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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hys.: Sae Mulli 2022; 72: 782-794
Published online October 31, 2022 https://doi.org/10.3938/NPSM.72.782
Copyright © New Physics: Sae Mulli.
Jeongwoon Hwang, Jaehyeok Choi*
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Chonnam National University, Gwangju 61186, Korea
Correspondence to:*E-mail: choi@chonnam.ac.kr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This is a self-study on specifying the role of a teacher educator who was a junior faculty in a 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at the college of education. I was unfamiliar with the curriculum for physics preservice teachers owing to having no prior relevant experience. I prepared my first physics lecture at the university based on my experience as a physics researcher. Meanwhile, as a teacher educator, I wanted to be a good role model for the preservice teachers. In this study, the unfamiliarity became an critical starting point for me to clarify my role as a physics major lecturer and as a teacher educator. The unfamiliar environment allowed me to critically evaluate the curriculum of the 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and explore different ways to improve it. Additionally, it has provided me the opportunity to understand myself as well as my students in depth. This made my understanding of students as a preservice teacher clear, thus allowing me to embody the self-appointed role of a teacher educator.
Keywords: Junior faculty, 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Teacher educator, Physics researcher, Self-study, Role model, Unfamiliarity
본 연구는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신임교수인 물리학자가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관한 셀프스터디이다. 사범대학의 교사양성 교육과정은 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나’에게 낯설었고, 처음 하게 되는 물리학 강의는 물리학 연구자로서 내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하였다. 한편, 임용 직후부터 교사교육자로서 막연히 예비교사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낯섦은 나와 전공과목 강의자로서 나,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낯선 환경은 내가 교사교육과정을 비판적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하게 했으며, 내가 나와 학생들을 깊이있게 이해하고자 노력하게 하는 계기를 주었다. 이를 통해 나의 학생인 예비교사들에 대한 이해가 분명해지면서 스스로 정한 교사교육자로서의 역할도 구체화되었다.
Keywords: 신임교수, 물리교육과, 교사교육자, 물리학 연구자, 셀프스터디, 롤 모델, 낯섦
교사교육자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교사교육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미비하다[1-4]. 교사를 교육하는 교사교육자가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교사의 전문성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지만[5], 교사교육자 대부분이 대학교수라는 점에서 타인에 의해 연구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교사양성기관의 대학교수가 되어 교사교육자가 된다는 것은 체계적 지원 없이 스스로 부딪히는 여러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험난하고 외로운 여정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6], 대학교수의 경우 대부분 연구자로서의 능력을 바탕으로 임용이 되고, 특별한 교육 훈련 없이 강의를 맡는 교수자 상황에 놓이게 된다[7-10]. Eddy 와 Gaston-Gayles[11]가 신임 대학교수가 받는 스트레스로 교수(teaching)에서 가지는 책무성과 본인에 대한 불명확한 기대를 보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사교육자는 대학 임용 초기에 일반적으로 신임교수가 직면하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들이 속한 환경에 따라 그 양상과 특징은 다를 것이다[7,8].
이런 점에서 자신, 자신의 실행, 자신의 생각 등을 대상으로 하며 협력적이고 비판적인 성찰을 통해 실행의 개선을 추구하는 셀프스터디 연구 방법을 이용하여 교사교육의 중요한 주체인 교사교육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면 이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2,12-17]. 셀프스터디는 자신의 생각이나 실행 등을 대상으로 하며 자신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연구 방법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18]. 이와 같은 연구 방법은 교사교육자에게 본인 스스로를 고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사교육자의 전문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2,14,16,17,19-23]. Grierson[24]은 본인이 교사교육의 불확실성을 대하는 과정에 관한 셀프스터디를 통해 자신의 교사교육에 대한 신념을 확인하였고,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맡아 성장하는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았으며, 이러한 연구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역설하였다. 이와 같이 셀프스터디를 통해 교사교육자의 교수 과정을 그들을 둘러싼 상황 맥락적 환경과 함께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2,16,25], 교사교육자 자신에게는 ‘나’와 나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며[26], 이로부터 의미 있는 다양한 이야기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사범대를 중심으로 교사양성이 이뤄지고 있으며, 물리교육과의 경우 교수진의 대다수가 물리학 연구자라는 점에서 물리학자를 대상으로 한 교사교육연구가 가지는 의미가 클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적으로 물리학자를 대상으로 한 교사교육 연구는 거의 없었다. 물리교사교육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교사교육자의 역할에 관해 논의한 Larsson의 연구에서[27], 교육학자와 교수법 전공자들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 비해 물리학자의 역할은 교사들의 물리학 전문성을 높인다는 측면으로만 매우 간략히 소개되고 있고, Henderson과 Dancy[28]의 연구에서는 물리학자 교수진과 물리교육 연구자들간의 협업의 어려움과 장애를 보고하고 있다. 두 연구 모두 교사교육의 분절적 접근의 한계를 논하고 있지만, 물리학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매우 제한적이다. 한편, 미국의 물리교육의 역사를 정리한 Meltzer와 Otero의 연구[29]에서는 물리학자들이 물리교육연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물리학습과 교재 연구,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물리학자가 교사교육에서 하는 역할을, 특히 물리교사교육에서의 역할을 심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물리교사교육자에 관한 연구는 대개 현장교사나 물리교육연구자가 교사교육자가 되는 과정의 어려움에 관한 것이었다. 물리교육연구자인 Choi[1,30]는 본인의 셀프스터디에서 물리교사교육자가 대학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지는 정체성과 그 갈등을 논의하며 교사교육자가 가지는 다중적 역할을 일종의 ‘경계넘기’[31]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고, 셀프스터디가 궁극적으로 깊이 있는 자기이해와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Bullock[32]은 교수로 임용되기 이전에 본인이 교사교육 및 관련 연구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임용 후 대학교수 및 교사교육자로서 가지는 어려움이 상당하며, 교사교육자만의 교수법이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사범대 신임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사범대학 신임교수들이 교수 실행에 적응하는 과정에 관한 Lim의 연구[8]에서는 신임교수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고, 신임교수들이 대체로 교사교육에 대한 낮은 관심과 ‘연구자’로서 높은 정체성을 가지고 사범대학 교수로 임용되었다는 특성을 보고하였다. 국내 교사교육자를 대상으로 한 Hwang의 연구[7]에서는 우리나라 교사교육자의 전문성 신장 과정을 상황 맥락적 관점에서 분석하였는데, 교사교육자들 대부분은 학문적 성취를 요구 받는 상황에서 연구자로서 본인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보고하고 있다. 신임교수를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에서는 많은 신임교수들이 학과에서 본인의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했는데[11,23], 그들이 연구자로서 성장했던 배경과 학교에서 요구하는 연구업적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었다[9,10]. 또한 신임교수는 본인의 역할에 관한 인식에서 임용 초기에 상당한 변화가 있고[24], 그것이 본인의 교수 실행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된다[13,33,34]. 이런 점에서 사범대 신임교수가 임용초기에 경험하는 낯섦을 교수 실행의 과정과 함께 살펴보는 것은 그들이 교사교육자로서 정체성을 가지게 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23,35].
