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 Article Title, Author, Key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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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hys.: Sae Mulli 2023; 73: 577-591
Published online July 31, 2023 https://doi.org/10.3938/NPSM.73.577
Copyright © New Physics: Sae Mulli.
Gyucheol Sim1, Hongbin Kim1,2*, Gyoungho Lee1
1Department of Physics Education,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08826, Korea
2Pusan National University, Research Center for Dielectric & Advanced Matter Physics (RCDAMP), Busan 46241, Korea
Correspondence to:*E-mail: hongbin633@gmail.com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Herein, we analyzed the content system in the ‘Electricity and Magnetism’ area of 『The Evolution of Physics』(1938) (EoP). We directed our focus toward the flow and structure of the content system, and the results obtained in the analysis are as follows: First, EoP presents a content knowledge flow based on the narrative structure of ‘the changes in human perspective on the material world.’ Second, EoP emphasizes the interaction between two theoretical systems based on the ‘mechanical viewpoint’ and ‘field-theoretical viewpoint’ each, and the role it plays in qualitatively deepening the concept of ‘field.’ Third, the text highlights seven keywords: electromagnetic phenomena, mechanical viewpoint, Oersted's experiment on the magnetic action of current, Faraday's electromagnetic induction experiment, field-theoretical viewpoint, Maxwell's equations, and electromagnetic waves. Based on the findings, our suggestion for physics teaching is to prioritize the concept of ‘changes in viewpoint’ by shifting the focus from a mechanical to a field-theoretical perspective. Furthermore, the understanding of the concept of a `field' must be gradually deepened, starting from its application as a tool for representing forces and gradually acknowledging its physical existence.
Keywords: Einstein, The Evolution of Physics, Electricity and Magnetism, Content system of Electromagnetism, Field
본 연구에서는 물리학의 역사적 흐름과 탐구 맥락(즉,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잘 기술한 것으로 평가되는 아인슈타인과 인펠트의 『The Evolution of Physics』 (이하 EoP)중 ‘전기와 자기’ 영역의 내용 체계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특히 내용 체계를 이루는 흐름과 구조에 집중하였으며,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내용 체계의 흐름 측면에서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에서는 ‘물질세계를 바라보는 인류의 관점 변화’라는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내용 체계의 흐름이 형성되어 있었다. 둘째, 내용 체계의 구조 측면에서 EoP는 ‘역학적 관점’과 ‘장 이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두 이론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장’ 개념의 질적인 심화 과정을 강조하였다. 셋째, EoP는 7개의 주제어(1.전자기 현상, 2.역학적 관점, 3.외르스텟의 전류의 자기작용 실험, 4.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 5.장 이론적 관점, 6.맥스웰 방정식, 7.전자기파)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이상의 연구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전기와 자기’ 영역에서 내용 체계를 잘 갖추기 위해서는 역학적 관점에서 장 이론적 관점으로 ‘관점의 변화’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 개념이 힘 개념을 나타내는 도구에서 물리적 실재로 심화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
Keywords: 아인슈타인, 물리학 개념의 발달과 역사, 전기와 자기, 전자기학 내용 체계, 장
교육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2021년에 발표하였다. 이 계획은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 전면 적용되는 고교학점제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과정에 관한 것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은 ‘미래역량 함양’, ‘맞춤형 교육 제공’ 등을 개정 배경으로 삼고 있다[1]. 최근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에 따르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육내용 선정과 관련되어 이전 교육과정의 큰 틀은 유지한다. 이는 교과의 소수 핵심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선정하여 내용 연계성을 높이고, 교과 고유의 사고와 탐구를 명료화함으로써 학습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것이다[2]. 이를 위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는 교과의 내용 체계를 ‘지식/이해’, ‘기능/과정’, ‘가치/태도’의 차원으로 범주화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이 이 세 가지 차원을 상호보완적으로 함양함으로써, 이를 통해 교과의 본질과 얼개(구조)를 드러내는 교과 핵심 아이디어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2,3]. 이와 같은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을 이해하고 교과 교육의 측면에서 내용 체계를 잘 구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교과별 핵심 아이디어에 담긴 ‘교과의 본질과 얼개(구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물리학’ 교과의 경우 내용 체계는 스토리라인에 따라 세 가지 영역(힘과 에너지, 전기와 자기, 빛과 물질)으로 구분되며, 이 세 가지 영역 각각에는 지식/이해 차원을 비롯하여 기능/과정 차원과 가치/태도 차원이 있다. 그리고 물리 내용 체계는 학생들이 세 가지 차원을 통해 –교과의 본질과 얼개(구조)를 드러내는– 핵심 아이디어에 도달하도록 구성되어 있다[3].
