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Article Title, Author, Key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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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hys.: Sae Mulli 2023; 73: 279-290
Published online March 31, 2023 https://doi.org/10.3938/NPSM.73.279
Copyright © New Physics: Sae Mulli.
Sungmin Im*
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Daegu University, Gyeongsan 38453, Korea
Correspondence to:*E-mail: ismphs@daegu.ac.kr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In this study, we review the present status and possibility of teaching quantum physics in schools. We review the trends of research in teaching quantum physics to schoolchildren and analyze the content and representation of children’s trade books. The main contents of quantum physics in children’s trade books are categorized by atom and its structure, energy quantization, duality of light and matter, measurement and uncertainty, and entanglement and quantum technology. The quantum physics representation tools in children’s trade books are categorized by direct explanation, modeling/visualization, storytelling/historical description, and technology/everyday life.
Keywords: Quantum physics, Quantum Technology, Schoolchild, Trade book, Instructional strategy
이 연구에서는 초중등학교 수준에서 초중등학교에서의 양자물리 교육에 대한 현황을 검토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관련 연구 동향을 검토하고 양자물리 관련 아동용 대중 도서의 내용과 표현을 분석하였다. 대중 도서에서 나타나는 양자물리학의 주요 내용은 원자론과 원자모형, 에너지 양자화, 빛과 물질의 이중성, 측정과 불확정성, 양자얽힘과 양자기술의 5가지로 항목화된다. 대중 도서에 나타나는 양자물리 내용 전달의 표현 방식은 직접 설명, 스토리텔링, 모형 및 시각화, 실생활 연계의 4가지로 항목화할 수 있다. 대중 도서에서 드러나는 양자물리 교수학습의 내용과 표현 방식은 초중등학생을 위한 양자물리 교육의 내용 구성과 교수학습 접근 방략에 있어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Keywords: 양자물리, 양자기술, 초중등학생, 대중 도서, 교수학습 방략
현대 사회에서 양자역학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양자역학은 현대물리학의 발전을 선도하면서 철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학계를 넘어서 일상생활 속으로 확대되고 있다[1]. 대중들에게 ‘양자’라는 용어는 더 이상 물리학의 한 분야로서 ‘양자역학’에만 국한되는 용어가 아니다. 양자 현상 자체 또는 그 특징을 포괄적으로 표현하거나 양자 현상과 관련된 기술을 나타내는 의미로 확장되면서 ‘양자’라는 용어가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양자역학의 영향력은 최근에는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이라는 이름으로 확장되고 있다. 양자기술은 광자, 원자, 전자, 포논 등의 양자화된 물리량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기술과 더불어 큐비트, 양자얽힘 등 양자역학적 효과를 생성하고 제어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러한 양자기술은 조셉슨 전압표준, 양자홀 저항표준, 광격자 시계 등과 같은 새로운 측정표준, 슈퍼컴퓨터를 초월하는 양자컴퓨터, 기존 암호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꾸는 양자암호통신, 초고감도 센싱 및 이미징이 가능한 양자센서 등에 적용된다[2]. 양자기술의 확산은 트랜지스터의 발명이 인류 문명을 바꾼 것만큼이나 근미래 사회 양상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양자기술의 개발과 응용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3]. 양자기술은 산업·안보적 파급력으로 각국의 미래 전략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1년 4월말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양자센서, 양자암호통신, 양자컴퓨터 등의 전략 기술에서 4대 강국에 진입할 목표를 제시하였다[4].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기술산업 선진국가에서는 국가 수준의 투자와 더불어 10년 이상 꾸준히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음에 비해 우리나라의 준비와 투자는 아직 미흡하다. 양자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에 못지않게 전문인력 양성이 절실하다. 정부는 2030년 양자 핵심인력 1000명 확보를 양자기술 연구개발의 전략으로 삼고 선도국에 젊은 연구자 파견, 박사급 전문과정 개설 등을 추진방안으로 제시하였다. 2022년 1월에는 국회에서 ‘양자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이 입법 발의되었다[5]. 법안의 주요 내용 중에는 양자기술 전문인력 양성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의 정규 및 비정규 교육에서 양자기술 관련 교육’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등학생들의 물리 기피 현상이 만연한 현재의 학교 상황에서 단기간에 이러한 잠재적 ‘젊은 연구자’의 풀(pool)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 양자기술 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비해 초중등학교 수준에서 이를 대응하기는 매우 어렵다.
2022년 말에 고시 발표되어 2025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초·중·고등학교에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일부 담겨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물리학 과목들을 구성하면서 물리학 기초 개념을 일상생활의 활용과 미래사회의 유망 기술과 적극적으로 연계하고자 하였다. 또한, 고등학교 진로 선택과목으로 ‘전자기와 양자’ 과목을 신설하여 양자물리학의 기초 개념 뿐아니라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 등 양자기술에 대한 내용을 일부 소개하고 있다[6]. 교육과정 개편으로 양자물리 교육이 확대되는 것은 고무적인 방향이나, 양자물리 교육에 대한 인프라와 실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자기술을 초중등학교에 도입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 그동안 국내외를 막론하고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양자물리 교육은 물리학의 여타 다른 영역에 대한 교육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와 관련하여 현황과 원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양자물리 자체가 본질적으로 가르치고 배우기 어렵다[7]. 양자물리학이 공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공부를 해본 물리학 전공자들이 경험적으로 더 잘 알고 있다. 양자물리 학습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경험의 부재 또는 반직관적 특성, 존재론의 변화 수반, 비결정적이고 확률적인 양자 현상 자체의 문제, 고등 수학이 요구된다는 점 등 여러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8-12]. 그러나 이러한 원인 분석이 양자물리를 쉽게 설명하는데 뚜렷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 같지는 않다. 대중의 과학 이해(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우수한 과학 강연과 도서 등이 출판되고 있으나, 인간의 감각과 이성을 초월하는 양자 현상 자체의 신비함은 여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둘째, 양자물리 교육의 실천은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과 전문교육에 치중되어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에서는 찾기 어렵다. 이는 앞서 첫째 원인을 감안하면 자연스럽다. 물론 초중등 수준에서 양자물리 교육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에 개정된 우리나라 고등학교 물리교육과정에는 양자물리와 상대론 등의 현대물리 내용이 이전보다 대폭 강화되었다[13,14]. 그러나 분량과 내용면에서 제한이 있을 뿐 아니라 소수의 고등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에만 편성되었다는 점에서 근원적인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2015년에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그나마 다루는 범위와 내용은 더욱 축소되었다[15,16].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양자물리학 관련 내용이 새로 포함되었으나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비해 다루는 내용 범위와 학습 분량은 적다.