본 연구에서는 셀프스터디 연구 방법을 통해 사범대 신임교수인 물리학자가 교사교육자로서 본인의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을 고찰해보고자 하였다. 특히, 물리교사교육에서 물리학 연구자들의 역할과 입장을 살펴보고, 롤 모델의 측면[36]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교사교육자로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하려고 하는지를, 나를 둘러싼 환경 및 나의 다중적인 정체성과 성장 배경을 중심으로 한 논의를 포함하여 본인의 강의 실행과 반성의 과정을 내러티브 형식[37]으로 서술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대학 사회 적응의 관점에서 주로 논의가 되는, 신임교수가 경험하는 낯섦을 연구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하였다[38]. 이를 통해,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신임교수가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물리학 강의 상황에서 본인 스스로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해 나가며,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물리학자가 교사교육자로서 가지는 역할 측면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교사교육의 핵심적이고 중요한 영역의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고,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기존 교사교육연구자에 대한 연구가 주로 교육연구자를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 비춰 새로운 이야기일 것이다.
본 연구에 참여한 물리교육과 교수인 ‘나’는 지방국립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임용 후 대학 강의를 처음 맡은 신임 교수이다. 학부 및 대학원 모두 자연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였고, 물리학과와 재료공학과에서 총 3년동안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에 전념하였으며, 본 연구를 시작할 당시 임용 2년차 교수였다. 물리교육 전공인 학과 동료 교수와 함께 사범대 물리교육과와 자연대 물리학과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평소 나누었고, 사범대학 교수로서 적응해가는데 겪는 어려움들을 이야기하였다. 신임교수의 정착 과정에 대하여 관심이 있었던 동료 교수가 셀프스터디를 제안하였는데, 현재 나의 생각을 다듬어진 글로 써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과 인문학적 연구가 어떻게 진행 되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본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 나의 역할은 물리교육과 신임교수로서 나의 경험과 그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여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본 연구에 참여한 비판적 동료는 물리교육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같은 과 동료 교수이다. 학부 및 대학원 모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졸업하였으며, 연구를 시작할 당시 임용 14년차 교수였다.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교수진 중 물리학 전공 교수들이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본 연구를 나에게 제안하고 함께 참여하였다. 비판적 동료인 그는 셀프스터디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로서, 나의 반성적 고찰 과정에 대해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해석과 질문을 함으로써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에 대한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는 어떤 특정한 방향을 제시하려고 하기보다, 나의 연구 동기와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본 연구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신임교수로서 내가 어떤 경험을 하였는지를 자유롭게 탐색하였는데, 임용된 직후부터 보낸 2년을 되짚어보고, 이를 나의 성장 배경에 비추어 살펴보았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임용 3년차 강의 실행을 반성적으로 고찰하였는데, 이를 통해 교사교육 강의에서 내가 가지는 지향점은 무엇이며,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나의 이해는 어떠 한지를 살펴보았다. 또한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을 스스로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이 정립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연구 데이터를 재분석하고, 필요한 논의를 추가 및 보완하였다. 본 연구 자료 수집은 임용 2년차부터 4년차인 2020년 1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1년 6개월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임용 4년차 나의 모습을 중심으로 연구 결과를 서술하였다.
본 연구에서 수집한 주요 데이터는 (1) 사전 회의록, (2) 나의 반성적 일지, 그리고 (3) 회의록 및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이다.
사전 회의록은 연구 방향을 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비판적 동료가 작성하고 내가 추가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총 8회)
나의 반성적 일지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혹은 수업을 마친 후에 작성하였고, 이는 비판적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주요 소재가 되었다. (총 17회)
비판적 동료는 회의가 끝난 직후 회의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로 논의할 사항을 제안하였다. 이와 같이 작성된 모든 내용은 나의 의도대로 서술되었는지를 즉시적으로 확인하여 수정보완하였다. 이에 따라 나의 반성적 일지에서 ‘나’는 비판적 동료가 작성한 회의록과 그의 일지에서 ‘H 교수’로 서술되었다. (회의록 총 9회, 일지 총 11회)
나의 일지와 비판적 동료의 일지를 서로 확인한 후 의견을 메모로 달고 다시 그에 대한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발전시켰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지에서 나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 이전 일지와 비교하며 반복적으로 논의하였다. 이를 통해 수집된 연구 데이터가 타당하고 진실되게 해석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의 방향을 점차 구체화하였고, 그 때마다 필요한 자료를 추가적으로 수집하였다. 다음은 각 단계별로 이뤄진 주요 연구 방법과 내용이다.