따라서, 물리 교과의 내용 체계를 잘 구성하기 위해서는 물리 교과의 본질과 관련이 깊은 ‘스토리라인(흐름)’과 ‘얼개(구조)
물리 교과의 내용 체계(즉, 흐름과 구조)를 파악하는데 있어서 우리는 과학의 실천전통에 주목하였다. 최근 과학교육계에서는 ‘실천전통(practice)’ 개념이 과학 교과의 성격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드러내어 과학 교과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4]. 실천전통이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확립된 인간 활동의 일관적인 활동 형식을 지칭한다[5-7]. 가령, 실천전통으로써 물리학은 단순히 물리학 명제를 의미하는 것을 넘어서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형성되는데 존재했던 인간 활동의 총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실천전통에 기반하여 물리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학 명제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물리학의 역사적 흐름과 탐구 맥락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 활동의 양식을 소개하고, 학생을 그 전통 속으로 초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탐구하는 것은 물리학이 확립한 인간 고유의 활동 양식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며, 실천전통을 교육의 차원으로 옮기는 작업은 이 고유한 활동 양식을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게끔 그들에게 적절한 내용 체계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물리학 교과의 내용 체계를 구성하는 ‘흐름’과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탐구하는 한 가지 방안은 과학 고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학고전은 위대한 과학자들의 최종적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탐구의 과정 등 과학의 실천 전통이 잘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4]. 그러나 과학 분야는 일반 서적보다는 논문의 형식을 통해 지식이 공유되고 있어서 과학의 실천전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고전을 일반 서적 중에서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패러데이가 집필한 『촛불 속의 과학』이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왓슨의 『이중나선』, 다윈의 『종의 기원』,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8-12]. 하지만 ‘물리학의 실천전통 탐구’와 ‘이에 입각한 교육’이라는 목적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이 잘 알려진 고전들이 과연 교과 교육 개선의 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책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긍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주로 언급되는 과학 고전들이 다루는 내용은 꼭 물리학으로만 한정된 것도 아니고, 설령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처럼 물리학으로는 범위가 정해져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수준은 이미 고교 물리 교과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적절한 과학 고전을 중심으로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탐구하여 물리학 교과의 본질을 명료화하고, 물리학의 흐름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흐름과 구조가 명확한 물리학의 내용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물리학의 개념발달 과정을 통해 물리학이 어떤 것인지를 일반인에게 소개하기 위해 저술된 아인슈타인과 인펠트의 『The Evolution of Physics (1938)』 (이하, EoP)에 주목하였다[13]. EoP는 국외 여러 물리교육 연구에서 중요한 과학고전으로 소개되었다[14-16]. 그리고 최근 국내 물리교육 연구에서도 물리학의 내용 체계의 구조와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과학 고전의 예시로 EoP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17-21]. 선행 연구에 따르면 EoP는 물리학의 모든 영역을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통해 이야기 형태로 서술하고 있으며, 물리학 지식 발달의 과정적인 측면과 결과적인 측면을 모두 바라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즉, EoP는 물리학의 역사적 흐름 속에 존재하는 탐구 맥락과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EoP는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잘 보여줌과 동시에 실천전통을 통해 물리학 교과 내용 체계를 적절하게 구성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에서는 물리학의 실천전통이 반영된 EoP의 본문 내용을 분석하였다. 특히, EoP 관련 선행연구에서 지금까지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전기와 자기’ 영역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EoP의 ‘전기와 자기’ 관련 절에 담긴 물리학의 내용 체계(즉, 흐름과 구조)는 어떠한가?
둘째, 연구 질문1에서 발견한 물리학 내용 체계를 구성하는 주제어는 무엇인가?
본 연구의 연구 대상은 아인슈타인과 인펠트의 『The Evolution of Physics (1938)』이다. EoP는 물리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 독자를 고려하여 만들어진 저서이다. 이러한 이유로 EoP는 전통적인 물리학 교재와 달리 수식이 바탕이 되는 정량적인 접근이 아닌 정성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서술되었다. 한편, 선행연구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EoP의 또 다른 특징은 여러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라인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은 EoP의 본문에서 ‘물리학의 개념발달 과정’을 ‘위대한 추리 소설(The great mystery story)’에 비유하고, ‘물리학자들의 연구’를 ‘탐정의 순수한 사고(The pure thinking of the investigator)’에 비유한다. 즉, 일반인에게 물리학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스토리텔링의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지식의 결과’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지식의 생성 과정’(즉, 물리학의 실천전통)으로 초대하는 방식으로 EoP를 서술하였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실천전통에 기초한 물리교육의 관점에서 EoP가 유의미한 물리교육적 시사점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중심으로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 관련 내용 체계를 분석함으로써 전기와 자기 영역의 ‘내용 체계’에 관한 유의미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한편, EoP는 전통적인 방식과 같이 물리학 학문 영역 위주로 명확하게 책의 장(chapter)이 나누어져 있지는 않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전자기학과 관련된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전체 교재에서 전자기 현상이 등장하는 2개 장(chapter) 중 6개의 절(section)을 연구 분석범위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스토리라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맥락적인 설명이 필요할 경우 분석범위 이외의 절의 내용을 참고하여 내용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는 EoP에 담긴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충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EoP의 전체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분석범위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Selected chapters and sections in EoP.
Chapter | Section | Selected |
---|---|---|
II. The Decline of The Mechanical View | The two electric fluids | ○ |
The magnetic fluids | ||
The first serious difficulty | ||
The velocity of light | × | |
Light as substance | ||
The riddle of colour | ||
What is a wave? | ||
The wave theory of light | ||
Longitudinal or transverse light waves? | ||
Ether and the mechanical view | ||
III. Field, Relativity | The field as representation | ○ |
The two pillars of the field theory | ||
The reality of the field | ||
Field and ether | × | |
The mechanical scaffold | ||
Ether and motion | ||
Time, distance, relativity | ||
Relativity and mechanics | ||
The time-space continuum | ||
General relativity | ||
Outside and inside the lift | ||
Geometry and experiment | ||
General relativity and its verification | ||
Field and matter |
EoP는 아인슈타인과 인펠트가 일반 독자들에게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소개한 교재이다. EoP에 담겨있는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인슈타인이 명시적으로 드러낸 의미뿐만 아니라 암시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의미까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즉, 아인슈타인의 내러티브(narrative)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채택한 연구 방법은 아인슈타인의 내러티브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었다.
내러티브의 어원은 ‘말하다(narro)’와 ‘친숙하다(gnaruis)’가 합쳐진 단어로 개인이 익히 알고 있는 것을 개인의 관점에서 전달하기 위해 정리한 형태를 의미한다[22]. 따라서, 내러티브를 이해한다는 것은 화자의 내러티브를 형성하는 내러티브 속 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관계와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러티브 구조 속으로 들어가서 내러티브에 담겨있는 시간성,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포착하는 연구자의 노력이 요구된다[2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텍스트에 녹아 있는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위해 순환적인 텍스트 분석을 통하여 다양한 층위에서 텍스트의 이해를 추구하였다. 또한, 분석 결과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3인의 공동 연구자(물리교육학 박사 1인, 물리학 박사 1인, 물리 교사 1인) 및 동료 연구자들의 검증과정을 거쳤으며, 텍스트 전체 맥락 속에서 맥락을 구성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여러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텍스트 속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질적 내용 분석법(Qualitative Content Analysis, 이하 QCA)’을 활용하였다. QCA에서는 텍스트를 분석하는 전 과정에서 순환적인 분석을 하는 것을 강조한다[24]. 연구 문제를 중심으로 텍스트의 질적 분석을 하는 연구 과정에서 연구자는 텍스트를 해석하는 시각을 형성하게 된다. 이 시각은 텍스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변하지 않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텍스트를 분석해나가는 과정 속 여러 분석 결과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고, 그 결과 시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즉, 텍스트의 순환적 분석은 텍스트 해석의 결과로 도출한 연구 결과가 텍스트가 전달하고자 하는 표면적인 의미와 심층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다. 이는 일종의 해석학적 순환의 과정이며[25], 연구 문제와 관련된 질문(foreshadowing research question)을 던지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보의 수집과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 이루어진 텍스트 분석의 과정은 아래 Fig. 1과 같다.
