 코딩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이크로비트와 스크래치 등 블록을 이동하여 코딩을 진행하는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경험하면서 블록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동하는 피지컬 컴퓨터의 교육적 확장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구체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하였다[18]. 이 과정에서 디지털 소양과 관련된 현재의 과학교육 혁신이라는 방향성에는 크게 찬성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나는 연구의 지나친 앞서가기와 시행착오를 줄여서 현장에서 적절히 수용 가능한 수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물리학, 물리교육학 연구를 모두 경험한 나에게도 복잡하고 번거로운 도구라면 현장에서의 광범위한 적용은 어렵다는 자체적인 기준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보다 널리 알려진 피지컬 컴퓨터인 아두이노 대신 마이크로비트라는 도구에 주목하게 된 중요 이유가 되었다.
나는 마이크로비트에 대해 일종의 개인적 열광상태를 경험하였고, 이를 나누기 위해 교원연수, 영재교육 상황에서 여러 차례 강의하였다. 또한 관련 PBL 교과목을 물리교육과에 신설하여 한차례 운영하면서 과학교육에의 활용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탐색했는데, 지난 교과목 운영에 대해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은 상태였다. 마이크로비트에 대해 혼자만 너무 열광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상황에서 비판적 동료와 함께 하는 셀프스터디를 통해 질적 연구 전통의 반성적 고찰, ‘날것으로 보기’를 진행하여 나의 인식과 실행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본 연구에서 수업개선의 대상이 된 강의는 1학년 2학기에 개설되는 ‘통합과학 창의융합 PBL’이라는 3학점의 교과목이었다. 나는 이 과목을 마이크로비트라는 도구를 소개하여 정보화와 디지털 소양과 관련된 과학교육 혁신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교과로 신규 개설하였다. 이 과목은 2020년에 신설되었고, 나는 첫해의 강좌운영과 성과에 대한 상당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에 2021년 가을학기에 학생 16명이 참여하는 강좌를 다시 운영하면서 셀프스터디를 통한 강의개선과 나의 인식 개선을 시도하였다. 과목 개설 시기는 학과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유일한 학기라는 점에서 부득이하게 선택된 것이다. 개설 학기로 볼 때 과목 수강생들이 물리나 물리교육에 대해 아직 본격적인 전문성을 쌓기 전이라 할 수 있으며 과목 수강 학년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또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스크래치, 엔트리, 코딩, 아두이노, 마이크로비트 등 과목 이수와 관련된 선행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조건들이 내가 과목 운영의 방향과 난이도를 산정할 때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되었다.
이 교과목은 코딩과 하드웨어 연결을 포함하는 마이크로비트 사용법을 학기 초에 약 5주간 익힌 후 두 번의 모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과목운영 초반부의 마이크로비트 기능 익히기는 기본 코딩, 센서의 활용 및 데이터 수집 등을 다루었다. 첫째 모둠 프로젝트는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여 과학관에 전시할 전시물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공학적 산출물 제작 프로젝트였으며 3주간 진행되었다. 두 번째 모둠 프로젝트는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물리탐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으로 5주간 진행되었다. 과목 운영과정에서 4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총 4개의 모둠이 구성되었다. 학생들은 매주 코딩과 관련한 모둠과제 및 개인 과제를 수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모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한편 나는 같은 기간 동안 AI 융합교육대학원에서 현직 교사들이 수강하는 PBL 수업기반 교과목도 개설하여 운영하였는데, 이와 관련된 경험도 본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참고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과목 수강생들이 제출한 과제와 모둠 프로젝트 산출물, 학기 초 설문, 모둠 프로젝트 진행 후 설문, 학기말 설문이 기초자료로 수집되었다. 아울러 2021년 7월 13일부터 2022년 2월 9일까지 총 15회에 걸쳐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면서 비판적 동료와 과목 운영 계획과 운영 결과를 논의하였고 이 과정에서 나의 관점과 부각된 이슈들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토의하였다. 본 연구와 관련된 논의는 매 회의에서 약 1시간 안팎으로 진행되었다. 내 교과목 운영이 회의의 중심이 되면서 나는 회의 전에 회의자료를 만들고 수업 전후로 반성일지를 작성하고 부각된 이슈를 중심으로 비판적 동료와 논의하였다. 수업 의도와 계획, 성과 및 진행과정에서의 어려움 이에 대한 나의 성찰을 포함하도록 반성일지를 작성했으며, 반성일지는 비판적 동료와의 논의과정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자료였다.
본 연구는 코딩교육과 정보교육의 도구로 개발된 마이크로비트를 과학교육에 활용하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PBL 교과목 운영을 기반으로 한다. 큰 틀에서 본 연구는 디지털 소양과의 융합을 강조하는 물리교사교육 교육과정의 개선에 대한 것이다. 이를 고려하여 나는 수업에서 되도록 물리교육의 맥락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다루려고 노력하였다. 이를테면 나는 물리교육의 맥락에서 물리, 정보, 수학의 융합을 반영하는 새로운 예제를 개발하였다. 마이크로비트는 기본적으로 코딩 교육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예시 등 통용되는 여러 예제들은 물리가 아닌 정보 교과를 중심으로 한 융합 교육의 색채를 띤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보다 물리의 색채를 띠는 융합 예제로 LED 출력의 정교한 조정과 같이 물리량의 정량화와 관련된 예제를 개발하여 수업에서 다루었다. 이를테면 주변 밝기에 따라 가로등의 밝기도 연속적으로 달라지는 자동 가로등 예제를 개발하였다. 또한 포텐셔미터의 입력값을 조절함으로써 빛의 삼원색의 조성이 달라져서 출력되는 LED의 밝기나 색상이 정량적으로 조절되는 문제 등 LED의 출력과 관련된 여러 정량화된 활동을 수업에서 다루었다. 또한 센서를 통한 데이터 수집 및 자동 기록의 여러 방식을 학생들에게 소개하여, 마이크로비트를 과학탐구에 활용하는 기본 방식을 익히게 하였다.