2020년 12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주에 1차례 정도 총 8번의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고, 사전회의록을 작성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에 참여한 동기를 분명하게 하고, 연구 방향을 정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연구 방법인 셀프스터디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논문을 함께 읽어보기도 하였다. 나는 임용 직후부터 2년동안 사범대학 교수로서 지내온 경험, 강의 준비 과정, 교사교육자로서 지향하는 바를 자유롭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 동료는 추가적으로 논의할 내용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였다. 매 모임이 끝난 뒤 비판적 동료가 정리한 회의 내용에 대해 주 연구자인 나의 의도와 해석이 올바르게 공유 되었는지 확인하였다. 이렇게 확인을 거친 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논의 사항을 정하고 이야기를 점차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내가 사범대 물리교육과 학생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연구의 큰 방향을정하였다. 연구를 시작할 당시 내가 정한 연구 방향은 다음과 같았다.
좋은 수업이란 무엇인가. 좋은 수업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본 셀프스터디를 진행하며 그 이미지를 더 분명하게 할 계획이다.
(나의 반성적 일지 #1, 2021. 3. 2)
2021년 3월부터 6월까지 ‘열 및 통계물리’ 강의를 대상으로 좋은 수업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고, 이를 내가 생각하는 교사교육자의 모습과 연관 지어 논의를 발전시키고자 하였다. 나는 한 학기동안 강의가 끝난 뒤에 반성적 일지를 작성하였고(총 16차시분), 비판적 동료도 자신의 일지를 별도로 작성하였는데, 이는 나의 반성적 일지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위해 질문을 하거나 비판적 동료 본인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내용이었다. 1주에 1차례 정도 총 9회의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함께 논의하였다. 연구의 큰 방향은 첫 번째 단계에서 정해졌지만, 세부적인 내용과 논의의 방향을 어느 하나로 한정하지는 않고 자유롭게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자료 수집을 마칠 무렵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이 구체화되었으며, 나의 이야기를 내러티브 형식으로 정리하여 초고를 완성하였다.
연구문제: 나의 강의의 지향점은 무엇이며,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은 어떻게 구체화되는가?
앞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초고는 사범대학 교수로서 경험한 낯섦, 전공과목 강의자로 나,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로 나누어 정리되었다. 각각은 내가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모색하는 일련의 시간적 흐름과도 유사하며, 본 연구의 진행 순서와도 일치한다. 나와 비판적 동료는 작성한 초고를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그것이 약 1년 6개월동안 어떻게 구체화되는지에 대한 과정을 보다 심도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로 2022년 3월부터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추가적으로 논의하였고, 이 과정에서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이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를 탐색하고 관련된 자료를 추가하였다. 최종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연구문제:
사범대 신임교수로 나의 경험은 어떠한가?
전공과목 강의자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체화되는가?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체화되는가?
본 연구에서 나의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 절로 나눠 서술하였는데, 앞서 제시한 연구 단계에 따라 연구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완한 것과 같은 흐름을 가지도록 구성하였다. 내가 먼저 본문을 집필하고, 비판적 동료가 이에 대한 해석과 분석을 더하여 이야기의 흐름과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여 결과를 제시하였다.
내가 근무하는 C 대학교는 지역거점 국립대학으로 사범대학, 자연대학을 포함하여 17개의 단과대학으로 구성된 종합대학이다. 사범대학은 물리교육과를 포함하여 16개의 학과(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입학정원은 약 350명이고 물리교육과의 입학정원은 20명이다. 내가 임용될 당시 물리교육과의 교수진은 나를 포함하여 물리학을 전공한 교수 4명, 물리교육을 전공한 교수가 2명이었다.
C 대학교에서 교수에게 요구하는 책임 강의시수는 학기당 9학점으로 나는 3년간 평균 9학점을 강의하였다. 첫 학기에 내가 맡은 강의 과목은 열 및 통계물리, 양자물리, 대학원 양자역학 교육론이었는데, 강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두 새롭게 준비해야했다. 연구자료를 수집하던 3년차 1학기에는 열 및 통계물리, 전산물리학 및 실습, 현대물리를 강의하였고, 4년차 1학기에는 열 및 통계물리, 전산물리학 및 실습, 그리고 전자기학을 강의하였다. 학년별 정원은 20명으로 매 강의의 수강인원은 20명 안팎이며, 강의에 따른 수업조교 지원이 없어서 혼자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하였다. 한편, C 대학교 물리교육과에는 학부과정과 더불어 물리교육전공으로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과학교육 전공으로 일반대학원 석사 및 박사과정이 설치되어 있다. 이 중 교육대학원은 계절제 대학원으로 책임시수 외에 방학 중 3학점 강의를 집중해서 진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 수행시간 확보의 어려움이 지난 수년간 늘 해오던 연구를 계속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였다. 학기중에는 수업 준비로 시간이 없고 방학 때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데, 교육대학원 수업을 해야 할 때면 방학 때 조차도 연구에 집중할 수 없어 더 이상 연구자로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힘이 들었다. 한편, C 대학교의 교수 승진 규정은 각 교수의 전공 분야에 따라 결정되는데, 나는 사범대학 교수이지만 물리학 전공자이기때문에 자연대학 물리학과 교수와 동일한 규정에 따라 승진심사를 받아야 한다.