Figure 1에서 볼 수 있듯이 질적 내용 분석의 큰 흐름은 문제 제기(formulating research questions), 표본추출(sampling), 코딩(coding), 분석(method of analysis)의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텍스트의 분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드러났을 경우 이를 반영하여 연구 문제를 명료화(clarification of research questions)하고 텍스트의 재해석과 재맥락화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미 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있는 장(chapter), 절(section)을 단위로 하여 텍스트 분석을 위한 표본을 추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전기와 자기’ 영역을 분석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절을 텍스트 표본으로 선정하여 분석하였다. 표본추출 이후 코딩을 통해 이를 자료화 시키는 과정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였다.
코딩의 과정에서 세 명의 연구자는 독립적으로 코딩을 진행하였다. 코딩은 원문의 물리적 구분을 존중하여 문단 단위로 쪼개어 텍스트 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 과정에서는 문단별 핵심 문장을 추출하기 위해 텍스트에 대한 연구자의 해석을 기록하는 ‘개념 메모(concept memos)’를 활용하였다. 한편, 분석 자료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연구가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서 충분한 의견을 나누었으며, 이를 통해 전원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 때, 논의를 통해 연구자 개개인의 개념 메모를 통합하고, 분류하여 범주화 시켰으며, 그 결과 ‘이론 메모(theory memos)’를 생성하였다. 즉, 이론 메모는 더 상세한 분석을 위한 개념 메모의 종합체이다. 논의의 과정을 통해 개별적으로 코딩된 결과에 대한 적절성과 분석범위 및 내용 단위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다.
위와 같은 일차 분석 과정 이후 연구 문제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흐름도(Flow chart)’와 ‘DC 구조도(DC diagram)
그리고 이렇게 추출된 주제어를 바탕으로 모든 내용 요소들이 표현된 중간 단계의 DC 구조도를 다시 간단하게 만들었다. EoP를 분석한 기존의 선행연구에서는 흐름도 또는 DC 구조도 중 한 가지 작업만을 진행하여 각 결과물이 독립된 형태로 제시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각 결과 도출 이후 순환적인 텍스트 분석을 하여, 결과물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밟았다. 따라서, Fig. 2와 같이 연구 결과로 제시되는 세 가지 분석 결과는 유기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도출된 분석 결과물이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동료 연구자들과 논의 및 검토과정을 거쳤다.
흐름도 작성 규칙의 경우, 우선 선행연구에서 개발한 ‘힘과 운동’ 영역의 흐름도[10, 12]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 ‘준비 기호(preparation)’에 해당하는 육각형 모양의 기호는 여러 내용 단위 중 의미 단위를 형성하는 시작 단계에 해당하는 내용 단위를 나타낸 것이다 (Table 2). 다음으로 ‘처리 기호(process)’에 해당하는 사각형 모양의 기호는 본문의 서사 흐름을 위한 중간 단계를 표현한 것으로 선행연구에서 정의했던 ‘주요 흐름
Table 2 Definitions of the symbols used in the flow chart.
Name | Symbol | Definition |
---|---|---|
Preparation | A component that is a ‘preparation’ for forming a meaning in a flow chart. | |
Process | A component that expresses a ‘process to form a meaning’ in a flow chart. | |
A component that expresses a ‘synthesized meaning’ in a flow chart. | ||
Flow line | A line that connects each components to show logical process in a flow chart. | |
Adjoint line | A line that is drawn auxiliary to a flow line. | |
Dashed line | A line that connects datum which are not within the scope of the study, but used auxiliary. |
EoP에 담긴 전자기학 내용 체계의 구조도는 물리학의 학문-문화(Discipline-Culutre; DC)적 측면을 강조한 DC 구조도를 이용하여 나타냈다[10,12]. DC 구조도는 ‘핵(nucleus)’, ‘몸체(body)’, ‘주변부(periphery)’로 구별되는 세 가지 영역에 배치된 내용 요소
본 연구에서 DC 구조도를 표현하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졌다. 첫째, 텍스트에 등장하였던 모든 내용 요소를 DC 구조도 안에 표현하였다. 둘째, 순환적인 텍스트 분석을 통해 핵심적인 내용 요소인 주제어를 선정하였고 이를 다시 DC 구조도에 배치하였다. 또한, 이 구조 내에서 내용 요소들 사이의 연결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앞서 흐름도를 작성하며 사용하였던 ‘흐름선’을 사용하였다. 이때, 논리적으로 연결성을 갖추었을 경우 ‘실선’을 이용하여 나타내었고, 어느 정도 연결은 되어있으나 논리적 관계가 미비할 경우는 ‘파선’을 이용하여 나타냈다. 또한, 어떠한 논리적 연결성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내용 요소 사이 연결 관계를 표현하지 않았다.