한편 모둠프로젝트 운영과정에서도 물리교육이라는 초점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이를 위해 첫 번째 모둠프로젝트인 공학적 산출물 제작 프로젝트보다 두 번째 프로젝트인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물리탐구 프로그램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또한 공학적 산출물 제작과제에서 과학관 전시물 제작으로 범위를 좁혀서 물리교육와의 연관성을 높이려 하였다.
이와 같은 나의 여러 노력에도 본 연구의 기반이 되었던 과학교육 PBL 교과목의 운영과 관련하여 여러 어려움을 겪고 해결하며 인식의 전환을 경험해야 했다. 첫째 본 수업에서 학생들은 코딩 과정의 세부적인 조율보다는 주제 선정 과정과 코딩 문제해결을 위한 큰 틀의 방향 선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의 자유탐구에서 주제선정과정의 어려움은 잘 알려진 것이다[19]. 또 학생탐구에서 주제 선정에 시간을 느슨하게 소모하다가 후반부에 급하게 주제를 바꾸어 탐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동안의 나의 직간접적 경험이었다. 이를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 주제 선정 기간을 되도록 짧게 잡았고, 제한된 기간에 주제를 잡지 못한 모둠에 대해서는 내가 사전에 준비한 프로젝트 주제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하였다. 이러한 주제 선성 방식은 사전에 공지되었고 결과적으로 다수의 모둠이 내가 사전에 준비한 주제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학기 말 설문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주제 선정 방식에 대한 학생의 의견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한편 학생들은 주제 선정 후에 문제해결을 위한 방향 설정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막힌 상황에서 교수자의 간단한 조언으로 방향이 바로 잡히고, 일단 방향이 잡히면 그 이후의 알고리즘의 구체화는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둠 과제나 모둠 프로젝트 상황에서 이러한 모습들이 다수 노출되었고, 나의 반성일지에도 다음과 같이 관련된 논의들이 반복하여 등장하였다.
“학생들이 막히는 부분은 주로 아이디어를 내는 부분, 즉 전시물의 방향을 잡거나, 핵심 알고리즘을 생각해내는 것이고, 일단 문제해결을 위한 알고리즘의 방향이 나오면, 그것을 코딩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여하튼 (학생이) 해결할 수 있는 과정으로 보인다.” (나의 반성일지, 2021.10.21)
“학생들의 해결 과정을 보면 중간에 복잡한 코딩 수정을 하려는 경우가 보였다. 내가 냈던 과제활동은 비교적 작은 수정으로도 과제완수가 가능한데, 그것을 넘어서 더 복잡하게 바꾸려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오랫동안 마이크로비트 코딩을 한 셈이고, 코딩을 다듬는 과정도 여러 차례 거치면서 내 코딩은 비교적 단순화되어 있다. 초보자의 경우는 이러한 단순함에 바로 도달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나의 반성일지, 2021.9.30)
결과적으로 나는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학생의 어려움이 주로 주제 선정 과정이나 문제해결을 위한 큰 틀의 방향 선정 과정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와 관련한 방향 선정에 대해서는 교수자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학생의 문제 해결을 도왔고 그 이후의 과정은 학생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이끌었다. 이러한 정도의 교수자 개입을 위한 지도역량은 학생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둘째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마다 코딩역량과 의지에서 제법 차이가 나는 모습이 나타났다. 모둠 프로젝트 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인 코딩을 소수의 학생이 담당하는 모습이 보였고, 상당수 학생들이 코딩과 동떨어진 활동만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다. 교수자로서 나는 소수의 학생에게 코딩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학기 초부터 일련의 시도를 하였다. 이를테면, 처음에 마이크로비트의 기능을 학생들이 익히게 할 때, 일련의 예제 코딩을 수행하게 한 후, 모둠 과제를 부과하고, 모둠과제보다 약간 쉬운 개별 과제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역량 있는 학생이 모둠과제 수행에 앞장서더라도, 모든 학생이 코딩에 익숙해지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또 공학적 산출물을 제작하는 모둠 프로젝트 활동에서 모둠마다 여러 대의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도록 하되, 마이크로비트마다 코딩을 맡은 모둠원을 다르게 지정하는 조건을 부과하여 코딩이 특정 학생에게 몰리는 것을 막으려 하였다. 그럼에도 학기가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코딩 역량과 의지에서 제법 차이가 나는 모습이 보였고, 모둠 활동에서 소수의 학생들에게 코딩활동이 집중되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현상에 대해 모둠 프로젝트에서 코딩과 관련이 적은 역할을 맡던 한 학생은 모둠활동에 필요한 코딩에 대해서 “꽉 막힌 것 같고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할 엄두가 안 난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교수자로서의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학생들만 주도성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코딩역량을 갖추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
학기 초 설문을 통한 코딩 관련 선행학습 경험에 대한 조사결과와 학생의 코딩역량의 차이를 비교해본 결과 본 연구에서 나타난 학생의 코딩역량 차이는 코딩 관련 선행학습 유무와 관련이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개인별 문제해결 역량과 사고력의 차이가 코딩역량의 차이를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
학생들의 코딩역량의 편차라는 문제는 2021년 이후의 과목 운영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예제를 따라 하면서 기본 기능을 습득하고 일부를 변형해보는 것과, 프로젝트 활동을 위해 새로운 코딩을 수행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문제는 물리교사 교육의 목표를 설정할 때 중요한 고려 사항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해서는 다음 절에서 보다 상세히 논의하고자 한다.