셋째, 초중등학생의 양자물리 교수학습에 대한 기초 연구가 매우 부족하다. 최근 들어 양자물리 교육에 대한 연구 관심이 확장되고 있으나, 대부분 대학교육에 집중되어 있으며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초등학생 대상의 연구 사례가 있으나 양자물리 교육이라기보다는 진로교육 맥락에서 컴퓨터 게임화를 적용한 정보 교육에 대한 연구이며[17],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그나마도 찾기 어렵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일부 있으나 연구 사례가 부족한 만큼 다루고 있는 연구 내용과 범위가 학생의 개념 이해 또는 교육과정 분석으로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민경모와 유준희[18]는 고등학생의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개념 이해를, 임성민[19]은 고등학생들의 양자현상에 대한 개념 이해의 분포를 조사하였다. 정민영과 최호명[20]은 2009 개정 교육과정과 고등학교 교과서를, 조헌국[16]은 2015 교육과정에 나타난 양자물리 내용을 분석하였다. 요약컨대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양자물리 교수학습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학교교육이라는 맥락을 벗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중 도서 또는 상업용 도서(trade book)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초등학생, 심지어 유아를 위한 양자물리 관련 도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사례는 앞서 언급한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연구 사례보다 많다. 초중등학교 교육에서 활용하는 인쇄 매체는 대부분 교과서나 교재의 형태이나, 최근 들어 초중등학생의 과학 교수학습에서 대중 도서의 활용에 대한 연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시장 판매를 목적으로 제작하는 대중 도서는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공적 기능을 가진 교과용 도서에 비해 내용 구성과 표현 방식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중 도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과학 내용을 과학 교과서에 비해 보다 흥미있고 삶과 연계되도록 제시할 수 있다[21-23]. 또한 주제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룰 수 있고, 양질의 사진이나 편집을 통해 외관상 근사해 보이며, 학생들에게 친숙하고 읽기 쉬게 글이 쓰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교과서가 갖지 못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24]. 하지만 초중등학생 교육과 관련하여 대중 도서에 대한 국내 연구는 주로 유아교육이나 문학교육 맥락에 한정되어 있다[25-27] 학교밖 교육 환경의 영향이 중요한 환경교육 분야에서는 일부 찾을 수 있으나[28], 과학교육 연구 맥락에서는 찾기 어렵다. 국외 연구에서는 도서관 교육과 연계하거나[22, 29] 과학의 본성 교육과 관련한 연구 사례[23, 30]를 일부 찾을 수 있으나 다른 과학교육학 연구 분야에 비해 그 사례가 부족하다.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은 초중등학생을 위한 양자물리 교육의 활성화를 제안하기 위해 초중등학교 수준의 양자물리 교육에 대한 현황을 검토하고 실천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초 이 연구의 중심 과제로 삼았던 것은 초중등학교 수준의 양자물리 교육 현황을 검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교교육 맥락에서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사례 자체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 기초 문헌조사 단계에서 드러났으며, 이로부터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학교교육 맥락을 벗어난 학교밖 교육 맥락, 구체적으로는 대중 도서 맥락에서 초중등학생을 위한 양자물리 교수학습의 현황과 실천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으로 연구 방향을 수정하였다. 즉, 이 연구의 목적은 초중등학생을 위한 양자물리 관련 대중 도서의 내용과 표현 방식을 분석하고, 이로부터 초중등학생을 위한 양자물리 교육의 내용과 교수학습 방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중등학생을 위한 대중 도서에서 다루는 양자물리학의 내용은 무엇인가?
둘째, 초중등학생을 위한 대중 도서에서 양자물리학의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표현 방식은 무엇인가?
이 연구에서는 방법론으로 내용분석법(content analysis)을 적용하였다. 내용분석법은 텍스트로부터 타당한 추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련의 절차를 사용하는 연구방법으로서[31],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방법으로 시작되어 현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한 분석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용분석의 주요 대상은 잡지, 신문, 도서 등과 같은 문서이지만, TV 프로그램, 예술작품, 이미지, 광고 등과 같이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 자료도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내용분석은 대중매체 속의 메시지 분석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32], 교육과 관련하여 교과서, 교재, 동화책 등의 내용을 분석하는 연구에서도 주된 방법론으로 활용되었다[25-28]. 특히 내용분석법은 대중 도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해석함으로써 도서가 담고 있고 텍스트의 유형, 주제, 편향, 의미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대중 도서를 과학교육 맥락에서 활용하는 연구에서 주요 연구 방법론으로 활용되었다[33].
내용분석법은 양적 내용분석과 질적 내용분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양적 내용분석은 연구 자료를 규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어떤 범주에 할당하고,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여 그러한 범주들 간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이며, 질적 내용분석이란 주어진 자료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분류 과정을 통해 내용의 패턴과 주제를 밝히는 연구방법이다[32]. 이 연구에서는 대중 도서에서 묘사되는 양자물리 내용이 무엇이며 이를 표현하는 방식의 특징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기 때문에 질적 내용분석 방법을 적용하였다.