내용 체계의 흐름도를 작성하는 것은 EoP안에 담긴 물리학의 실천전통의 ‘스토리라인’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이다. 이미 선행연구에서는 EoP의 ‘힘과 운동’, ‘일반상대론’ 영역의 스토리라인을 파악하기 위해 내용 체계의 흐름도를 활용하였다[14-16]. 본 연구에서는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 내용 요소가 구성하는 스토리라인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얻게 된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의 내용 체계의 흐름도는 Fig. 4와 같다.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과 관련된 내용 체계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드러났던 가장 큰 특징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류의 관점의 변화’라는 스토리라인을 바탕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Figure 4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인슈타인은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 내용을 전개할 때, ‘전자기 현상(electromagnetic phenomena)’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통상적으로 전자기학에서 다루어지는 여러 가지 전자기 현상 및 개념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장 이론적 관점의 형성(emergence of field-theoretical view)’으로 모든 스토리라인을 마무리하였다. 즉, 아인슈타인에게 있어 ‘전기와 자기’ 영역 내용은 궁극적으로 자연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EoP의 본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이야기 전개를 위해 과학사적 사실에 치중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EoP에서 밝힌 것과 같이 ‘인류의 활동’으로서 물리학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때론 단순히 물리학 개념의 시간적 배열이 중요한 것이 아닌 논리적으로 이해가능한 방향으로 지름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기초 물리학 지식, 이론에 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 책의 의도는 관념과 자연 현상을 연결시키려는 인류의 시도를 대략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 수많은 사실과 개념의 미로 속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하게 비춰지는 지름길을 선택하여야만 했다.
(Ref. 13, Preface)
우리는 이 물리학 개념 진보의 과정을 과학사적 연대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논리적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Ref. 13, p. 129)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 내용 체계의 흐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인슈타인은 전자기 현상을 살펴보기 위해 두 가지 간단한 실험(simple experiments) 즉, 두 가지 현상(정전기 유도 현상과 막대자석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제시하였다. 이 간단한 실험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해석하기 위한 관점이 필요한데, 아인슈타인은 이미 한차례 성공 경험이 있는 뉴턴의 ‘역학적 관점
우리는 비록 과거의 것이기는 하지만 낡은 생각과 낡은 이론을 검토해야 한다. 왜냐햐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생각과 이론이 얼마나 중요하고 타당한지를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Ref. 13, p. 78)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아인슈타인은 전기 유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정전기 이론’의 유용성을 판단하기 위해 기존 역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던 ‘열 이론’과의 비교를 시도하였다. 정전기 이론은 ‘전기 유체’, ‘기본 쌍극자’와 같이 역학 이론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물질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열 이론의 한계점으로 지적되었던 ‘인위적 개념의 도입(introduction of artificial concepts)
역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이론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존재했던 불만족은 전지의 고안과 함께 더 큰 난제로 돌아왔다. 전지가 고안되며 다양한 실험들이 수행되었는데, 이러한 실험 중 외르스텟에 의해 수행된 실험은 역학적 관점에 큰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 바로 역학적 관점의 바탕이 되었던 ‘중심력 형태의 힘(central force)’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힘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중심력 형태의 힘이란 힘의 크기는 두 물질 사이 거리에 의존해야 하며, 힘의 방향은 두 물질 사이를 연결한 연장선 위에 존재하는 힘을 의미한다. 하지만 외르스텟의 실험과 이에 뒤따른 로울랜드의 실험은 역학적 관점에서 생각해온 힘의 크기와 방향과는 다른 힘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역학적 관점에 대한 믿음을 뒤흔드는 하나의 난제였다. 즉, 인류가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촉발시킨 것이다. 그 결과 19세기 후반 새롭게 도입된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패러데이의 연구 결과로부터 등장하게 되며, 이 관점은 맥스웰, 헤르츠의 연구 결과로부터 심화되는 ‘장(場, Field)’ 개념과 관련된 이야기로 전개된다.
아인슈타인은 EoP 본문에서 ‘장’과 관련된 철학적 관점이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시 역학적 관점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구체적으로 중력의 ‘역선(line of force)’을 통해 물질에 힘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시각화시키는 예시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단계에서 장 개념은 힘을 시각화하는 도구이며, 힘을 나타내기 위한 ‘대행자(agent)’의 역할로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이 단계에서 장 개념은 힘 개념을 대신하는 역학적 관점 하의 도구적 개념일 뿐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자석과 솔레노이드의 유사성을 근거로 ‘장’ 개념은 단순히 도구적 개념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고, 이를 통해 장이 단순히 시각화를 위한 도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 전자기 현상을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해석자(interpreter)
이로써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해석자 장’으로서의 ‘장’ 개념을 바탕으로 첫 번째 난제였던 외르스텟의 실험을 재해석한 다음,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으로 나아간다. 이 두 가지 실험은 보통 전기와 자기 사이 관련성을 보여주는 실험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전기와 자기 사이의 관련성을 보이기 전에 우선 ‘장’ 개념의 심화 과정을 통해 자연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아인슈타인은 단순히 현상을 표상하기 위한 도구로써의 장 개념에서 물리적인 특징을 지닌 물리적 대상으로서의 장 개념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공간상에 표현되는 ‘장’ 개념이 물리적 특징을 지닌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결국 공간상에 물리적 특징을 지닌 구체적인 물리량을 정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아인슈타인은 ‘해석자’ 장 개념으로 ‘외르스텟의 전류의 자기 작용 실험’,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을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 ‘정적인 장(static field)’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정적이지 않은 장(non-static field)에 의해 발생하는 유도된 장(induced field)’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이 두 개념을 통해 우리는 전기장과 자기장 사이 상호 변환에 대한 이해를 얻게 되며, 이로 인해 ‘해석자’ 장 개념이 보다 구체화되어 장 개념은 국소적 영역에서 정의될 수 있는 ‘물리적 실재를 지닌 물리적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처럼 장 개념은 처음에는 역학적 관점을 보조하기 위한 ‘대행자’였지만, ‘해석자’ 역할을 지나 그 이면에 있는 더 깊은 의미가 존재하는 –즉, 실재에 관한–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깊은 의미를 받아들인다면, 장의 실재성(physical reality)을 바탕으로 ‘장의 구조(structure of the field)’를 파악하는 구조 방정식인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맥락에서 맥스웰 방정식과 그의 이론이 뉴턴 시대 이후 등장한 하나의 새로운 형태의 법칙(a new type of law)임을 강조하였다.
이 방정식들이 만들어진 것은 단지 내용이 풍성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새로운 모범적인 법칙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뉴턴 시대 이후 물리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물리학의 모든 식들이 그러하지만 맥스웰 방정식의 특성은 한마디로 나타낼 수 있다. 맥스웰 방정식은 장의 구조를 나타내는 방정식이다.