셋째로 학생들은 수학적 사고의 적용에 어려움을 보이거나 수학과 관련된 예제에 대해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수학과 관련된 문제 상황들은 코딩과 관련된 예제로 많이 활용되며, 내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때도 그러하였다. 이러한 기억에서 나는 변수, 반복문 등 코딩의 기초기능을 다룰 때 등차수열의 합 구하기, 한붓그리기 등 수학 문제를 통해 코딩을 습득시키려 시도하였는데,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의 눈빛이 흔들리는 등 수학 관련 과제에 대한 불편한 모습이 확인되었다.
또한 학생들은 포텐셔미터나 마이크로비트의 기울기의 입력 값에 따라 출력 LED에서 삼원색의 비율을 조정하는 문제와 같이 입력과 출력 사이의 정량적인 관계를 규정해야 하는 문제를 어려워하였다. 이를테면 모둠 프로젝트 진행 중에 학생들은 두 개의 포텐셔미터의 입력값
이 결과는 여러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포함하지만, 기본적인 비례관계는 중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해당 모둠 학생들은 이 관계식을 직접 도출하지 못하였고 결국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나의 도움이 필요하였다. 이 외에도 변수 사이의 정량적 관계를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상당히 만만찮은 과제라는 것이 여러 차례 나타났다. 변수 관계 설정에 대해 학생들의 상당수가 버거워하는 모습이었고, 일부 모둠원들이 추론한 결과를 모둠 전체가 논의 없이 활용하는 모습도 보았다.
수학과 관련된 학생의 어려움과 관련하여 비판적 동료들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한 비판적 동료는 변수를 설정하고 한줄, 한줄 코딩하는 과정을 학생들이 굉장히 어려워하는 것 같다는 경험과 함께 자신의 파이썬 코딩에서도 변수와 관련된 어려움이 있었음을 이야기하였다. 텍스트 기반 언어인 파이썬보다 쉬운 블록 기반 언어에 기반하는 본 연구에서도 유사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볼 때 학생들의 어려움은 수학적 사고의 적용 자체에 대한 어려움으로 판단된다. 한편으로 본 연구에 나타난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어려움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기 때문에 더 두드러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학생의 반응과 어려움은 수학과 관련된 코딩예제의 교육적 활용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수학과 관련된 여러 코딩 예제에 익숙했고, 이 중 일부를 수업에서 활용했지만, 학생들의 불편한 반응과 어려움을 보면서 수학의 활용도 상대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물리 교과에의 활용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초반에 수학으로 인한 부담을 줄 수 있는 코딩예제로 학생들의 의욕을 꺾을 일을 만들지 말아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량화를 포함하는 과제들에 관련된 수학적 요소는 나의 처음 기대와 달리 여러 학생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주는 것이었다. 정량화의 도입은 교과 정체성의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구체적으로 다룰 수학적 관계에 대해서는 적정한 수준과 단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고 교수자의 개입 정도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넷째로 수업에서 학생들의 마이크로비트 사용 과정에서 의도된 대로 작동하지 않는 여러 어려움이 나타났다. 내가 마이크로비트에 주목한 이유가 상대적으로 익히기 쉬운 도구라는 점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이유로 나타난 불안정한 작동은 나를 당황하게 하였다. 그리고 원치 않는 방식으로 수업이 지체되는 것이 불편했다. 불안전한 작동의 문제는 이전에도 간헐적으로 나타난 것이었지만, 당시에 나는 새로운 도구의 매력에 경도되어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았었다. 본 연구를 통해 비로소 나는 이 문제의 심각성과 그것이 교사교육에서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를 인식하게 되었다. 마이크로비트가 상대적으로 쉬운 도구이긴 하지만 처음 접하는 학생에게는 그것도 새로운 도구이자 일종의 블랙박스이므로 학생들이 사용에 익숙해지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다음은 처음 접하는 도구의 어려움을 반영하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반성일지에 기록된 것이다.