White & Marsh[34]는 질적 내용분석 과정을 연구 문제 제기, 표본 추출, 범주화, 분석으로 이어지는 4단계로 제시했다. 첫째 단계인 연구 문제 제기에서는 연구의 방향과 수집된 자료에 영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예상 질문을 활용한다. 둘째 단계에서 연구자는 연구 목적에 따라 어떤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할지 추출 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표본을 추출한다. 셋째 단계에서 연구자는 질적 범주화를 위해 선험적인 코드보다는 연구 문제 제기 단계에서의 예상 질문에 주목하며 범주화를 위한 매트릭스를 작성한다. 마지막 분석 단계에서는 범주화를 하며 초기의 예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는지 혹은 새로운 질문이 생겨났는지 확인하면서 의미를 도출한다.
이 연구는 White & Marsh의 질적 내용분석 4단계에 따라 진행하였다[34]. 첫 번째 연구 문제 제기 단계는 서론에서 도출한 연구 문제에 대응된다. 두 번째 표본 추출 단계는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도서의 구분 및 선정 기준을 설정하고 이 기준을 근거로 분석 대상을 추출하는 단계이다. 대중 도서를 구분하고 선정하는 기준 자체가 연구 결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기에 이 논문에서는 III장 1절에서 그 결과를 소개한다. 세 번째 단계인 범주화를 위해서는 앞서 설정한 연구 문제에 따라 내용을 분석하기 위한 범주화 매트릭스를 작성해야한다. 범주화 매트릭스가 작성되면 이를 근거로 각각의 연구 문제에 대응하여 내용을 분석하는 네 번째 단계가 이어진다. 이 논문의 III장 2절에서는 첫 번째 연구 문제에 해당하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를, III장 3절에서는 두 번째 연구 문제에 해당하는 표현 방식이 어떠한지에 대한 분석 과정과 결과를 진술하였다.
연구의 대상이 되는 도서의 큰 범주는 학교나 학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나 교재가 아니라 대중을 대상으로 상업적으로 개발되어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중 도서 또는 상업용 도서(trade book)이다. Watson & Baker는 대중 도서의 내용분석을 위한 도서 선정 기준으로 내용(content), 정확성(accuracy), 시기(currency)의 3가지 범주를 제시하였다[29]. 이 연구에서는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자료를 추출하기 위해 목표 대상(target)과 하위 장르(sub-genre) 범주를 추가하여 5가지 범주로 도서 선정 기준을 설정하였다 (Table 1). 이 연구에서 설정한 각 범주의 의미와 범주화 과정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Categorization scheme for children’s trade books about quantum physics.
Category | Meaning | Criteria |
---|---|---|
Content | Big idea or theme | Quantum, Quantum mechanics, Quantum physics |
Accuracy | Validity of content | Valid and accurate as science knowledge |
Currency | Published year | Published within 10 years (2002–2022) |
Target | Target readers | Jeuvenile, Children, Schoolchild, Young student |
Suitable for target | Readable/Understandable for Schoolchild | |
Sub-genre | Types of unfolding main theme | Educational Comic book, Illustrated story book, Nonfiction |
내용 범주는 분석하고자 하는 도서가 다루고 있는 중심 내용이 무엇인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Ford[23]는 어린이를 위한 대중 도서를 선정하는 기준으로서 내용 범주를 생명 과학(동물, 자연, 생태, 인체 등), 지구 과학(지구, 자연재해, 날씨 등), 물상 과학(물질의 성질, 우주, 힘과 운동, 측정 등), 과학자 생애(역사적 유명 과학자, 과학 관련 진로 등)로 구분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도서 제목에 ‘양자’가 포함되거나 명시적으로 양자물리학을 중심 주제로 다루는가를 구체적인 선정 기준으로 하였다.
정확성 범주는 도서에서 소개하는 내용이 과학적으로 오류가 없고 타당한지를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자가 도서의 내용을 우선 검토하여 명백하게 과학적 오류가 발견되는 경우는 처음부터 분석 대상 후보에서 배제하였다.
시기 범주는 분석하고자 하는 도서의 출판 및 유통 시기가 연구 목적에 부합하는가를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현재 초중등학생의 물리교육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기 위하여 최근 10년 이내 국내에서 창작 또는 번역하여 출판된 도서로 한정하였다.
목표 대상 범주는 도서의 주요 독자층이 누구인가를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는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게 초중등학생을 주요 독자층으로 고려하였다, 즉 도서의 제목이나 저자의 소개글 등에서 명시적으로 목표 독자층을 초·중·고등학생 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로 한정하였다.
하위 장르 범주는 책에서 주제를 전개해가는 방식이 어떠한가를 의미한다. Ford[23]는 시중에 판매되는 전형적인 아동용 대중 도서의 하위 장르를 사실/정보전달, 실험책, 과학전기/역사책, 여행/지리책, 자연을 주제로 하는 예술문학, 소설 등으로 6가지로 세분화하여 구분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양자물리학을 중심 내용으로 다루고 있는 초중등학생용 대중 도서 자체가 많지 않아서 이러한 범주 구분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앞서 제시한 4가지 준거에 따라 추출된 후보 도서들을 귀납적으로 분류하여 학습만화, 그림동화, 아동용 논픽션 등 3가지 하위 범주로 구분하였다.
5가지 범주의 선정틀을 모두 적용한 결과 1차적으로 총 10권의 도서를 분석 대상 후보로 선정하였다. 후보로 선정된 10편의 도서는 5가지 범주를 만족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실제 내용분석을 진행하면서 각 도서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수준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 발견되었다. 즉, 어떤 도서는 명시적으로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였으나 다루는 내용의 범위와 수준이 일반 대중을 위한 교양도서와 다를 바가 없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아동용 논픽션 하위 장르에 해당하는 도서는 도서의 주요 대상이 초중등학생이라기 보다는 일반 대중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습만화 장르에서도 형식만 만화일 뿐이지 내용 수준과 진술하는 방식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가까웠다. 따라서 목표 대상 범주의 의미를 도서 내용이 목표 대상의 이해 수준에 부합하는지를 포함하도록 확장하여, 저자의 소개글이 아니라 연구자의 판단으로 다루는 내용이 평범한 초중등학생이 읽고 이해하기에 지나치게 어렵거나 복잡하다면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결과적으로 학습만화 부문에서 1권(A1), 그림동화 부문에서 4권(B1, B2, B3, B4) 등 총 5권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압축하였다 (Table 2).