한편, 해당 학과의 학생들 대부분은 물리교사 또는 과학교사를 진로로 희망하여 학과에 입학하였다. 졸업하는 당시 중등임용고사 경쟁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이 약 16–18명 정도이며,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일반 기업으로 취업하는 학생도 일부 있다. 참고로 해마다 신규교사로 채용되는 졸업생은 기졸업생을 포함하여 약 10–15명 정도이다. 학과 교육과정은 교사양성에 맞춰 졸업학점 150학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공으로 물리학과 물리교육, 일반교직으로 교육학 및 교육실습이 있으며, 교양 수업은 학생들이 대학규정에 따라 신청하도록 되어 있다. 학생들이 중학교 과학교사가 될 것을 염두에 두고 1학년때 일반 물리, 일반 화학, 일반 생물학, 일반 지구과학 수업을 실험을 포함하여 각각 8학점씩 총 32학점을 이수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본격적인 전공 수업은 2학년때부터 시작된다.
나에게 사범대학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사실 C 대학교 물리교육과에 응집물질물리 또는 통계물리 이론으로 채용공고가 났을 때에도 지원 자체를 고민하였고, 임용되어 올 때도 사범대학 교수들은 대부분 사범대학 출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각 학과는 소수의 교과교육학 전공자와 다수의 내용학 전공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여기서 내용학이란 물리교육과의 경우 물리학을 뜻하는데, 정체성 없는 이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고 어색하기만 했다. 어느 곳에 가도 물리학 전공자인 나는 사범대 안에서 만은 내용학 전공자로 분류가 된다.
H 교수는 자연대학을 졸업하고 사범대 교수가 된 상황, 그리고 H 교수의 학과에 대한 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자신의 강의와 교수로서의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전 회의록 #6, 2021. 2. 4)
끊임없이 사범대의 특징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 또한 특징적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를 통해 H 교수가 교사교육자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하는지(이미 했을 수도)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4, 2021. 3. 25)
C 대학교 물리교육과의 커리큘럼은 자연대 물리학과 출신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첫 번째는 졸업을 하기 위해 무려 15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하여 이수해야만 하는 사범대학 내 교과목들이 많은데, 그러한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교사가 되기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이 맞는지는 의문스럽다. 종합대학을 다니는 것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생각과 경험의 차이를 인지하면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앞으로 물리교육과 학생들이 교사가 되어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마주했을 때 지녀야할 바람직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비슷한 가치와 생각을 공유하는 사범대에서 제공하는 수업만 듣기보다는 다른 단과대의 수업도 자유롭게 들으면서 생각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두 번째로, 물리교육과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물리를 공부하는 학생들인데 1학년때 수학을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의 경우 학부 1학년때 필수로 두 학기 동안 미적분학 수업을 들었고, 2학기에는 물리 전공 과목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미분방정식 수업도 들었다. 2학년때는 두 학기 동안 선형대수 수업을 들었으며, 2학기에는 복소변수 함수론 수업도 들었다. 학부 친구들과 비교하여 수학 과목을 특별히 많이 들은 편은 아니었다. 물리학과에서 개설한 물리수학도 물론 수강했다. 물리교사가 되기 위하여 어려운 수학을 많이 배울 필요는 없지만 학생들이 꼭 필요한 수학도 배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중학교 교사로 발령이 나면 “물리”가 아니라 “과학”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모두 배워야 하고, 따라서 1학년 때 수학 수업을 들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미적분학을 비롯하여 물리 수업을 수강하는데 필요한 수학을 2학년 전공 수업인 물리수학 수업 시간에 가르치고 있는데, 교과과정 상 물리 전공 수업에서 필요한 수학을 먼저 가르치고 물리수학 수업에서 다시 가르치는 일이 생긴다. 1학년 때 수학 수업을 듣지 못하는 표면상의 이유는 물론 납득하기 쉽지 않다. 물리학 수업에서 수학의 필요성을 알기 때문에 학과 회의에서 1학년 때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여러 번 주장하였고, 시간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 2학년 물리수학 수업과 1학년 타과 기본 과학 수업을 듣는 순서를 바꾸면 된다고 해결책도 제시하였으나 아직까지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머지않아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H 교수는 사범대 학생들이 지나치게 사범대학 수업만 듣고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비판적 동료가 느끼는 것과 달랐다. 비판적 동료 역시 너무 지나치게 짜여진 교육과정에 대해 답답함이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사범대 교육을 받았던 점에서 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관련하여 H 교수는 “여기는 정말 고등학교 같아요.”라고 표현하였다.
(사전 회의록 #8, 2021. 2. 25)
신임교수의 날카로운 비판은 여러가지 의미를 주는 듯하다. 때로는 채찍질 같기도 하고(선배 교수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때로는 예전의 나를 보는 듯한 거울 같기도 하고, 또 한 편 나에게 본받을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기도 한다. 예전부터 사범대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면서, 우리는 과연 본질적인 것을 잘 하고 있는가?를 고민하였고, 그것이 나의 셀프스터디의 시작이었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5, 2021. 3. 29)
우리는 현재 사범대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고, 학생들이 다소 수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사범대 물리교육과의 전체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였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6, 2021. 4. 1)
이번 회의는 우리 과 학생들이 물리학을 어려워하는 이유(수업 시간 중에 조사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대부분 학생들이 수학적 어려움을 이야기하였고,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가지는지 조사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량적인 값을 구하는 것이 물리학을 이해하고, 공부하는데 있어 매우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를 하였으며, H 교수 역시 그 부분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히든 피겨스”라는 영화의 예를 들어보이며 설명한다고 하였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3, 2021. 3. 18)
H 교수는 사범대와 자연대의 교육 내용이 자연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하였다. 즉, 본인이 배웠던 수학과 물리학 교과목의 내용이 사범대에서는 부족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러한 점은 교육과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으며, “제가 처음에 와서 수업을 준비를 할 때 그전에 선수 과목들이 뭐였는지, 뭘 배웠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자연대 물리학과에서는 배우지만, 여기서는 배우지 않고 빠지는 과목들이 있더라고요.” 라고 했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1, 2021. 3. 4)
강의의 사전적 정의는 “학문이나 기술의 일정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가르침”이다. 임용이 되기까지 수업을 해본 경험은 없었으나, 청중을 고려한 프레젠테이션은 연구자로서 세미나나 학회 발표에서 해오던 일이므로 잘 하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울 것은 없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50분까지, 시간이 정해진 발표를 준비하면서 핵심적인 내용을 선별하여 슬라이드를 보기 좋게 구성하고 분량을 조정하는 일련의 연습 과정들이 있었다.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동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훈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물리학과 전공 수업들은 강의식으로 이루어진다. 세미나 발표와 비교하여 수업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은 강의가 학기라는 긴 시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대상이 관련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나 대학원생이 아니라 학부생이라는 점인 것 같다. 내가 수업을 계획하고 설계하는데 학부 및 대학원 시절에 수강하거나 청강했던 수업들이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수업에서 교수자는 수업 도입시 직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리뷰하고 오늘 어떤 내용을 배울 것인지 프리뷰를 해주었고, 복잡한 수식을 잔뜩 전개한 후에는 그것의 물리적 의미를 꼭 짚어주었다. 교수자 본인이 수업 내용에 대해 매우 흥미로워하는 경우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럴 때면 지금 배우는 내용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면서 잘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겼다.