“포텐셔미터로 LED의 출력을 조절하는 과제활동에서 학생들이 의외로 감을 잡지 못했다. 포텐셔미터 입력값(0–1023)을 LED 출력값(0–255)으로 변환할 때 단순 비례식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학생들이 정수만 가능하다고 지레 판단하여 입력값에 따라 출력값이 계단식으로 커져야 한다는 식으로 더 어렵게 생각하였다. 디지털기기이므로 정수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의 반성일지, 2021. 9.23)
실제 수업에서 의도한 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주로 외부 센서와 마이크로비트를 하드웨어적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나는 기존의 수업을 통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추가로 나타나서 나를 당황하게 했다. 이를테면 여러 차례 사용하면서 센서 모듈이나 점퍼선 케이블의 연결부가 헐거워져서 나타나는 부품의 연결성능 저하 문제, 모터 관련 부품의 내구성 문제, 확장 쉴드에서 핀의 기능 차이, 마이크로비트 어플의 업데이트로 인한 어려움 등을 수업에서 새로이 겪었고, 이러한 문제로 인한 이상 작동을 해결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마이크로비트는 학생은 물론 나에게도 일종의 블랙박스이고, 블랙박스가 이상 작동할 때 문제를 찾고 이를 제대로 작동시킬 역량이 교수자에게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다.
마이크로비트가 상대적으로 학습하기 쉬운 피지컬 컴퓨터로 주목받고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마이크로비트도 낯설고 두려운 장비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도구를 익힐 때 학습 초기에 도구의 안정적인 정상작동은 학습자의 동기유발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건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려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비판적 동료와의 토의 과정에서 문제 상황의 발생은 중요한 교육적 기회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나 탐구 상황에서라면 문제의 발생과 해결은 학생의 탐구역량을 키울 기회라는 것은 나도 동의가 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도구를 배울 때는 되도록 문제가 없이 작동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도구를 배울 때의 불안정한 작동 경험은 결국 그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논의한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과목 운영, 특히 두 차례의 모둠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의 성취와 긍정적인 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모둠 프로젝트는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여 과학관에 전시할 전시물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물리탐구활동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전시물 제작 프로젝트의 경우 일종의 공학적 산출물 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 산출물의 질이 상당히 높았다. 학생들의 최종 프로젝트 산출물 중 하나는 한 국립과학관에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의 기능을 실제로 재현하고 과학관 전시물에는 없는 추가적인 기능까지 부과한 것이었다. 또 다른 산출물에서는 내가 마이크로비트로 구현하여 연구논문으로 발표한 빛의 삼원색 합성과 관련된 전시물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추가 조건까지 만족하였다[11]. 주제 선정과정에서 내가 사전에 준비한 주제들이 주로 선택되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성취는 제한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렇지만 주제 선정 이후에 학생들의 수행과정에서 적절한 지도가 제공된다면 학생들이 마이크로비트로 구현하는 전시물의 수준이 매우 높을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뜻깊은 성과로 볼 수 있다.
전시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안 중 하나는, 산출물이 만족해야 하는 세부적인 조건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빛의 삼원색 합성과 관련한 색변화를 보여주는 산출물을 만들 때 색변화가 분절적으로 나타나도록 만드는 것이 기본일 수 있다. 여기에 색이 연속성을 띠면서 변하는 조건을 추가로 부여하는 식으로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에서 과제의 난이도와 산출물의 질을 조절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조건을 부여하는 식으로 과제를 심화시키다 보니 학생들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교수자가 제안하는 조건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제안 조건이 충족되면 된다는 식으로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한 비판적 동료와의 토의 과정에서 나의 조건제시 방식이 다소 일방적이었다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고 보다 양방향적인 조건부여 과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한편 새로운 물리탐구활동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학생들에게 상당히 버거운 주제였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학생들의 초기 아이디어는 교과서의 실험을 단순 수정하여 측정 방법만 마이크로비트로 대체하는 식이었다. 이때 활용 가능한 센서의 성능과 정밀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여 학생들의 구상은 현실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웠는데, 이러한 문제를 설계 과정에서 스스로 인식하는 것은 학생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로 보였다. 결과적으로 교수자인 내가 사전에 준비한 탐구주제를 토대로 학생들이 탐구를 수행하는 상황이 되었고, 학생들은 결합 진자의 맥놀이 측정, 용기의 색에 따른 복사평형의 차이 등의 주제에 대한 실험활동을 수행하여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실험설계 및 수행에서 변인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학생들의 미비한 탐구역량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탐구활동을 개발하는 것은 아직 본격적으로 물리교육을 공부하지 못한 1학년 학생들에게는 다소 무리였다는 판단이 들었다.
공학적 산출물 제작 프로젝트와 물리탐구활동 개발 프로젝트의 산출물에 대한 만족도 차이는 학생들의 설문에서도 나타났다. 공학적 산출물 제작 프로젝트의 수행결과에 대한 학생의 만족도를 5점 리커트 척도로 조사한 점수는 4.8로 매우 높은 편이었고 다른 모둠의 산출물에 대한 평가도 유사하였다. 반면 물리탐구활동 개발 활동 결과에 대한 학생 만족도는 4.2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결과적으로 교수자인 나와 학생들의 산출물에 대한 만족도 평가는 일치하였다.