Final selected books for content analysis.
Code | Title (Original Title) | Sub-genre | Author/Illustrator/(Translator) | Originality(Language) | Year | Publisher |
---|---|---|---|---|---|---|
A1 | Quantum Mechanics forElementary schoolchild | Educational Comic book | Eokju Lee/Sungwoo Hong | Original(Korean) | 2021 | Haenamu |
B1 | Curious Quantum Mechanics | Illustrated story book | Eunyoung Song/Joono | Original(Korean) | 2022 | Namu book |
B2 | My First Book ofQuantum Physics | Illustrated story book | Sheddad Kaid-Salah Ferron/Eduard Altarriba | Translated | 2020 | Dourei |
B3 | Future Genious: Quantum Physics | Illustrated story book | Carlos Pazos | Translated | 2020 | Nexus |
B4 | Quantum Physics for Babies | Illustrated story book | Chris Ferrie | Translated | 2016 | Ashtreepublish |
1단계에서 설정한 연구 문제에 따라 크게 내용 차원과 표현 차원으로 구분하여 범주화를 위한 매트릭스를 설정하였다. 내용 차원은 도서에서 다루고 있는 양자물리의 내용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고, 표현 차원은 도서에서 다루고 있는 양자물리 내용을 독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내용 차원의 하위 범주를 설정하기 위해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연역적으로 양자물리학의 내용 자체를 하위 주제로 구분하는 한편, 분석 대상 도서의 내용을 탐색하면서 공통적인 내용을 귀납적으로 범주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Im[35]은 그동안의 국내외 양자물리교육에 대한 문헌 분석을 바탕으로 학생의 양자물리 관련 개념 이해를 조사한 연구가 다루고 있는 내용을 입자-파동 이중성, 불확정성, 파동 함수, 원자 구조, 상태와 측정 등 크게 5가지로 범주화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대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수행된 결과로서 우리나라의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양자물리의 내용 범주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양자현상에 대한 이해를 조사한 선행연구에서는 2015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물리 교과에 준하여 양자물리의 내용을 원자와 전자, 에너지 양자화, 빛의 이중성, 물질의 이중성, 불확정성 등의 5가지 내용 요소로 구분한 바 있다[19]. 그러나 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의 개념 이해 맥락에서 양자물리 내용 범주를 제시한 선행 연구의 결과를 초중등학생을 위한 대중 도서 맥락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분석 대상으로 선정된 다섯 권의 도서에 대해서 목차 및 각 장별 내용을 검토하여 양자물리학의 하위 주제명을 탐색하였으며, 이를 앞서 제시한 선행연구 결과에 비추어 항목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대중 도서에 나타나는 양자물리학 내용을 분석하는 범주틀을 원자론과 원자모형, 에너지 양자화, 빛과 물질의 이중성, 측정과 불확정성, 양자얽힘과 양자기술의 5가지로 하위 범주로 구성하였다. Table 3에서 내용 차원의 분석 결과를 요약하였으며, 각 하위 범주별 분석 결과는 다음 소절에서 소개하였다.
Categorization matrix by content.
Category | Books | ||||
---|---|---|---|---|---|
A1 | B1 | B2 | B3 | B4 | |
Atom and its structure | ◯ | ◯ | ◯ | ◯ | ◯ |
Energy quantization | ◯ | ◯ | ◯ | × | ◯ |
Duality of light and matter | ◯ | ◯ | ◯ | × | ◯ |
Measurement and uncertainty | ◯ | ◯ | ◯ | ◯ | × |
Entanglement and quantum technology | ◯ | × | ◯ | × | × |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다섯 권의 모든 도서(A1, B1, B2, B3, B4)에서 공통적으로 원자론과 원자 모형을 다루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원자 개념을 소개하는 것(‘모든 물질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과 원자의 구조를 소개하는 것(‘원자는 핵과 전자로 구성된다’)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서에 따라서는 원자를 덩어리 또는 입자로 표현하고 그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제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B1), 그 외에 도서에서는 원자, 원자핵, 전자, 양성자, 중성자와 같은 용어를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심지어 명시적으로 목표 대상을 6–9세로 언급하거나(B3) 책 제목에서 ‘아이를 위한(for babies)’이라고 명시한 도서(B4)에서도 양성자와 중성자를 소개하고 있다.
한편 2015 교육과정에서 원자 개념은 중학교 2학년 이후에 처음 나타나며, 초등학교 이하에서는 명시적으로 원자라는 용어를 도입하지 않는다. 이 교육과정 체제에서 양성자와 중성자 개념이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고등학교 선택과목이다[15]. 원자와 원자 구조에 대한 지식 자체가 양자물리학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미시 세계의 자연 현상과 규칙성을 다루는 학문으로서 양자물리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 요소는 원자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 연구에서 선정한 모든 분석 대상 도서에서 공통적으로 원자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이후에서야 원자에 대한 지식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학교 교육에서 양자물리학과 같은 현대 과학의 비중이 매우 작음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 양자화 개념은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도서 중 네 권의 도서(A1, B1, B2, B4)에서 나타난다. 에너지 양자화를 소개하는 모든 도서는 에너지가 불연속적인 값을 갖는다는 사실을 ‘양자’ 또는 ‘양자화’라는 용어를 동원하여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플랑크의 흑체복사이론을 소개하면서 ‘모든 에너지는 아주 작은 덩어리로 이루어졌습니다.’라든가 ‘양자라는 연속적이지 않는 물리량을 발견했어요’(B1)와 같이 불연속 물리량으로 소개하기도 하며, ‘이 에너지의 양을 양자라고 해요’(B4)와 같이 원자 내 에너지 준위에서 방출되는 다양한 값의 에너지를 소개하면서 양자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에너지 양자화 개념을 소개하는 모든 도서에서는 원자 구조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에너지 준위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 결과를 ‘물질마다 고유한 특정한 색깔의 빛을 낸다.’(B1)와 같이 불연속 스펙트럼과 연계하여 설명한다. 양자를 에너지 양자화 개념으로 소개하지 않는 도서에서는 ‘매우 작은 세계’로서 양자 세계를 소개하면서 용어를 도입한다 (B3).