H 교수는 물리학이라는 학문의 특성, 그리고 본인이 이해하는 방식을 반성적으로 사고하면서 수업을 구성하고, 무난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정하게 학생들과 거리두기도 하고, 수업의 내용을 지나치게 많이 담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하였다.
(사전 회의록 #6, 2021. 2. 4)
돌이켜보면 학생으로서 나는 물리학 수업 내용과 관련하여 대체로 흥미가 있었고, 그러한 학생이었기 때문에 물리학과에 진학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물리교육과를 선택하여 진학한 학생들 역시 물리학 수업에 대해 일반적으로 흥미를 느낄 것이고, 스스로 동기부여 하는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셀프스터디를 수행하면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는 나의 예상과 달랐다. 모든 학생이 희망 진로로 물리교사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으며, 심지어 물리에 특별히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강연도 아니고, 교양 과목도 아닌 전공 수업에서 대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학생들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뭣 모르고 수업을 준비했던 첫 해보다도 오히려 수업 준비가 어렵게 느껴졌다.
오늘 회의에서는 학생들에게 조사한 설문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학생들 중 대부분은 교사 직업을 희망하고 있었다.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은 학생들의 내적학습동기, 자기결정력, 자기효능감, 성적동기, 직업동기로 구분된 설문지 작성을 통해 이루어졌다. 설문지 분석결과 자기결정력(평균 3.51, 충분한 노력을 한다)과 자기효능감(3.47, 우수한 성적을 얻을 것이다)은 다소 낮았으며, 내재 동기는 3.94, 성적동기 4.13, 직업동기는 4.32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전반적으로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일반적인 특징이 아닌가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1, 2021. 3. 4)
H 교수는 사범대 물리학 강의와 관련하여, 본인도 고민이 많이 되는데, 학생들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보다는 문제 풀이를 하는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사전 회의록 #2 2021. 1. 6)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해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일단 학생들이 솔직하게 그리고 열심히 적어주었는데, 이미 3학년인 학생들이지만 입학 동기를 알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 수업을 듣는 목적과 바라는 점을 묻는 항목에서 학생들이 기대하는 바가 생각보다 크고 구체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반성적 일지 #3, 2021. 3. 8)
H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와 질문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 수업에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점은 H 교수의 수업에 대한 중요한 지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당연한 것 같다고 H 교수는 인식하지만, 나는 이와 같은 인식은 보편적일 수 있지만 학생에 대한 이해를 본인의 수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은 H 교수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보았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6, 2021. 4. 1)
내가 학부 및 대학원에서 약 10년간 학생으로서 했던 경험에 근거하여 물리학 전공자가 하는 대면 수업의 방식은 거의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본 연구를 진행했던 해에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했으므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수업을 녹화 영상으로 준비하였는데, 동영상은 길게 한 번에 찍어 올리지 않고 내용을 기준으로 나누었으며, 각각의 영상에 해당 내용으로 제목도 붙였다. 이러한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방학동안 기계학습을 공부하기 위해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면서 나 스스로도 15분 이상 집중해서 동영상을 보고 있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고, 이렇게 하는 것이 다시 영상을 찾아볼 때도 편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수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배려였다. 대면 수업에서는 준비한 강의노트를 중심으로 설명한 후 중간중간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녹화 영상으로 이루어지는 비대면 수업에서는 질문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이 때문에 정해진 수업시간에 미리 업로드해 둔 영상을 보고 나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따로 질문시간을 운영하였다. 수업 게시판에 있는 링크를 통해 학생들이 온라인 화상미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질문 시간을 운영하는 동안 일부 학생들은 질문이 있든 없든 참여하였다. 다른 학생들이 하는 질문이 궁금해서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고, 혹은 나에 대한 의리로 참여하는 학생도 있었다. 녹화 수업의 특성상 원래 수업 시간에 영상을 보지 않는 학생들도 많을뿐더러, 오랜 시간동안 집중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굳이 질문 시간 참여를 강제하지 않았다. 질문도 없고, 다른 사람이 하는 질문에 관심도 없는 학생에게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보고 온 지라 종종 예리한 질문을 던졌는데, 질문을 듣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도 더 깊게 생각하고 깨닫는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내용은 다음 해의 수업 준비 과정에서 이용하고자 슬라이드에 추가 페이지로 작성하여 상세히 적어 두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적어 두었던 내용을 1년이 지난 올해의 수업 준비에서 활용하고 있다. 수업에 적극적이었던 학생들의 질문을 통한 수업 개선이라니, 그야말로 선순환이다.