공학적 산출물 제작 프로젝트와 물리 탐구활동 개발 프로젝트 모두 대체로 내가 사전에 준비한 주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공학적 산출물 제작 프로젝트가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은 반면에 물리 탐구활동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결과였다. 3주 동안 진행되었던 공학적 산출물 프로젝트가 5주 동안 진행되었던 물리 탐구활동 개발 프로젝트보다 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둘의 만족도 차이가 프로젝트 기간과 노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물리 탐구활동 개발 프로젝트의 높은 난이도가 둘 사이의 차이를 낳았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나는 과학영재학교의 R&E 담당업무를 맡았던 경험과 수차례의 학생 탐구활동 평가 등 학생탐구지도에 대해 제법 많은 경험을 하면서 학생이 제대로 된 과학탐구를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서도 나는 학생의 자율적인 과학탐구활동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내가 공학적 산출물 제작과 물리탐구활동 개발이라는 두 가지 모둠프로젝트를 계획했을 때 더 중점을 둔 것은 물리탐구활동 개발이었다. 공학적 산출물 제작은 마이크로비트라는 새로운 도구를 심화하여 배울 기회로 활용한다는 생각이었고, 물리탐구활동 개발이야말로 마이크로비트와 물리교육을 있는 중요한 다리라는 생각이 강했다. 이런 상황에서 본 연구는 물리탐구활동 개발보다 상대적으로 수행이 쉬우면서 산출물도 만족스러울 수 있는 공학적 프로젝트 활동의 교육적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뒤에서 다시 논의할 물리교육의 변화 방향과 관련될 수 있는 인식의 변화였다.
한편으로 내가 교과목을 운영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물리교육의 도구로서 마이크로비트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었다. 새로운 도구에 대한 긍정적 경험과 인식이 이후에 수강생들이 학교 현장에서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중요 요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기 초 설문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의 학생들이 코딩과 피지컬 컴퓨터에 대해 사전에 접한 경험이 없었다. 사전 경험을 한 일부 학생들이 있었지만, 이 학생들이 과목 운영과정에서 사전경험이 없는 학생보다 우수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학기말 설문에서 수강생의 응답을 통해 마이크로비트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적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5점 척도의 리커트 형식의 질문에 대한 학생들 응답의 환산점수는, 과학교육의 도구로서 마이크로비트의 잠재성에 대해 4.57점, 과학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의 활용에 대해 더 배워볼 의향에 대해 4.42점, 과목을 통해 과학교육에 마이크로비트의 활용가능성을 배운 것이 만족스러운지에 대해 4.71점, 과목에서 배운 내용의 중요성에 대해 4.5점, 과학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역량 향상 여부에 대해 4.71점이었다. 해당 질문들에 5점을 주지 않은 학생들은 과학교육에 활용하는 것의 문제점으로 센서의 정확도 문제를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활용방식이 생각보다 좁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학생들의 긍정적 인식은 실천으로 일부 이어지기도 하였다. 본 연구가 진행되던 학기부터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봉사의 일환으로 중등학생들이 연구자의 학교에 방문하여 과학실험실습활동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 본 수업을 들은 학생 15명 중 8명이 신청하여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여 해당 실습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였다.
결과적으로 교과목 운영과정과 학생의 어려움을 분석하고 비판적 동료들과 이에 대해 논의하면서 나는 프로젝트 주제 선정 및 큰 틀의 문제해결 방향 선정에 대한 어려움, 학생들의 코딩역량과 의지에서 나타나는 편차, 수학에 대학 학생의 부담과 어려움, 마이크로비트의 작동오류 등 마이크로비트의 물리교육에의 활용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도출하고 동료들과 성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학생들은 특히 과학관 전시물 개발 프로젝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놓았으며 이는 공학적 산출물 제작이라는 새로운 물리탐구활동 방향에 대한 나의 긍정적 인식의 계기가 되었다.
과목운영 과정에서 내가 직면했던 어려움들은 내가 융합과학교육의 도구로 마이크로비트를 소개하는 (예비)교사교육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을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 당초에 나는 막연하게 물리교사교육에서 코딩에 많은 주안점을 두고 있었는데, 블록기반 코딩으로 상대적으로 쉽고 재미있는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내가 개발자로서 매력을 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본 연구를 통해 코딩 이외에 교사가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의 중요성을 새로이 인식하게 되어 물리교사교육에 필요한 교육 요소들을 보다 확장하고 정교화 할 수 있었다.
우선 나는 교사가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때 교사에게 필요한 코딩 역량에 대한 생각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특히 다음과 같이 교사에게 요구되는 코딩 역량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되어 있는 것을 필요에 따라 간단하게 변형하여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코딩과 관련하여 보편적으로 요구할 물리교사 전문성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발된 것을 학생에 맞게 잘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코딩과 관련된 높은 문제해결력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개발된 문제와 답을 바탕으로 수업에 변형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관점에서 교사교육에서는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력이나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보다는 습득한 예시를 학생 수준에 맞게 변형하여 수업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고난도의 코딩 역량을 교사에게 요구할 필요가 없다.“ (나의 반성일지, 2021. 9.15)
비판적 동료와의 논의 과정에서 교사들이 개발역량습득을 원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가 교사교육의 일반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동안의 예비교사 지도 경험에 의하면 코딩에 대해 선행경험이 거의 없는 비슷한 조건에서 출발한 학생들의 코딩 역량과 의지의 편차는 학기 말 즈음에 제법 크다. 또한 본 연구 진행과정에서 참고로 검토했던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AI 융합교육대학원 개설 PBL 교과목에서도 대학원 3학기 차였던 수강생 들 중 상당수의 코딩역량이 기대 이하였다. 코딩 역량에 대한 큰 개인차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코딩 교육의 목표로 개발자를 염두에 두는 것은 물리교육이라는 교과 정체성을 벗어나는 것일 수 있다. 한편으로 앞에서 논의했듯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예비)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또 교수자의 조언을 필요로 하는 부분은 문제 해결의 주요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고, 일단 해결의 방향에 대한 조언이 있으면 그 이후의 알고리즘 구체화는 상대적으로 용이하였다. 이러한 경험도 교사교육의 목표는 개발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결론에 영향을 주었다.