(Ref. 13, p. 148)
이상을 종합하면, 전자기 현상을 ‘역학적 관점’으로 해석하려 했던 인류의 시도는 물질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인 ‘장 이론적 관점’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렇게 형성된 ‘장 이론적 관점’은 추후 전자기파라는 새로운 현상의 발견을 가능케 하였다. 이는 결국 새로운 ‘관점’이 자연의 새로운 면모를 탐색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것이며, 전자기 현상의 경우 인류는 ‘역학적 관점’에서 나아가 새로운 눈으로 자연 현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상으로 EoP에 담긴 전자기학 내용 체계의 흐름도의 특징을 요약하면 특징 다음과 같다.
EoP에서는 물리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점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즉, EoP에서는 자연 현상을 먼저 제시한 다음, 물질세계를 바라보는 특정 관점을 바탕으로 해당 현상에 의미를 부여해나가는 순서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흐름도(Fig. 4)의 구성을 살펴본다면 현상에 해당하는 내용으로는 ‘정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simple experiments)’, `외르스텟의 전류의 자기작용 실험(Oersted’s experiment)', `로울랜드의 실험(Rowland’s experiment)’,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Faraday’s law)’이 등장하며, 각 현상에 해당하는 내용 요소는 ‘역학적 관점’ 혹은 ‘장 이론적 관점’을 통해 의미가 부여됨을 알 수 있다. 가령, ‘정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은 ‘역학적 관점’이 반영된 ‘전기 유체(electric fluids)’와 ‘자기 유체(magnetic fluids)’의 도입으로 역학적 관점이 정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예시로서 ‘외르스텟의 실험’과 ‘로울랜드의 실험’은 역학적 관점에서 힘의 주요한 특징이었던 ‘중심력 형태의 힘’을 부정함으로써, 역학적 관점이 전기와 자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또한, ‘패러데이의 실험’은 새로운 개념인 장 개념의 타당성과 질적인 심화를 가능케 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EoP에서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결과적 개념에 집중하기보다는 현상을 해석하는 관점(안목)과 이를 통한 해석과정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물리학 지식이 결과적이고 피상적인 지식으로 제한되는 것이 아닌 과정적이고 역동적인 –즉, 전체적인 연관성을 지닌– 지식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EoP에서는 역학적 관점에서 장 이론적 관점으로 ‘관점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내용 흐름이 구성되었다. ‘관점’이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동반되는 물리학 특유의 안목이라고 할 때, EoP에서 관점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물리학의 실천전통(즉, 역사적 흐름과 탐구 맥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이러한 EoP의 서술 흐름 상의 특징은 물리학이 발전해가는 과정을 온전하게 보여주면서, 물리학이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사고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는데 있다.
DC 구조도는 EoP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내용 체계의 구조를 시각화하기 위해서 개발되었다. 앞서 다룬 흐름도와 비교할 때, 구조도는 내러티브 속에 존재하는 개별 사건들인 내용 요소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즉, DC 구조도는 EoP의 내러티브를 더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개별 사건 사이의 관계를 더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EoP 전자기 내용의 DC 구조도는 Fig. 6과 같다.
연구 방법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Fig. 6은 내러티브 형성에 있어서 핵심이 되는 7개의 주제어를 중심으로 간소화한 구조도이다. 7개의 주제어는 특정 이론의 입장에서 핵(nucleus), 몸체(body), 주변부(periphery) 영역에 배치되어있다. Figure 6에서 특정 핵 입장에서 해당 이론의 몸체 영역 바깥 부분은 모두 주변부에 해당한다. 가령, 역학적 관점(mechanical view)을 핵으로 할 때, 이러한 핵과 몸체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모두가 주변부에 해당한다. 또한, Fig. 6에서는 흐름도에 담긴 커다란 스토리라인을 DC 구조도의 배경에 음영 처리된 화살표로 표기하였다. 그리고 DC 구조도 내에서 어떠한 논리적 연결을 통해 주제어가 연결되는지를 실선 화살표와 번호매김을 통해 강조하였다. 이는 순환적인 분석 과정을 통해서 앞서 작성한 흐름도의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결과이다.
앞 절에서 언급했듯이 EoP 내용 체계의 흐름에서 살펴볼 수 있는 큰 특징은 ‘관점의 역할’이 강조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현상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현상이 갖는 의미가 달라진다, 이러한 점은 DC구조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EoP의 DC 구조도는 역학적 관점(mechanical view)과 장 이론적 관점(field theoretical view)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핵(nucleus)으로 구성되어있다. 정전기와 정자기 현상(electro/magneto static phenomena)은 역학적 관점과 장 이론적 관점에서 모두 설명할 수 있는 현상으로 각 관점을 핵으로 하는 두 이론의 교집합 영역에 배치되었으며, 이외에도 인위적으로 이루어진 두 실험인 외르스텟의 전류의 자기작용 실험(Oersted’s experiment)과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Faraday’s experiment)은 장 이론적 관점 하에서 해석이 가능한 실험이다. 따라서, 역학적 관점을 핵으로 하는 이론 체계에서는 주변부 영역, 장 이론적 관점을 핵으로 하는 이론 체계에서는 몸체 영역에 배치되었다. 이외에도 장 이론적 관점을 바탕으로 전자기 현상을 총괄한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s)과 그 결실인 전자기파(electromagnetic wave)는 장 이론적 관점의 몸체 영역에 배치되었다. 이상 작성된 DC 구조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EoP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EoP의 DC 구조도에서 전자기학 관련 내용 요소는 두 개의 핵을 바탕으로 배치되어있다. 이 두 가지 핵은 ‘역학적 관점’과 ‘장 이론적 관점’이다. ‘관점의 변화’가 스토리라인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의미이므로 EoP의 전자기학 내용 요소는 이러한 관점의 변화와 연관 지어 서술된다. 즉, ‘관점의 변화’를 중심 내용으로 나머지 내용을 이끌어가는 EoP의 서술 방식은 자연스레 특정 관점을 중심으로 이로부터 파생되는 법칙, 이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한 자연 현상과 실험이 제시된 것이다. 또한, 하나의 관점이 쇠퇴하고 또 다른 관점이 생겨나는 과정에서는 특정 관점에서 설명이 어려운 현상과 실험이 제시되었고, 이는 자연스레 특정 내용 요소가 갖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내용 요소가 DC 구조도에 배치되어있다.