4년차 1학기인 지금은 수업시간에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종종 내가 수업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대답이 나오길 기다린다. 학생들에게 차근차근 공을 들여 문제가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학생 스스로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애를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경험의 힘인 것 같다. 한편, 본 연구를 진행했던 조교수 3년차까지는 수업 시간내 학생의 역할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일단 내가 수업을 잘 준비하고 준비한대로 진행하면 괜찮은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정한 시나리오 안에서 학생들의 역할은 잘하면 씬 스틸러, 보통은 단역 배우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2년간의 비대면 수업 후 강의실에서 다시 만난 학생들과의 수업은 수업에서 학생들의 역할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수업이 끝난 후 이 정도면 괜찮았다고 느껴지는 수업에서는 항상 학생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좋은 질문을 했거나 혹은 나의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함으로써 다 함께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반대로, 혼자 수업을 준비할 때는 상당히 재미있었으나 막상 학생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을 때는 수업이 잘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정리하면, 내가 나름대로 괜찮았다고 생각한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학생들의 반응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 말로는 내가 설명을 하면서 문제 푸는 것을 보면 “아 쉽네”라는 생각이 드는데, 혼자 풀어보려면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에 대한 답으로, 그러면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냥 공부만 하면 자신이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인지 모를 때가 있는데, 문제를 풀어봄으로써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어쨌거나, 복잡한 문제 풀이를 보면서 학생들이 오히려 더 어려워하면 어떻게 하나가 걱정이었는데 최소한 한 학생은 쉽게 느꼈다니 다행이다. 오전 전산물리 수업에서 학생들이 어렵다고 하는 말을 듣고 약간의 좌절을 느낀 상태였는데 (내가 하는 수업 중에서 학생들이 어렵지 않다고 느끼는 수업은 왜 하나도 없을까)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나의 반성적 일지 #8, 2021. 3. 24)
수업일지를 작성하면서 본 연구를 수행하던 당시 학생들이 질문을 많이 하면 뿌듯하다고 느꼈는데, 때때로 학생들의 예리한 질문이 나 스스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그를 통해 지적 만족감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학생들의 질문 자체 보다는 학생들과의 소통에 더 큰 의미를 둔 것 같다. 그리고 학생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대학교수로서 나의 정체성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인간의 특성상, 내가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한 수업을 학생들이 듣고 어떠한 반응을 보이길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의 수업을 잘 듣고 교수자로서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것, 질문을 통하여 그것을 적절히 표출해 주기를 바라는 것, 그것이 아마도 내가 학생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근본적인 이유일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개인적 근거는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는 수업시간에 반응이 많은 학생이 훨씬 더 예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본인이 좋은 것이지 내가 좋을 것이 있겠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예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하는 설명을 잘 이해해줌으로써 나의 교수자로서의 가치를 일부 증명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대학교수로서 강의를 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기왕이면 수강생들에게 좋은 수업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고 또한 수업을 진행하는 그 시간이 학생들과 나 서로에게 크게 즐겁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괴로운 시간이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질문시간은 나의 수업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피드백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학생들이 하는 질문을 통해 내 수업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리고 학생들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알 수가 있어서 다음 수업을 계획하는데 참고가 된다.
(나의 반성적 일지 #9, 2021. 3. 29)
대학원생 시절 참석했던 세미나들을 생각해보면, 주로 교수님들이 매우 적절하고(relevant) 날카로운 질문들을 하셨고 이 때 발표자들이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답변을 주고는 했다. Relevant한 질문과 그렇지 않은 질문이 있고, relevant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발표 내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발표자가 이야기하지 않은 그 너머에 있는 지식도 필요한 것이다.
(나의 반성적 일지 #11, 2021. 4. 5)
물리교육과의 전공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처음부터 나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자연대 물리학과 커리큘럼과의 차이, 그리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교사가 될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막연히 내가 들었던 수업들과는 뭔가 달라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2014년 이후로 출제된 물리교사 임용시험 문제들을 다 살펴보았는데, 예를 들어 양자역학의 경우 그리피스 양자역학 교재의 연습문제 수준으로 생각보다 난도가 높았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전공 필수 물리학 지식을 교사가 된 후에는 필요가 없지만 임용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알면 좋은 것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임용시험에서 일반물리 수준의 문제만 다 풀 수 있어도 어느 정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임용 첫 학기 양자물리 시간에 수소 문제를 풀다가 굳이 이렇게 어려운 것까지 배워야 하냐고 말하는 학생을 만난 것은 다소 당황스러운 경험이었고, 일맥상통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학생들이 꼭 이해해야 하는 것, 이해는 못해도 알아야 하는 것,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임용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만 가르치지는 않는다.
나는 학생들이 물리 전공 수업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범대학의 특징인지 스승의 날마다 학생들이 학과 교수들에게 롤링페이퍼를 써서 주는데, 여기에 매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내가 하는 수업은 어렵지만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해주어 고맙다는 것이다. 한편, 많은 내용을 가르치는 것은 지양하기 때문에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을 천천히 가르치려고 한다. 새로운 개념을 가르칠 때 필요한 선수과목에서 다뤘을 법한 내용도 학생들은 그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다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교직 수업을 포함하여 물리학 전공 외의 수업이 많은 사범대학 특성상 학생들이 일반 물리 수준 이상의 물리학 전공 내용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의 경험으로 교수가 가르친 것과 학생이 배운 것 사이에는 큰 갭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리 수업을 하다 보면 그래프를 읽고 해석해주는 일이 잦은데 (말 그대로, 그래프를 읽고 이것이 어떠한 물리적인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해준다), 특히 어떤 극한 값에서 함수가 어떤 형태를 보이는지를 종종 이야기하곤 한다. 학생들은 그래프를 읽고 해석하는 일이 쉽지 않은가 보다. (3년째 느끼고 있다)…(중략)… 학교에서 함수를 처음 배우는 것은 아마도 중학생때이려나. 아무튼, 더 어려운 것도 공부하면서 이걸 왜 특별히 어려워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반성적 일지 #12, 2021. 4. 7)
생각해보면 내 주변에도 수업 무용론을 가진 사람들이 제법 있었는데, 사실 어떤 개념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책을 읽어보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수업시간 교수자의 역할은 그 방대한 책 안에서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공부의 속도를 조절해주는 페이스메이커 정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원생 때 들었던 지도교수님의 수업을 생각해보면, 책 내용을 하나하나 설명해주시지는 않았고(이미 그 정도는 알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듯하다.)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을 짚어주셨던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훨씬 좋은 수업이었다.