한편으로 나는 늦게야 인식하게 된 것이지만, 코딩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검색을 통해 소스코드를 찾고 이를 상황에 맞게 변형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이다. 과학탐구를 위한 센서 데이터 수집에서도 기본 코딩을 배우면, 이를 간단히 수정하여 다양한 탐구에 활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일정한 시간마다 데이터를 수집하여 기록하는 예제를 익히면, 이후에 필요에 따라 센서를 바꾸거나 반복 측정 시간을 바꾸는 식으로 여러 탐구맥락에 적용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물리교사에게 요구되는 코딩 전문성은 타인이 작성한 적당한 수준의 코드를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간단히 변형하는 정도라고 본다. 그 이상의 전문성 추구는 교사 개인의 선택이며, 일반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는 아닐 수 있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나는, 순차문, 반복문, 조건문, 변수 활용, 센서 활용, 라디오 기능, 패키지 활용, 유무선 데이터 수집 및 자동기록을 교사가 익혀야 할 기본 기능으로 추출하였고 배열, 함수 기능은 제외하였다. 순차문, 반복문, 조건문, 변수 활용은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기초가 되는 기능들로 마이크로비트를 통해서 상대적으로 쉽게 다룰 수 있다. 또 본 연구의 진행 과정에서 마이크로비트에서 변수의 구별 문제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을 새로이 인식하기도 하였다. 한편 센서 활용과 라디오 기능은 마이크로비트라는 피지컬 컴퓨터를 특징짓는 기능으로 이들을 활용하면 유무선 데이터 수집 및 자동기록을 통한 과학탐구가 가능하며, 여러 마이크로비트가 신호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높은 수준의 공학적 산출물도 제작할 수 있다[11, 12]. 유무선 데이터 수집 및 자동기록은 코딩 관점에서는 기본역량으로 보긴 어렵지만 과학교육의 맥락에서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할 때 매우 중요한 기본 기능으로 교사교육에서 반드시 포함될 필요가 있다[12]. 한편 마이크로비트가 널리 활용되면서, 초음파센서, neopixel LED, RC 자동차와 관련한 여러 패키지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되고, 이들을 활용하면 해당 하드웨어를 상대적으로 쉬운 방식으로 조종할 수 있다[11]. 패키지의 활용은 마이크로비트의 다양한 활용에 도움이 되므로 패키지의 예시적인 활용도 교사교육에 필요한 요소라고 판단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패키지 이외에도 코딩과 관련된 여러 라이브러리의 검색과 활용에 대한 안내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나는 강의 운영에서 라이브러리 활용에 대해 따로 소개하지 않았었지만 모둠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검색을 통해 내가 모르던 기능 요소를 추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라이브러리의 활용은 코딩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산출물을 풍성하게 하는 중요한 방식일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한편 코딩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과학교육에의 활용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교사는 마이크로비트의 활용과 관련하여 코딩 이외에 여러 요소를 익혀야 한다. 따라서 예비교사를 위한 교육에서 통상적인 프로그래밍 과정보다 코딩의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를 고려하여 배열, 함수 기능처럼 통상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공통으로 포함하는 기본 요소들을 본 연구에서는 제외하였다. 이들 기능 없이도 충분히 높은 수준의 공학적 산출물 제작과 과학 탐구를 위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과학교육 맥락에서 역할이 적은 배열, 함수 기능은 교사교육에서 제외하여도 된다는 판단이다.
본 연구를 통해 코딩 역량 이외에, 마이크로비트의 물리교육에의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교사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여러 요소들을 새롭게 추출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비트가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 마이크로비트와 센서 모듈의 작동방식에 내재한 물리적 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활용 가능한 센서의 종류와 성능 그리고 측정의 정밀성에 대한 이해, 프로젝트 진행 경험이 그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한 실험, 혹은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한 학생 프로젝트 진행 등 일선 학교 현장의 학생 지도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첫째로 교사가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교수활동을 진행할 때 마이크로비트가 원하는 방향으로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대응역량이 매우 중요하므로 예비교사 교육에서 이에 대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진행한 수업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센서와 마이크로비트의 하드웨어 연결, 모터 등 연결 요소의 내구성 문제 등의 다양한 문제 상황들이 나타났고, 이와 관련하여 수강 학생들이 상당한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었다. 일선학교 현장에서 초보 학생들이 사용할 때 이러한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를테면 초보 학생들은 센서 연결 및 분리 과정에서 미숙한 손기술로 센서 모듈의 연결부위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이후의 안정적인 작동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원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문제 상황이 발생하여 학생이 버거워할 때 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교사에게 요구된다.