둘째, EoP의 DC 구조도에서 전자기학 관련 내용 요소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Figure 6에서 볼 수 있듯이 EoP의 DC 구조도는 두 개의 핵을 바탕으로 내용 요소가 배치되어있으며, 이들은 ‘관점의 변화’를 중점으로 스토리라인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이론의 입장에서 핵, 몸체, 주변부에 배치된 내용 요소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령, 1→2로 나아가는 모습은 몸체 영역으로부터 핵 영역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2→3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핵 영역으로부터 주변부 영역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6→7은 핵 영역으로부터 몸체 영역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몸체 영역에 있는 내용 요소 사이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사례도 많이 존재한다. 이처럼, EoP에서는 각 영역에 배치된 내용 요소가 스토리라인을 통해 연결되어, 자연을 해석하는 물리학이라는 학문을 자연스레 인류의 활동으로 소개한다.
본 연구에서 ‘전자기학의 주제어(keywords)’(Table 3)는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 내용 체계가 갖는 흐름과 구조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이다(각주 4번 참고). 본 연구가 순환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추출된 주제어는 앞서 소개한 구조도 작성 결과(Fig. 6)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주제어는 앞서 연구 방법 절에서 언급했듯이 내러티브가 완결된 모습을 갖추는데 꼭 필요한 용어다. 따라서 만약 특정 설명에서 주제어가 누락되었다는 것은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묘사하는 내러티브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Table 3 The keywords of ‘electromagnetism’ part in EoP.
Keywords |
---|
1. Electromagnetic phenomena |
2. Mechanical viewpoint |
3. Oersted’s experiment |
4. Faraday’s experiment |
5. Field theoretical viewpoint |
6. Maxwell’s equations |
7. Electromagnetic wave |
첫 번째 주제어인 ‘전자기 현상’은 EoP의 서문에 제시된 것과 같이 물리학의 연구 대상이 되는 자연 현상 중 전기, 자기적 특성과 관련된 현상이다. EoP의 본문에서는 역학적 관점이 쇠퇴하고 장 이론적 관점이 새로 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하여 다양한 전자기 현상을 등장시키고 있다. EoP에 등장한 여러 자연 현상은 ‘새로운 정보의 제공’, ‘이론의 한계점 도출’, ‘새로운 이론의 검증’과 같이 저마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모두 공통으로 인류가 자연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논증을 위한 근거로 활용되었다. 전자기 현상에는 역학적 관점으로 일정 부분 설명할 수 있는 정적(static)인 현상과 장 이론적 관점의 도입으로 설명할 수 있는 비정적(non-static)인 현상을 포괄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어인 ‘역학적 관점’은 아인슈타인이 헬름홀츠의 주장을 인용하여 제시했던 물질세계를 바라보는 한 가지 물리학적 관점이다. 역학적 관점에 따르면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문제는 물질과 물질 사이에 작용하는 중심력 형태의 힘의 문제로 환원된다. EoP의 본문에 제시된 내용과 헬름홀츠의 주장이 담겨있는 문헌을 살펴보면, 아인슈타인이 강조한 역학적 관점의 사고방식은 당대 많은 물리학자 사이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던 관점임을 확인할 수 있다[28,29].
결론적으로 물리학의 문제는 모든 자연현상을 물질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가 거리에 의존하는 인력과 척력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이 문제의 해결 가능성은 우리가 자연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Ref. 13, p. 58)
이처럼 아인슈타인은 뉴턴 시대 이후 형성된 역학적 관점이 인류가 처음 접한 전자기 현상을 해석하는데 주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강조하였다.
세 번째 주제어인 ‘외르스텟의 전류의 자기작용 실험’은 전류의 자기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실험으로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의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준 실험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전통적인 교과서에서는 외르스텟의 실험을 전류가 자기작용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으로 언급하는데 그치는 반면, EoP에서 아인슈타인은 외르스텟의 실험에 역학적 관점의 쇠퇴를 이끌었다는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음을 강조하였다.
이 실험은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롭다. 첫 번째로 이 실험은 겉보기에 명백히 다른 자기 현상과 전류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 이것보다 더 중요한 측면이 있다. ⋯ 우리가 믿고 있는 역학적 관점에서 정의한 힘과는 다른 종류의 힘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Ref. 13, pp. 91-92)
이처럼 아인슈타인의 설명에서는 외르스텟의 실험을 ‘전류의 자기작용’이라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 있었던 ‘역학적 관점의 쇠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관점의 변화’라는 의미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네 번째 주제어인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의 경우, EoP에서는 앞선 외르스텟의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관점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 현상을 해석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즉, 역학적 관점의 쇠퇴와 함께 등장한 ‘장 이론적 관점’으로 전자기 유도 현상을 바라봤다는 것이다. 새로운 관점으로 패러데이의 실험을 해석한 결과는 장 이론적 관점의 입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아인슈타인은 이 과정을 장 이론의 두 기둥이 세워지는 과정으로 묘사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바탕으로 하는 이론을 지탱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둥을 발견했다. 첫 번째 기둥은 변화하는 전기장과 자기장 사이 관계이다. 이는 외르스텟의 실험에서 나침반 바늘이 기울어지는 것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이었다.: 변화하는 전기장은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두 번째 기둥은 패러데이 실험으로부터 떠오른 변화하는 전류에 의해 변화하는 자기장과 관련되어 있다.
(Ref. 13, p. 146)
아인슈타인은 이처럼 인류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특히, 물리학의 탐구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을 통해 자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나갔는지에 주목하였다.