(나의 반성적 일지 #13, 2021. 4. 16)
한편, 사범대학 교수인 나는 교사교육자로서 예비교사인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생각은 임용 직후 나와 마찬가지로 물리학을 전공한 선배와의 대화를 통해 가지게 되었는데, 내가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장차 학생들이 교사가 되어 본인의 학생들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이 강화되는데 영향을 미친 사건이 있었는데, 임용 첫 해 1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지도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이 물리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와 관련해서, 다른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차별했는데 본인이 롤 모델로 삼은 그 물리교사는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고 했다. 그 학생의 성장과정에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생들을 어떠한 이유로 차별했고, 그것이 어느 정도 상처로 남은 듯했다. 성장기간동안 사실 나는 선생님들이 대우해주는 학생이었고, 그 이점을 상당히 누린 듯하다. 그리고 그 반대편엔 나의 친구인 누군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차별을 받았던 대상이 나의 학생이라는 사실에 이상할 정도로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우리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은 수업을 성심껏 준비하는 것은 물론 누구에게나 친절한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되기로 결심했다. 한 학번의 학생 정원이 20명이고, 모든 전공 수업을 소수(작년까지는 6명이었고, 현재는 5명이다)인 학과 교수들이 맡아 진행하기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 한 학생을 평균 5개 이상의 수업에서 만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얼굴은 물론이고 조금만 노력하면 이름도 기억할 수 있고, 지난 수업의 성적까지도 대강 기억에 남는다. 앞서 얘기한 진로 지도 수업에서 차별하는 교사에 대하여 이야기했던 학생은 내가 3년동안 진행했던 수업을 진로 지도 수업을 제외하고 총 6개 수강했다. 시험 문제를 잘 푸는 편은 아니어서 보통 B 학점 정도의 성적을 주었는데, 마지막 여섯 번째 수업에서는 제법 시험을 잘 봐서 좋은 성적(A학점)을 줄 수 있었다. 학생이 시험 성적을 확인하러 왔을 때 성적이 향상된 것에 기특한 마음이 들어서 잔뜩 칭찬을 해주었는데, 그 이후 복도에서 마주치면 더 반갑게 인사하는 것 같다.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 답답함이 밀려오는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한다. 그리고 연구실로 돌아와서 나에게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누구에게나 칭찬과 위로가 필요하다.
학생1. “교수님,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교수님 수업을 더 이상 들을 기회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동안 좋은 수업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가르침 잊지 않고 좋은 사람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학생2.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명받았습니다. 저도 교수님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학생3. “항상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정말 잘 가르쳐 주시는데… 못 받아먹는 제가 참... 저도 안타깝습니다.”
학생4. “수업 학생이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5. “학생 한 명 한 명 이름 기억해 주셔서 감동입니다 교수님! 수업도 넘 재밌어요.”
(2022년 스승의 날, 학생들의 편지 중에서 발췌)
나는 이미 오래 물리를 해서 잘 모르면 부끄러워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우리 학생들은 그렇지 않으니 거리낌없이 질문할 수 있도록 최대한 친근하고 친절하게 질문시간을 운영하려고 한다.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질문해도 될까요?” 라는 질문에 “그럼요” 라고 대답을 하곤 한다. 학생들이 이것을 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허들을 낮춰주고 싶다. 학생으로서 처음 수업을 들을 때만큼 질문을 편하게 할 수 있을 때가 또 있겠나 싶다. 같은 분야의 일을 오래 할수록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진다. 지금이 가장 질문하기가 좋은 때다!
(나의 반성적 일지 #4, 2021. 3. 10)
본 셀프스터디에서는 물리학 연구자가 사범대학에서 물리교사교육자로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을 연구하였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낯섦을 주요 키워드로 하여 비판적 동료와 함께 고찰하고, 다중 데이터를 활용하여 균형있는 해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를 통해 본 연구에서 소개된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물리교사교육연구의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였다. 다음은 연구 결과의 서술의 순서에 따라 사범대학에서 경험하는 낯섦, 전공 과목 강의자로서 나, 교사교육자로서 나에 대한 이야기 순으로 논의한 것이다.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정립하는 일련의 과정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지만, 새로운 교수 환경에서 마주하는 낯섦을 이해하고 새로운 경험 – 처음 하는 강의,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학생들에 대한 이해 추구 – 속에서 ‘나’와 나의 환경에 대해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모습은 그 양상과 내용은 다르지만 교사교육자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는 물리학 연구자가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서술하였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나의 역할을 명확히 하기에 앞서,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하였다.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분명한 인식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를 탐색하게 하였으며, 이는 전공과목 강의자로서 나와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었다.