에너지 양자화는 양자라는 용어의 의미를 나타내므로 양자물리학의 가장 중심 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물리학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대중 도서에서 양자 개념을 설명할 때 에너지 양자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2015 교육과정에서 에너지 양자화 개념은 고등학교 선택과목인 물리학Ⅰ에서만 등장하며 초중학교 교육과정은 물론 고등학교 수준의 다른 과학 분야 과목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15, 19].
빛과 물질의 이중성에 대해서는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도서 중 세 권의 도서(A1, B1, B2)에서 나타난다. 이들 도서에서는 이중성이라는 용어를 도입하면서 그 의미를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하여 소개한다. 예를 들어 ‘빛은 에너지 덩어리, 하지만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어요.’(B1)라든가 ‘입자는 늘 물질 알갱이처럼 행동하지도 않아. 때로는 파동처럼 행동해’(B3)와 같이, 어휘의 수준만 다를 뿐 이중성 개념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빛과 물질의 이중성 개념은 2015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선택과목 물리학Ⅰ과 물리학Ⅱ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물리학Ⅰ에서는 현상과 응용 위주로 제시하는 한편 물리학Ⅱ에서는 원리 중심으로 제시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제한된 교육과정의 내용 분량을 감안할 때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빛과 물질의 이중성이 양자물리학을 소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개념(big idea)임을 알 수 있다[15,19]. 그러나 이 주제 역시 고등학교 선택과목에서야 비로소 처음 등장하게 되며, 모든 학생들이 배우는 초·중·고등학교 공통과목에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측정과 불확정성에 대한 개념은 분석 대상 도서 중 네 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A1, B1, B2, B3). 불확정성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2권의 책(A1, B2)에서 나타나는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양자역학을 역사적 사건과 과학자의 업적을 중심 내용으로 다루는 책이다. 명시적으로 불확정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지와 무관하게 불확정성의 원리 개념을 소개하는 모든 도서에서는 정량적인 관계식을 도입하지 않고 정성적으로 그 의미를 풀이한다. 정성적인 의미를 설명함에 있어서 대부분의 도서는 관찰에 의한 상태 붕괴를 중심으로 불확정성 원리를 도입한다. 예를 들어 ‘관찰에 따라 상태가 결정된다.’(B2) 또는 ‘우리는 한 번에 한 가지 속성만 알 수 있을 뿐이에요’(B2)와 같이 직접적으로 의미를 서술하거나, ‘쳐다보지 않을 때는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한다.’(B3) 등과 같이 상태의 중첩 개념을 삽화와 함께 풀어서 소개하기도 한다.
불확정성 원리는 2009 교육과정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고등학교 선택과목 물리학Ⅱ에서 다루고 있지만[14,15], 고등학교 수준에서 불확정성 원리의 물리적 의미를 오개념 없이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연구들의 주장이 엇갈린다. 학생들은 종종 불확정성을 측정 오차 또는 확률 분포와 혼동하거나, 용어의 정의, 수식, 이론 체계를 받아들이는데 혼란을 겪는다[36]. 고등학생들이 불확정성 원리 학습에서 겪는 어려움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불확정성 원리를 학습하더라도 일상에서 적용이 불가능하며 믿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18]. 물리를 전공하는 대학생에게도 여전히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보다는 교재의 설명을 단순히 암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보고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37], 불확정성 원리를 중학교 이하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것은 더욱 도전적인 과제로 보인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대부분의 대중 도서에서는 초등학생 이하의 독자층을 대상으로도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내용을 명시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에서 교육계와 출판 시장의 접근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분석 대상 도서 중 두 권(A1, B2)에서는 양자얽힘과 양자기술 개념을 다루고 있다. 양자역학과 관련된 주요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 위주로 기술한 학습 만화(A1)에서는 양자컴퓨터를 중심으로 양자기술의 의미와 현황을 소개한다. 이때 양자기술의 핵심 원리로서 양자 중첩 개념을 바탕으로 양자비트, 즉 큐비트를 소개한다. 고전적인 비트와 큐비트를 비교하면서 이를 활용한 양자컴퓨터가 고전적인 컴퓨터에 비해 훨씬 강력한 연산 기능을 가질 수 있음을 만화 주인공의 말을 빌어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한편, 그림동화 형태의 다른 도서(B2)에서는 양자얽힘의 핵심 개념을 먼저 소개하고 이후에 양자기술을 도입한다. 이때 양자얽힘 개념은 ‘(입자들이 서로 얽혀 있을 때) 한 입자에 일어난 일이 즉각 다른 입자에 영향을 미쳐요’, ‘광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치 서로 간에 즉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의사소통을 해요’ 등과 같이 원격 작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와 같은 내용을 고등학생 이하의 어린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가능한지 또는 어떻게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연구된 바가 거의 없다. 초중등학생이 아니라 대학생 이상으로 대상을 확장하더라도 양자얽힘이나 양자기술에 대한 학생의 개념 이해를 명시적으로 조사한 연구는 찾기 어렵다. 물리 전공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파동방정식과 파동함수의 물리적 의미 해석, 측정과 상태, 기댓값의 의미 등에 대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고는 있으나[37], 양자기술의 바탕이 되는 양자얽힘이나 큐비트 등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연구는 없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도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양자역학이 도입된 이래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도 양자얽힘이나 양자기술에 대한 언급은 없다. 서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전자기와 양자’라는 과목이 신설되면서 양자물리학 내용이 이전에 비해 강화되고 양자기술 관련 내용이 추가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양자기술과 관련된 내용을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교육과정 문서 체제상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양자기술과 관련된 내용을 학교 교육에 도입하고자 할 때에는 세간의 화제에 따라 정보 나열식의 도입이 아니라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미 대중 도서 시장에서는 초등학생 이하의 학생을 위한 도서에서도 양자얽힘 개념까지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양자기술과 같은 응용 기술에 대한 교육에 대해서 신중한 접근 뿐아니라 적극적이고 신속한 접근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양자물리 학습에 대한 흥미를 조사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양자기술과 관련된 내용이 아직까지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며, 특히 진로 희망이 이공계열인 경우에 양자기술 주제에 대한 흥미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는 점은[38] 양자기술에 대한 교수학습 연구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양자물리 교육 자체에 대한 연구는 부족하더라도 상대론 등과 같이 추상적이고 반직관적인 현대물리학을 보다 잘 가르치려고 하는 다양한 시도에 대한 연구 문헌은 점차 축적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대중 도서에 나타난 양자물리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표현하는 방식을 범주화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물리교육 연구 분야에서 제시하는 현대물리학 교수학습의 접근 방략을 먼저 연역적으로 제시하고, 이후 도서의 내용을 분석하면서 해당되는 표현 방식을 앞서 제시한 현대물리학 교수학습의 접근 방략과 비교하여 귀납적으로 범주화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양자역학, 상대론 등 주로 현대물리학 교수학습에 대한 선행연구에 기반하여 제시하는 교수학습 접근 방략은 다음과 같이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시뮬레이션 및 시각화[39] (예: 원자 속 들여다보기, 확률파동함수의 모양, ...)