다섯 번째 주제어인 ‘장 이론적 관점’은 역학적 관점과 대비되는 관점으로, 물질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물리학적 관점이다. EoP에서는 초기의 장 개념은 단순히 힘을 시각화하는 도구에 불과했으나, 점차 자연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는 해석자로 인식되었음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후로는 더 나아가 장 개념이 물리적 실재로까지 받아들여지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장 개념의 의미가 변화함에 따라 역학적 관점에서 강조되었던 물질 개념이 점점 희미해졌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처음에는 현상 설명을 위해 도움을 주기 위한 모델이었던 장이 점점 실제 존재하는 것이 되었다. 장은 옛 사실들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새로운 사실들로 우리를 이끌어 주었다. 역학적 관점에서 필수적이었던 물질 개념은 갈수록 쇠퇴하고, 장 개념은 점점 강조되고 발전되어 왔다. 장이 에너지를 지닌 물리량이라는 개념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Ref. 13, p. 148)
즉, 아인슈타인은 ‘장 이론적 관점’이 기존에 지배적이었던 역학적 관점을 넘어 새롭게 형성된 물리학적 관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아인슈타인은 장 이론적 관점의 등장으로 역학적 관점의 개념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님을 강조하였다. 즉, 기존 물질과 힘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했던 인류의 사고방식에 ‘장’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실재가 ‘추가로’ 등장하였음을 강조하였다.
여섯 번째 주제어인 ‘맥스웰의 방정식’은 통상적으로 고전 전자기학을 아우르는 방정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널리 알려진 맥스웰 방정식은 맥스웰의 『A Treatise on Electricity and Magnetism』[30] 에 표현되어있는 8개의 방정식을 1884년 헤비사이드가 4개의 방정식으로 정리한 형태이다[31]. 현대적인 맥스웰 방정식의 표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맥스웰 방정식은 전기장과 자기장 사이의 관계를 미분방정식을 통해 연결 짓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맥스웰 방정식의 출현이 뉴턴 시대 이후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묘사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물리 법칙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언급하였다.
이 방정식들이 만들어진 것은 단지 내용이 풍성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새로운 모범적인 법칙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뉴턴 시대 이후 물리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현대 물리학의 모든 식들이 그러하지만 맥스웰 방정식의 특성은 한마디로 나타낼 수 있다. 맥스웰 방정식은 장의 구조를 나타내는 방정식이다.
(Ref. 13, p. 148)
한편, 맥스웰 방정식이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을 아인슈타인은 ‘구조 법칙(structure law)’이라고 표현하며, 방정식에 담겨 있는 의미를 강조하였다. 여기서 ‘구조 법칙’이라는 의미는 ‘장의 구조(the structure of the field)’를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아인슈타인이 맥스웰 방정식을 뉴턴 방정식에 빗대어 강조하는 이유는 뉴턴 방정식이 역학적 관점에 뿌리를 둔 모범적인 이론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맥스웰 방정식 역시 새롭게 형성된 장 개념을 동역학적 변수로 활용하며, 자연 현상을 설명하고 있기에 이는 뉴턴 방정식 이후 –장 관점으로– 또 다른 모범적인 이론 체계가 형성된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장 이론의 관점이 형성되고 맥스웰 방정식이 제안된 것은 인류가 새로운 관점을 바탕으로 자연을 묘사하는 새로운 이론 체계를 만들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EoP에서는 구체적인 미분방정식 꼴의 수식을 보여주는 대신 맥스웰 방정식의 물리적인 의미를 강조하였다.
일곱 번째 주제어는 전자기파이다. 전자기파는 1888년 헤르츠에 의해 실험적으로 검출되어 현대사회에서는 그 존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전자기파의 전파 속력이 광속임을 통해 광학과 전자기학의 연관성 역시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전자기파의 속성은 맥스웰에 의해 유도되고, 예측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맥스웰이 전자기파를 예측한 이러한 과정을 ‘맥스웰 방정식으로부터 얻어지는 새롭고, 예상하지 못한 결론’이라 언급하였다.
맥스웰 방정식을 수학적으로 조금 더 살펴보면 새롭고 예상치 못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Ref. 13, p. 153)
이는 ‘전자기파’가 역학적 관점을 넘어서 장 이론적 관점을 수용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결론이라는 점에서 역학적 관점으로만 자연을 해석하던 인류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론’이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새로운 관점을 수용한 결과로써 제시되는 ‘전자기파’ 개념은 EoP의 내용 흐름에 따라 ‘전기와 자기’ 영역의 마지막에 도달해야 얻을 수 있는 개념이다. 따라서, ‘전자기파’를 이해한다는 것은 전기 현상과 자기 현상을 해석해나가는 과정에서 인류가 밟아온 발자취 전체 즉, 관점의 변화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아인슈타인은 EoP 본문에서 ‘전자기파’의 발견이 또 다른 중요한 단서를 끌어냈음을 언급하였다. 바로 ‘전자기파’의 속도와 ‘빛’의 속도가 같다는 점이다. 이는 광학현상과 전자기현상이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은 이 사실을 이용하여 자연스레 ‘빛’을 둘러싼 입자론과 파동론의 논쟁으로 이어간다. 즉, 관점의 변화로 시작된 이야기를 전자기 현상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닌 광학이라는 다른 영역으로 확장한다. 이러한 시도는 EoP에서 언급한 물리학의 전형적인 탐구방식(예: 보편성의 추구)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기파’는 이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할 수 있는 중요한 내용 요소임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 즉 『The Evolution of Physics (1938)』의 ‘전기와 자기’ 영역 내용 체계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 내용은 ‘인류가 물질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라는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내용 체계의 흐름이 형성되어 있었다. 둘째,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은 ‘역학적 관점’과 ‘장 이론적 관점’이라는 두 개의 핵을 바탕으로 형성된 두 이론 체계의 상호작용으로 내용 체계의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다. 셋째,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은 ‘전자기 현상’, ‘역학적 관점’, ‘외르스텟의 전류의 자기작용 실험’,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 ‘장 이론적 관점’, ‘맥스웰 방정식’, ‘전자기파’라는 7개의 주제어가 존재하였다. 