H 교수는 본인이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싶은 기대와 기준이 있으나, 주어진 여건이 녹록치 못함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 역시, H 교수를 힘들게 하는 주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업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다짐, 혹은 의무감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7, 2021. 4. 8)
현재 H 교수는 물리학자로서, 신임교수로서, 그리고 대학교수로서 본인의 지향점(이것은 H 교수의 과거 경험과 밀접할 듯)들이 복합적으로 수업에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4, 2021. 3. 25)
전공 과목 강의자로서 나는 학생들이 물리학 지식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도록 하는데 나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나는 대학에서 강의한 경험은 없었지만, 연구자로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청중과 의사소통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강의를 준비하였다. 나는 먼저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상태에 주목하였으며, 이를 통해 강의가 학생들에게 효과적이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강의의 개선점을 모색하였다. 이는 효과적인 강의를 위해 강의자로서 해야 할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인식하였다. 강의 대상자인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 나는 학생들과 소통의 기회를 점차 늘리고, 그들의 다양한 반응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사범대학 물리교사 양성 교육과정에 주목하게 되었는데, 물리학 지식 전문성 외에도 효과적인 물리수업을 위한 물리교수법 및 교사로서 소양을 기르기 위한 다양하고 상당한 내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기존 교사양성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측면과 물리교사가 갖춰야 할 물리학 지식을 충분히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의 물리학 전문성 함양을 위해 제한된 전공과목들을 어떻게 구성할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나의 강의 내용을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이와 같은 다각적인 노력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강의자로서 나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였다.
우리는 현재 사범대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있고, 학생들이 다소 수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사범대 물리교육과의 전체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더 이야기하였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6, 2021. 4. 1)
효과적인 강의를 위하여 학생들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장차 중등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예비교사라는 점에 주목하였고, 그런 점에서 교사교육자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이는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졌는데, 학생의 요구와 수준, 학생들을 둘러싼 사회 문화적 환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고, 이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뤄졌다. 학생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수록 강의에 대한 부담이 점차 커졌는데, 이는 제한된 시간 내에 학생들이 꼭 이해해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며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수업을 지향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과 교수로서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이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고, 왜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려고 하며 어떤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과 요구는 과거에 내가 가졌던 것들과는 다르다는 점도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나의 성장 과정에 비춰 교사교육의 방향을 탐색하는 모습으로 이어졌다. 연구를 마칠 무렵 나는 학생과의 소통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으며 학생들을 더 많이 칭찬하게 되었다. 강의실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을 통하여 보람과 기쁨, 때로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면서 이로부터 강의 실행의 개선 방향을 도출하기도 하였고, 한편으로 격려와 위로를 받기도 하였다. 정리하면, 사범대학 신임교수인 나는 예비교사인 학생과의 소통을 통해 나 스스로를 평가하고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을 정립하였다.
또한 H 교수는 수업시간에 본인의 태도 역시 예비교사인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부분 역시 고려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수업시간에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선생님으로서의 태도를 배우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게 좀 신경이 많이 쓰여요.”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3, 2021. 3. 18)
H 교수는 본인 스스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먼저 무언가를 규정하거나 학생들을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려는 마음 또한 가지고 있었다. 다음은 대화 중 본인이 가지는 특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누가 저에게 저의 장점을 알려줬는데, 그 꼰대 같은 게 없대요. 제가 꼰대라는 건 나이랑 상관이 없잖아요. 좀. 그게 없는 편이라고 해도 되는…(중략)… (학생들이) 나와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실은) 내가 맞춰주는 노력의 결과이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8, 2021. 4. 20)
H 교수는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크고, 그런 부분에 있어 본인도 약간 예상 밖, 그리고 놀라움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본인의 성격이 다른 누군가에게 큰 관심이 있는 성격이 아님에도 학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가지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학생과 소통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니, 대단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그와 같은 애정은 학생들의 수업에서, 그리고 수업 후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학생들을 배려하고, 학생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본인이 힘들 때에도, 그것을 시스템의 문제로 인식하고, 학생들에게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엿볼 수 있었다.
(비판적 동료의 반성적 일지 #7, 2021. 4. 8)
본 연구에서는 물리교육과 신임교수인 내가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을 반성적으로 고찰하고 그 과정을 서술하였다. 물리교육과 신임교수인 나에게 낯섦은 나를 이해하고 전공과목 강의자로서 나, 교사교육자로서 나의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 중요한 출발점이었다. 낯선 상황속에서 효과적인 강의를 위해 학생들을 파악하고자 했던 노력은 교사양성과정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이해의 추구로 나타났다. 임용 초기부터 교사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기로 정한 나는 학생들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를 구체화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정한 나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구체적으로는 강의자로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친절하고 격려해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학생들이 보고 배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나의 노력은 내가 예비교사들의 롤 모델이 되기를 지향한 것의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이와 같이 임용 직후부터 현재까지 내가 했던 생각과 행동은 사범대학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나에게 주어진 교육 및 연구 환경의 특성, 기회와 한계를 인식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사범대학 교수로서, 연구자로서, 강의자로서, 그리고 교사교육자로서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 낯설고 새로운 환경은 내가 교사교육과정을 비판적으로 보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하게 했으며, 내가 나를 이해하고 또한 학생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본 셀프스터디를 통해 나는 나의 다중적인 정체성은 물론 나를 둘러싼 환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나의 학생인 예비교사들에 대한 이해가 분명해지면서 스스로 정한 교사교육자로서의 역할도 학생들과의 관계와 소통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었다.
본 연구는 사범대학 신임교수인 물리학자가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을 공론화할 수 있는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물리학 연구자들은 사범대학 물리교육과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교사교육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연구로 논의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셀프스터디 연구 방법을 통해 사범대학 신임교수인 물리학자가 교사교육자로서 본인의 역할을 정립하는 과정을 고찰하였다. 아마 지금도 많은 물리교육과 신임교수들이 본인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것이다. 내가 교사교육자로서 역할을 분명히 하는 과정은 나의 다중적인 정체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학생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의 과정이었으며, 이러한 이해의 과정들 사이에 복잡한 상호작용이 있었다. 각 개인이 처한 상황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본 연구에서 제시한 솔직한 나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물리교육 연구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고 후속 연구에 대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