둘째, 모형과 비유 활용[40] (예: 광자와 알갱이, 원통 기둥의 그림자, ...)
셋째, 실생활 연계[41] (예: 마블영화 속에서 양자 찾기, 큐비트 암호 만들기, ...)
넷째, 초인지 전략[42] (예: 아는 것과 믿는 것 비교, 양자 이론에서 역설과 모순, ...)
다섯째, 철학적 해석[43] (예: 정확함과 확실함, 존재하는 것과 인식하는 것의 관계, ...)
여섯째, 스토리텔링[44,45] (예: 양자역학의 100년 역사, 양자기술이 보편화된 2050년 세계, ...)
이러한 교수학습 접근 방략 구분은 주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부터 도출된 것으로서, 고등학생 이하의 어린 학생들을 목표 대상으로 하는 상업용 도서 맥락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교육 맥락에서는 교수학습 방략이지만 대중 도서 맥락에서는 교수학습이라기 보다는 내용 전달을 위한 표현 방식이라는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론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기존 연구 문헌에서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양자물리학 교수학습 접근에 대한 연구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위의 접근 방략은 도서에 나타난 표현 방식을 분석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분석 대상으로 선정된 다섯 권의 도서에서 주요 물리 개념과 원리를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를 앞서 도출한 6가지 접근 방략과 비교해가며 항목화하였다. 그 결과 대중 도서에 나타나는 양자물리 내용 전달을 위한 표현 방식은 직접 설명, 스토리텔링, 모형 및 시각화, 실생활 연계의 4가지로 하위 범주로 항목화할 수 있었다. Table 4에서 표현 차원의 분석 결과를 요약하였으며, 각 하위 범주별 분석 결과는 다음 소절에서 소개하였다.
Categorization matrix by representation.
Category | Books | ||||
---|---|---|---|---|---|
A1 | B1 | B2 | B3 | B4 | |
Direct explanation | ◯ | ◯ | ◯ | ◯ | ◯ |
Modeling/Visualization | × | × | ◯ | ◯ | ◯ |
Storytelling/Historical description | ◯ | ◯ | ◯ | × | × |
Relating technology/everyday life | ◯ | × | ◯ | × | × |
분석 대상으로 선정한 모든 대중 도서(A1, B1, B2, B3, B4)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 방식은 원자론과 원자모형, 에너지 양자화, 빛과 물질의 이중성 등 양자물리학의 핵심 개념이나 원리를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표현 방식은 기존 교과서의 개념 설명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전형적인 교양 도서와 같이 저자가 직접 주요 개념을 소개하는 방식이 있는 반면(B1, B2, B4), 만화 주인공이나 가상의 등장인물의 말을 빌려서 설명하는 방식(A1, B3)과 같이 개념을 설명하는 화자가 누구인지와 설명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화자가 저자이든 또는 작품 속 등장인물이든 상관없이 대중 도서에서 드러나는 직접 설명 방식은 전달하고자 하는 물리 개념을 독자 연령층에 적합한 쉽고 친근한 어휘를 사용하여 표현한다(예: ‘이 깜찍한 알갱이들을 입자라고 불러. 큰 원자는 많은 입자로 이루어져있지’).
직접 설명 방식 다음으로 많이 사용된 표현 방식은 과학 개념을 모형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시각화하는 것으로서 삽화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그림동화책에서 주로 드러난다(B2, B3, B4). 설명하는 물리 개념에 따라 모형 및 시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도 한데, 대표적인 예는 원자와 원자 구조를 설명할 때 원자 모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전자는 특정한 에너지 준위에서만 존재하는 공 모형으로 시각화되어 제시된다 (B4). 양자 상태의 중첩과 측정에 의한 상태 붕괴 등과 같이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할 때에도 시각화가 중요하게 등장한다. 예를 들어, 입자를 의인화된 공으로 묘사하면서 관찰 행위에 따라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됨을 시각화하여 나타내기도 한다 (B3).