이상의 연구 결과는 순환적인 텍스트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세 가지 연구 결과 사이에는 긴밀한 관련이 있고,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에 대하여 서로 다른 방향에서 조명해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EoP의 내용 체계의 특징을 분석한 위의 결과를 바탕으로 얻을 수 있는 교육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EoP는 ‘전기와 자기’ 영역에서 물리학의 ‘관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내용 체계의 흐름도와 구조도에서 알 수 있듯이 EoP에서는 ‘관점의 변화’를 중심으로 물리학의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EoP는 ‘관점’을 중심으로 내용 요소 사이의 긴밀한 연결성이 만드는 내용 체계의 구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교육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EoP의 ‘전기와 자기’ 영역에서는 ‘장’ 개념의 질적인 심화 과정을 강조한다. EoP에서 장 개념은 ‘대행자’, ‘해석자’, ‘물리적 실재로서 장’으로 심화하는 단계를 거친다. 아인슈타인이 ‘장’이라는 개념을 여러 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한 이유는 ‘관점의 변화’를 보이기 위한 논리적 절차를 밟기 위해서였다. 이는 본 연구에서 추출한 7개의 주제어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7개의 주제어는 EoP의 DC 구조도 상에서 관점의 변화를 통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때, ‘장’ 개념은 두 이론 체계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두 관점을 통해 모두 해석이 가능한 매우 특별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장’ 개념은 EoP에서 ‘전기와 자기’ 영역에 해당하는 스토리라인을 이끌어나가는 핵심 소재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발견한 ‘EoP의 내용 체계의 특징’을 바탕으로 우리는 중등학교 물리 교과 ‘전기와 자기’ 영역에서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반영한 내용 체계 구성의 한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즉, 중등 물리 교과에서도 ‘역학적 관점’에서 ‘장 이론적 관점’으로 나아가는 ‘관점의 변화’를 물리학의 핵심적인 내러티브로 다루며, 이를 위해 ‘장’ 개념의 질적인 심화 과정을 단계적으로(step-by-step) 다루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 및 앞으로 도입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물리학 교과서 등을 분석하고, 향후 교육과정 및 교과서 개발과 관련하여 한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한편, 본 연구는 아인슈타인과 인펠트라는 특정 과학자들의 생각을 중심으로 물리학의 내용 체계를 분석하였으며, ‘전기와 자기’ 영역에 한정 지어 EoP의 텍스트 분석을 시도하였다는 한계가 있다. 향후 EoP 외에도 다양한 물리학자들에 의해 소개된 물리학의 실천전통에 관한 분석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더불어 물리학의 다양한 영역들에 대해서도 실천전통에 기반을 둔 내용 체계 분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1본 연구에서는 ‘얼개(구조)’를 ‘스토리라인(흐름)’에 비하여 보다 다차원적인 관계망을 형성한 개념으로 보고 이 둘을 구분하였다. 즉, ‘스토리라인(흐름)’은 서로 관련이 없는 개별 요소들을 시간적 흐름 또는 논리적 흐름에 따라 특정한 방식으로 조직한다는 점에서 다소간 일차원적인 의미를 가진다. 반면, ‘얼개(구조)’는 개별 요소들 사이에서 스토리라인이 형성될 수 있는 여러 차원의 연결성을 포괄하는 다차원적인 연결망과 같다. 따라서 ‘얼개(구조)’에서는 특정 ‘스토리라인(흐름)’을 취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있고, 이들 중 어느 ‘스토리라인(흐름)’이 교육적으로 가장 적합한지는 ‘얼개(구조)’와 ‘스토리라인(흐름)’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2일반적으로 실천전통은 매우 크고 추상적이어서 간단한 몇 가지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본 연구에서 우리는 흐름도와 구조도를 통해 그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3DC 구조도(Discipline-Culture structure diagram 또는 줄여서 DC diagram)는 문화 내용 지식(cultural content knowledge)을 이론적 배경으로 하여 내용 지식의 역동성과 상호작용을 강조한 그림이다[
4본 연구에서 사용된 ‘주제어(keywords)’라는 용어에 관하여 혹자는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 혹은 앞으로 도입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사용되는 지식/이해 차원의 내용 요소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주제어는 기존에 사용되었던 단순한 내용 요소가 아니라, 물리학의 실천전통을 소개하기 위한 내러티브적 구성에 바탕을 둔 용어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즉, 본 연구에서 주제어는 물리학의 스토리라인(즉, 물리학의 역사적 흐름과 탐구 맥락)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요소 –달리 말해 ‘징검다리’에 해당하는 내용 요소– 이며, 내러티브의 완결성에 직결되는 핵심적인 내용 요소이다. 따라서, 주제어들 중 어느 하나의 주제어라도 누락된다면, 학생들은 물리학의 스토리라인 –예를 들어 해당 영역 및 물리학의 여러 영역 사이의 관계– 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5선행연구에서는 ‘주요 흐름’을 본문을 이끌어가는 굵직한 내용 단위로 정의하였다. 이는 내러티브 분석 연구의 관점에서 의미를 형성할 수 있는 ‘사건’을 의미한다.
6본 연구가 물리학의 실천전통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내용 체계의 흐름’과 ‘내용 체계의 구조’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용 지식’이라는 표현은 자칫 본 연구의 분석 결과가 과정/기능, 가치/태도 등을 제외한 지식/이해 차원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도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내용 지식’ 대신 ‘내용 요소’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7이는 ‘발견의 맥락’을 강조하되, 지나치게 역사적 사실에 치중하지 않고 논리적 측면과의 조화를 꾀한 아인슈타인의 의도라고 볼 수 있다.
8EoP 본문에서 아인슈타인은 ‘장 이론적 관점(field theoretical view)’과 대비되는 관점으로서 ‘역학적 관점(mechanical view)’을 소개하였다(
9역학적 관점이 기반이 된 열 이론에서는 열소(caloric)의 도입으로 열 현상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10‘장’ 개념을 ‘역학적 관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장은 힘의 시각적 표현을 위한 도구인 역선(line of force)의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수준의 장 개념을 유지하면 막대자석과 솔레노이드가 만드는 자기장의 유사함은 그저 ‘우연’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 개념을 ‘장 이론적 관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장은 전자기 현상 해석에 근본적인 물리량이며, 동일한 장을 만든다는 것은 장을 만들어내는 본질이 동일함을 의미한다. 즉, 이러한 장 개념은 결국 현상 해석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는 것이며, 이것이 아인슈타인이 강조했던 ‘해석자로서의 장(fields as interpreters)’ 개념이다.