이와 관련된 비판적 동료들과의 논의과정에서 한 동료는 아두이노에서 느꼈던 옹호자의 열정 같은 것에 대해 환기하였다. 아두이노라는 도구를 학습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옹호자들이 더 쉽게 만들려는 여러 시도를 하는 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옹호자의 열정에 대한 이러한 논의는 나에게도 경각심을 주는 것이었고 본 연구의 수업 진행에서 나타난 문제들의 심각성과 중요함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한 교사의 인식 및 대응역량은 부분적으로 교사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길러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마이크로비트에 대해 많은 경험을 축적한 연구자가 빈번한 문제 상황을 바탕으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서 교사교육에 활용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이다.
둘째로 마이크로비트와 센서 모듈이라는 블랙박스의 작동방식과 관련된 물리적 원리에 대한 최소한의 교육이 필요하다. 마이크로비트는 일종의 블랙박스이고, 그것의 작동원리에 대한 학습 없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마이크로비트라는 도구의 장점일 수 있다. 나의 경우도 내부 작동에 대한 과학적 원리 탐색에 힘쓰지 않고 활용 위주로 마이크로비트의 특징을 탐색하는 것에 만족하였고, 수업에서 블랙박스의 작동방식에 대해 거의 다루지 않다가 다음과 같은 문제를 관찰하게 되었다.
“학생의 대응을 보면서, 나는 수업에서 마이크로비트의 기본 작동 방식에 대해 너무 등한시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센서의 모듈화가 주는 간편함에 만족하고 마이크로비트와 센서 모듈 연결의 원리에 대해 따로 제대로 된 수업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점퍼선 케이블을 통한 센서 모듈 연결이 아닌 집게선 연결이 필요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엉뚱한 방식으로 연결을 시도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나의 반성일지, 2021. 11.25)
블랙박스로만 마이크로비트를 다룰 때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맹점을 극복하려면 센서 모듈의 회로 연결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센서와 저항을 직접 연결해보거나, 센서 모듈의 내부구조 및 작동방식과 관련한 물리적 원리를 다루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물리적 원리에 대해 다루는 것은 물리교육이라는 교과 고유의 정체성에도 어울리는 일이다.
셋째 마이크로비트로 활용할 수 있는 센서의 종류 및 성능 그리고 측정의 정확성 문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마이크로비트는 여러 센서를 내장하고 있으며, 추가로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센서 모듈이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센서가 과학탐구를 위한 정량적 데이터 수집에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정확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센서의 정확성 문제는 센서 값에 따라 출력을 켜고 끄는 종류의 공학적 산출물 제작에서는 큰 이슈가 아닐 수 있다. 반면에 정량적인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중요한 과학탐구에서 센서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된다. 어떤 종류의 센서가 있는지 뿐 아니라 각 센서의 성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어야 과학탐구에 센서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센서의 성능 및 정확성에 대한 이해부족은 학생들의 과학탐구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테면 본 연구에서 한 모둠은 새로운 과학탐구활동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액체의 부피변화로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를 만드는 탐구를 계획하고 온도변화는 내장온도 센서로, 부피변화(액체의 높이 변화)는 초음파센서로 측정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방수가 안 되는 문제로 내장온도 센서를 통해 액체의 온도를 측정하기 어렵고, 초음파센서는 1 cm 단위로만 측정값을 준다는 점에서 학생이 설계한 탐구는 실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센서의 성능과 측정 정밀성에 대한 안내부족은 이와 같이 학생들의 시행착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비트로 활용 가능한 센서의 목록 뿐 아니라, 센서의 성능과 정확성 이슈에 대한 교사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교육하고 현장의 교사가 활용하기 위한 일련의 매뉴얼도 개발될 필요가 있다.
센서의 활용과 관련하여 교사교육에서 센서 활용에서의 유연한 사고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특정 현상을 탐구할 때 활용해야 하는 센서의 종류가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운동을 분석할 때 가속도 센서를 활용할 수 있지만, 내장 가속도 센서는 정확성이 떨어진다. 반면 내장 조도센서는 가속도 센서보다 더 좋은 데이터를 제공하므로, 조도센서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탐구하는 설계를 통해 가속도 센서의 성능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한 모둠은 실을 통해 연결된 두 진자 사이의 역학적 맥놀이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각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울기 센서를 활용하여 진자의 운동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그런데 수집된 데이터에서 튀는 값들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했고, 조도 센서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을 통해 데이터가 튀는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와 같이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과학탐구에서 센서의 유연한 선택이 문제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넷째 모둠 프로젝트를 통한 공학적 산출물 제작 혹은 과학탐구활동 개발은 교사의 마이크로비트 활용 역량을 키우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모둠 프로젝트를 통해 (예비)교사들은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장점 및 센서의 정밀성 등 주의할 점을 심층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이것은 이들이 앞으로 학생들을 지도할 때 큰 자양분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 마이크로비트의 여러 기본 기능들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매력적인 프로젝트 주제를 찾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쉽지 않다. 이때 본 연구에서 했던 것처럼 교수자가 후보주제들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주제 선정 과정에서의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줄여서, 이후의 과정에 힘을 더 쏟게 할 수 있다. 학생이 구상한 주제가 그 자체로는 부족한 경우에도, 추가적인 조건 부여를 통해 산출물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학생의 주제를 발전시켜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한편 학생들이 코딩에 대한 선수 학습 경험이 거의 없이 비슷한 상황에서 학기를 시작하더라도 학생들의 결과적인 코딩 역량과 의지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코딩이 중심이 되는 모둠 프로젝트에서 코딩 역량이 뛰어난 학생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집중은 코딩의 모듈화를 통해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내 경우에 프로젝트 과제 조건을 부여할 때 여러 마이크로비트들이 라디오 기능을 통해 상호작용하게 하고 마이크로비트마다 코딩하는 학생을 달리 하게 지도하였다.