모형은 과학 개념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기 이전에 과학 개념이 생성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모형은 관찰된 현상에 대한 설명을 제공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사실에 대한 예측과 실험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물리학 이론의 형성과 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유사하게 학생의 개념 형성을 돕거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과학 교수학습의 주요한 방법으로서도 사용된다[46]. 2015 교육과정에서는 ‘모형의 개발과 사용’을 과학 교수학습에서 요구하는 기능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문자와 더불어 사용되는 그림은 특히 어린 아동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 요소이다. 한편, 사진, 삽화, 다이어그램, 그래프 등 다양한 시각적 표상은 과학 담화의 일부로서 과학 탐구에서도 의미를 가지며[47], 학생들에게 친숙한 시각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은 언어적 정보를 시각적 정보와 함께 활용함으로서 학생의 과학 개념 이해를 도울 수 있다[48]. 이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양자물리 내용을 표현함에 있어서 모형과 시각화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양자물리 개념을 어떤 모형과 어떤 형태로 시각화하는 것이 개념 이해와 흥미 증진에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모형과 시각화는 때론 불충분한 설명이나 의도하지 않은 오개념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단지 흥미 증진뿐 아니라 개념 학습 측면에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부 도서에서는 과학사 또는 과학자의 생애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주요 내용을 표현한다(A1, B1, B2). 이들 도서는 대부분 데모크리토스, 돌턴을 비롯한 초기 원자론에서 시작하여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을 언급하며, 어떤 도서는 파인만에 이르기까지 양자물리학의 주요 과학자의 생애와 업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하는 도서들은 다른 도서에 비해 다루는 내용의 폭이 넓고 분량도 많다. 학습만화의 형태를 띤 A1은 총 5권의 시리즈로 구성되었고, 저자의 직접 설명 방식을 취한 B1은 총 분량이 128쪽으로 다른 도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삽화를 중심으로 그림동화 형태를 띤 B2의 경우 전체 분량은 50쪽이지만 다른 책의 비해 2배 이상의 넓은 지면으로 편집되었으며 뉴턴에서부터 표준모형에 이르기까지 30가지나 되는 다양한 소주제를 얇고 넓게 다루고 있다.
허구의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물이 아니라 과학 지식을 소개하는 대중 도서에서 스토리텔링은 주로 과학자의 생애나 과학사, 단편적인 기술 정보의 나열에 한정되기 쉽다. 이 연구에서 분석 대상이 된 도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편 공상과학(scientific fiction) 소설과 같은 창작 문학 장르는 과학 개념을 소개하는 도서에서 시도할 수 있는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록 최종 분석 대상에서는 제외했으나 연구 과정에서 후보 도서에 포함했던 ‘마블이 설계한 사소하고 위대한 과학’과 같은 도서[49]는 소설이나 영화 등 창작물이 양자역학과 같은 현대물리학을 대중들에게 제시하는데 매력적인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 도서에서 양자물리 관련 내용을 소개할 때 취하는 또다른 표현 방식은 양자물리학과 관련된 각종 기술적 응용을 실생활 제품이나 미래사회의 생활상과 연계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연구에서 분석한 도서에서는 LED, 레이저, 휴대전화 등 현재 활용되는 기술 제품은 물론이고 양자컴퓨터, 원격전송, 나노봇 등 근미래 유망기술까지 포함하여 소개하고 있다 (A1, B2). 기술 응용을 나열식으로 소개하는 것은 독자 또는 학습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상업용 대중 도서에서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만화 또는 화려한 삽화를 중심으로 친근하게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도서에서 제시하는 양자물리 관련 기술 응용은 해당 기술의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기보다는 그 기술의 의미와 응용 분야를 실생활 사례 중심으로 나열적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과 같은 기술은 초중등학생들이 성인이 되는 근미래 사회에서는 현재보다 더욱 중요성을 가질 것이며, 학생들에게 이러한 기술을 소개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나열식으로 기술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이러한 기술 개발과 사용의 근원에 어떠한 물리학 개념과 원리가 적용되는지를 소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일반 대중을 위한 교양도서 중에는 양자기술의 기본 원리를 물리학자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접근도 있으나[44,45], 초중등학생 또는 그 이하의 아동들에게 양자기술과 같은 첨단 기술을 어떻게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는 초중등학생을 위한 양자물리 교육의 활성화를 제안하기 위해 학교교육 맥락과 대중 도서 맥락에서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양자물리 교육의 실태를 살펴보았다. 학교교육 맥락에서 초중등학생 대상 양자물리 교수학습의 연구와 실천은 현재까지 미흡하거나 또는 부재하다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 맥락을 벗어나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도서 맥락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양자물리학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이에 연구에서는 초중등학생을 위한 대중 도서에 나타나는 양자물리의 주요 내용과 표현 방식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첫째,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도서에서 나타나는 양자물리학의 주요 내용은 원자론과 원자모형, 에너지 양자화, 빛과 물질의 이중성, 측정과 불확정성, 양자얽힘과 양자기술의 5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다. 모든 도서에서 양자물리학을 소개할 때 원자 개념을 핵심 개념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학교교육 맥락에서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와 유사하다. 반면 측정과 불확정성, 양자얽힘과 양자기술과 같은 내용은 학교교육 맥락보다 대중 도서에서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도서에서 양자물리 내용을 소개하는 표현 방식은 직접 설명, 스토리텔링, 모형 및 시각화, 실생활 연계의 4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다. 직접 설명은 모든 도서에서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내용 전개 방식으로서, 대부분은 독자를 고려하여 쉬운 용어와 친근한 표현을 사용한다. 대중 도서에서는 모형과 시각화와 같은 접근 방식을 동원하여 고등학교 선택과목 이상에서나 다루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을 초등학생 이하의 독자를 대상으로 소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초중등학생을 위한 양자물리 교수학습에 있어서 상업용 대중 도서가 학교물리교육 맥락에 비해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확정성 원리의 경우, 학교 물리교육에서는 보어의 수소원자 모형과 같이 준고전적 모형과 연계하거나 운동량-위치 관계식 위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대중 도서에서는 측정과 상태 등과 같이 보다 근원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명시적인 독자층이 초등학생 이하 아동인 어떤 대중 도서는 전공 대학원생들도 개념 이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37] 양자 중첩과 양자얽힘 개념까지 소개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나 양자암호통신 등과 같은 양자기술에 대해서도 대중 도서에서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학교 물리교육 맥락에서는 최근에서야 고등학생을 위한 진로선택 과목에서 겨우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독자 또는 학생에게 전달하는 표현 방식에 있어서도 대중 도서에서는 의인화된 모형을 사용하거나 친근한 형태의 삽화를 활용하여 시각화된 정보를 주로 활용하는 반면, 교과용 도서에서는 텍스트 진술과 수학적 표현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한편, 상업용 대중 도서 맥락과 학교 물리교육 맥락은 지향하는 목적과 양태가 서로 다르므로 각 맥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는 단순 비교는 위험하다. 상업용 대중 도서는 대중에게 널리 팔려야 하므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내용 구성과 표현 방식이 자유로운 반면, 학교 교육 맥락에서 사용하는 교과용 도서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정확한 과학 지식을 다루어야 하고 교육과정에 구속될 수 밖에 없다. 두 맥락의 목적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맥락의 도서에서 나타나는 양태도 다를 수밖에 없다. 목적과 양태가 다르므로 대중 도서의 내용과 표현 방식을 교과용 도서 또는 학교 물리교육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것도 명확하다. 다른 중요한 고려사항은 내용 구성과 표현 방식의 타당성에 대한 검증 여부이다. 학교교육 맥락에서 학생의 양자물리 교수학습에 대한 연구는 비록 양적으로는 아직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나, 대중 도서에서 제시하는 양자물리의 내용 구성과 표현 방식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가 극히 부족하다.
이러한 본질적 차이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중 도서에서 드러난 양자물리의 내용 구성과 표현 방식을 살펴보는 것은 학교 물리교육에서 양자물리 교수학습을 위한 교육과정 구성과 교수학습 방략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즉, 이 연구는 초중등학생에게 필요한 양자물리의 교육 내용은 무엇이 되어야하며 어떻게 표현하여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 고민과 질문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연구에서 분석한 도서 중 6세부터 9세 아동을 권장 독자층으로 제안한 도서(B3)는 ‘원자 구조와 불확정성 원리’만을 양자물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고 그 외의 내용은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책 제목에 아예 ‘아이들을 위한 양자역학(Quantum Physics for Babies)’이라고 독자층을 ‘아이(babies)’로 명시한 다른 도서(B4)에서는 양자물리학의 내용 범위를 ‘원자 구조와 원자에서 나오는 빛’으로 한정한다. 이들 도서는 원자의 구조 또는 불확정성 원리를 어린 연령층의 독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양자물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집중한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서는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 과목이 아니라 고등학교 2학년 이상에서 이공계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선택 과목에서만 양자물리 내용이 등장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전에 비해 양자물리 관련 내용이 확대 도입되었다지만[6] 여전히 고등학교 수준에서 물리학을 ‘선택한’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이다. 양자물리는 학교 교육에서 다룰 필요가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모든’ 학생들이 배워야할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자물리는 과연 모든 학생이 배울 필요가 있는가? 이 질문은 모든 학생이 반드시 알아야할 양자물리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답을 요구한다. 그러나 양자물리 학습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주장이나 양자물리 학습의 어려움에 대한 연구에 비해, 초중등학생이 배워야하는 양자물리의 핵심 내용이 무엇이고 어떻게 제시되어야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면에서 이 연구 결과는 모든 학생이 배워야하는 양자물리의 내용과 표현 방식에 대한 간접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논의를 촉발한다는 데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양자물리 교육의 확대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려와 반대의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서론에서 언급한 양자물리 교수학습의 근본적 어려움도 반대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최근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은 교과 내용과 수준을 모두 낮추는 이른바 ‘학습량 적정화’를 지향한다. 이는 학생이 배워야하는 교과 내용(양적)과 수준(질적)에 대한 부담을 줄여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취지에서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자물리학과 같은 내용을 모든 학생이 배우는 공통과목의 내용으로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학습량 적정화가 양자물리학과 같은 새로운 내용의 도입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근거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 새로운 내용이 도입되더라도 기존 내용이 줄어들면 학생들이 학습하는 교과 내용의 총량을 줄일 수 있으며, 새로운 내용의 도입이 반드시 수준의 심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양자기술과 같은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지만 대신 기존에 다루던 고전물리학 내용의 상당 부분이 축소되기도 했다. 다만 새로운 내용을 도입할 때 학습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학교급에 맞도록 내용의 구성과 수준의 적절화를 세심히 고려해야할 것이다.
한편, 이 연구에서 분석한 ‘아이들을 위한 양자역학(Quantum Physics for Babies)’(B4)의 저자는 최근에 ‘아이들을 위한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for Babies)’을 출간하였다[50]. 이 책에서는 고전적인 비트(bit)를 2가지 색깔만 가질 수 있는 공으로, 큐비트(qubit)는 어떤 색도 가질 수 있는 연속 스펙트럼 공으로 묘사하면서 양자컴퓨팅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 설명 접근이 어느 수준의 학생들에게 개념 이해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과학적으로 타당한지, 오개념을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의 기본 원리를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이렇게 표현하는 과감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인상 깊다. 만약 이러한 접근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양자컴퓨팅에 대한 기본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보다 높은 연령의 초중등학생에게도 양자컴퓨팅을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초중등학생들이 성인이 되는 근미래 사회에서 양자물리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 분명하므로 이를 대비하는 연구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러한 연구에 대한 요청은 이미 수행된 선행연구에서부터 줄곧 있어왔다. 하지만 체계적인 연구 기반 못지않게, 대중 도서 시장의 발빠른 시도처럼, 학교 물리교육 현장에서도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시도와 과감한 실천 역시 중요하다. 앞으로 어린 학생을 위한 양자물리 교육에 대해 물리학자 및 물리교육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다양하고 과감한 실천을 기대한다.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the Daegu University Research Grant,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