한편으로 프로젝트 활동에서 기존의 과학탐구를 넘어서 공학적 설계와 관련된 탐구 활동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20]. 과학교육에서 도식적으로 소개하는 전형적인 과학탐구는 현상을 관찰하여 규칙성을 찾고 규칙성의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진행되는 과학연구는 이러한 전형적인 과학탐구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고, 공학적 설계와 관련되기도 한다. 또한 학생 입장에서 매력적인 주제를 찾아서 규칙성을 찾고 설명하는 전형적인 과학탐구를 수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19]. 본 연구에서도 학생들은 마이크로비트를 활용하는 과학탐구 개발이라는 모둠 프로젝트 활동에서 여러 어려움을 나타냈고 모둠 프로젝트의 성과도 변인통제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반면에 본 연구의 공학적 산출물 제작 프로젝트의 경우 산출물의 질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또 앞서 논의한 대로 코딩이 중심이 되는 공학적 산출물 제작의 경우 추가 조건 부여를 통해 과제의 난이도를 조정하고 산출물의 질도 용이하게 높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전형적인 과학탐구를 넘어선 공학적 산출물 제작이 새로운 학생 물리탐구활동의 한 방향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 나는 정보화와 디지털소양이라는 변화에 따른 물리교육의 변화를 탐색하고 물리교육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물리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의 활용을 탐색하는 PBL 교과목을 개설하고 이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중심으로 셀프스터디를 진행하였다.
과목운영 과정에서 주제 선정이나 문제해결의 방향 선정에 대한 학생들의 어려움, 코딩역량과 의지에서의 학생 간 편차, 수학과 관련된 학생의 불편함과 입력과 출력 사이의 정량적 관계도출의 어려움, 마이크로비트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는 여러 상황과 관련한 어려움 등 여러 어려움이 부각되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모둠프로젝트를 통해 기능적인 면에서 상당히 수준 높은 공학적 산출물(과학관 전시물)을 제작할 수 있었던 반면, 새로운 물리탐구 활동 개발의 경우 산출물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물리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의 활용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으로 과목 운영과정과 성과에 대해 비판적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나는 물리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의 활용을 위한 물리교사 교육과정에 필요한 요소들을 정교화하고 교사교육의 방향성을 다듬을 수 있었다. 막연하게 코딩이 중요하다는 이전의 인식에서 벗어나서 코딩과 관련된 물리교사 교육의 목표는 이미 개발되어 있는 주요 예시를 맥락에 맞게 간단하게 수정하는 것으로 명료화하고 이에 맞게 교사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 코딩을 위한 보다 축소된 기본요소를 추출하였다. 코딩 요소 이외에 물리교사교육의 맥락에서 필요한 내용 요소로 마이크로비트의 안정된 작동과 관련된 문제대응역량, 마이크로비트와 센서모듈이라는 블랙박스의 작동 방식과 관련된 기본적인 물리적 원리에 대한 이해, 센서의 종류 및 성능 그리고 측정의 정확성 문제에 대한 이해, 모둠 프로젝트 경험을 추가하였다. 특히 기존의 전형적인 과학탐구를 넘어서 공학적 산출물 제작이 모둠 프로젝트에서 학생주도 과학탐구의 주요 유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본 연구의 진행 초기에 나는 마이크로비트라는 새로운 도구의 장점에 경도되어 그것이 갖는 약점을 비중 있게 생각하지 못하는 옹호자의 열정 같은 것을 가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셀프스터디를 통해 질적 연구 전통의 날것으로 보기를 비판적 동료와 같이 시도하면서 마이크로비트라는 새로운 교육도구를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어려움을 보다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도구의 제한점을 학생의 입장에서 보다 냉철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이러한 한계에 대한 보완책을 고민하는 것은 물리교사교육에서 마이크로비트와 관련하여 다루어야 하는 내용 요소들에 대한 보다 깊이있는 인식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나는 특히 공학적 산출물 제작이라는 새로운 과학탐구활동 유형의 교육적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면서 마이크로비트를 위시한 피지컬 컴퓨터라는 도구를 통해 과학과 공학을 융합하는 혁신의 방향과 그 실질적 가능성을 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물리교육의 혁신과 관련한 현재 가장 강력한 흐름 중 하나는 정보화와 디지털 소양과 관련되고, 이것은 교육 도구의 변화를 동반한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융합교육의 맥락에서 물리교사교육 혁신의 방향을 탐색한 사례로서 의의를 갖는다. 본 셀프스터디에서 나는 물리교육의 새로운 정체성을 고민하였고, 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교과 운영의 내용과 방향을 명확하게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물리교사 교육자로서 나의 인식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될 물리교사 교육의 혁신과정에서 후속 연구의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